19> Jvary수도원의 용감한 신부들

2019. 9. 8. 16:00Georgia 2019





코카서스 추위가 뇌수까지 얼려버려 히터틀고 운전을 하면서도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눈사태를 대비한 터널도로





산정상에 이 스카타운이 구다우리였다.

흰 눈속에 파묻혀 있을때 가장 멋질텐데 지금은 털갈이 하는 짐승처럼 추례하다






마을 끝에 가판대가 몰려 있었다,

주 품목은 벌꿀. 선반에 진열된 병모양도 제각각이고 색깔도 조금씩 다른데 왠지 여기 꿀은 진짜꿀일거 같은 느낌이 든다. 사진 않았다



유난히 매연을 뿜어대는 앞차. 

추월도 못하고 한참을 뒤따라가야 했다.




어느 순간 내 차가 코카서스 산맥을 내려와 있었다. 

지난번 올라갈때의 공포감을 떠올리며 잔뜩 긴장했던 현주와 H는 싱겁게 끝나버린 하강식에 오히려 실망한 기색이다. 차량통행이 별로 없어 느긋하게 내려왔더니 나도 별로 무섭지 않았다.


누군가 우릴 계속 처다보는 거 같더니만... 앞 트럭 범퍼가 우릴 째려보고 있다.



역주행하는 소에 놀라고, 


산속에서 비도 만났는데


히터에 몸이 나른하게 녹고, 몇시간째 운전만 하고 있으니 슬슬 졸립다.

지난번 들렸던 휴게소에서 카페인을 보충해야 할거 같아 아나누리를 지나자마자 혼미한 정신줄을 다잡았다

휴게소 마당에 주차후 먼저 차 앞유리부터 물티슈로 닦아냈다, 먼지 풀풀나는 산길과 폭우와 옆차에서 튄 흙탕물로 차 상태가 엉망진창이다. 오늘은 씩씩한 아줌마는 안 보이고 맘 좋게 생긴 아저씨 혼자 차를 준비하고 있다.



공손했던 개들까지 어디 갔는지 안 보이니 궁금하다.

푹 쉬고 일어나며 테이블을 정리하려는데 뒤에 앉아 있던 식당 아저씨가 ' 그냥 두라' 고 한다. 한국에서 든 버릇 외국가서도 못 버리고 있다


조지아 중부로 들어서자 그 많던 산들이 다 눌려 지평선을 이루었다. 

갑갑했던 차들이 속도를 내자 곳곳에서 경찰들이 단속을 하고 있다. 여행내내 악명높은 조지아 경찰들 눈에 띄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차 기름이 벌써 또 바닥이다. 세명을 싣고 산을 넘느라 연비가 최악이다.


싼 주유소를 골라 기름 한번 더 넣어주고


고도 므츠헤타 (Mtskheta) 옆을 지나갈때 즈바리 (Jvari) 수도원이 희미하게 모습을 보였다,


므츠헤타가 내려다 보이는 산위에 십자가가 꽂혀 있었는데 후에 그 자리에 수도원을 지었다. 즈바리 = 십자가.


트빌리시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갓길로 빠져 좁은 산길을 오른다



즈바리수도원 가는 이정표


산모퉁이를 돌자


즈바리수도원이 야무지게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초입에 말 두마리가 비를 맞은채 나란히 서 있다. 방문객들 환영하라고 누가 시켰나 ?  미동도 없어서 ' 저거 진짜 말 맞아 ? ' 할 정도로 기이한 광경이었다, 




안쪽에 빈자리가 없어 주차장 끝에 비스듬히 차를 세웠다

비가 많이 와 현주와 H만 구경하라고 올려 보내고 난 차 안에 있다가 잠깐 나갔는데 그냥 맞을 비가 아니여서 얼른 다시 들어왔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남자 혼자 돌아다니며 주차관리를 하고 있는데 요금을 받는거 같진 않았다.



결혼식이 있는지 잘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이 많이 보였다,

젊은 조지안 커플이 옆 LOTUS 파란색차까지 우산을 쓰고 와서 기념사진을 찍고 갔다,


여기부턴 현주랑 H 눈에 비친 풍경















오늘이 일요일이라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기념사진을 찍는 커플이 한둘이 아니였다,


모델같은 신랑,신부들




The power of love ! 

용감한 신부들



쿠라와 아라그비라는 두 강이 만나며 퇴적된 비옥한 평야. 천혜의 위치에 건설된 고대도시, 므츠헤타.

노아의 방주로 유명한 노아의 후손이 처음 세웠다고 전해지고,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6세기까지 조지아 고대왕국의 수도였으며 도시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발 아래 내려다보이는 므츠헤타는 그 중요성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작아 보였다,








이 비바람속에서도 멀리 언덕까지 가서 기념사진을 찍는 신혼 커플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비 내리는 산꼭데기 수도원이 신랑,신부,하객에 관광객들까지 뒤섞여 후끈 달아올랐다,










대시보드에 다리 올리고 밀려드는 낮잠에 빠져 있는데 두 천사가 강림했다.

놀라서 비몽사몽 얼른 신발신고 시동걸고 수도원을 떠난다.


떠날때도 두 말이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