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Gergeti 수도원과 Gudauri 전망대

2019. 9. 8. 12:27Georgia 2019





눈 떠보니 7시 37분, 놀라서 현주 깨우고 세수도 안한 얼굴로 밥 먹으러 내려왔다,

부지런한 H는 썰렁한 식당에 혼자 앉아 있었다.


식당 아줌마가 우리 보고 "  boy ... 자고 있다 " 라며 Beqa 흉을 봤다. 어젯밤 뒷마당 주방에선 딱히 일없는 Beqa와 아줌마가 밤늦개까지 불을 환하게 밝히고 포커를 쳤다,

갈수록 아침밥상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오늘은 달콤한 죽이 나왔다, 야로슬라블에서 먹었던 달콤한 Porridge 바로 그 맛이다


정성이 들어간 계란후라이


추가로 H 방을 예약하기 위해 부킹닷컴을 뒤졌을때 분명 빈방이 거의 없다며 더 오른 값을 지불했는데... 며칠 있으면서 본 바로는 여기 객실이 거의 텅텅 비었다는 거다. 아마도 부킹닷컴에서 손님을 여러 숙소에 분산시키는 알고리즘을 쓰는 거 같다. 호텔 입장에선 뒤통수 맞은 꼴,


후다닥 아침 먹고 방에 와 눌린 머리 두건으로 대충 싸매고 간단히 나갈 채비를 한다. 오전에 후딱 게르게티 수도원을 갔다 와서 씻고 12시 전에 퇴실하려고 한다. 9시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차 상태가 걱정돼 나 먼저 나왔다, 키를 넣고 돌리자 헛발질 하는 느낌이다. 불안하다. 지금까진 두어번 시도하면 시동이 걸렸는데 오늘 아침엔 몇분간 사람을 놀래킨 후에야 간신히 걸렸다, 산속이라 추워서 배터리가 더 약한가 ?  

10분후 현주와 H가 사이좋게 나왔다


게르게티 올라가는 길은 마을에 있지 않고 좀 더 떨어진 곳에 신작로가 직선으로 나 있었다.



산 중턱에선 도로 한차선이 벌써 허물어졌다,



산정상으로 올라갔는데 게르게티 수도원이 구름에 가려져 희미하게 보였다,


한켠에 넓게 주차장이 닦여 있어서 일단 들어갔다.






서양인들이 주차장을 베이스캠프 삼아 전열을 가다듬고 줄지어 카즈벡산을 오르고 있엇다,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 늑대가 조용히 다가왔다.

조지아에선 동물과 인간사이에 휴전이라는 묵시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고 봐야 한다.


현주와 H가 수도원쪽을 향해 발걸움을 떼자 개가 조용히 따라가다


소득없이 그녀들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다,


난 주차장에서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그녀들을 뒤따라가 수도원 가까이 차를 댔다,


14세기에 세워진 이 수도원은 카즈벡산 자락위에 세워져 있지만 마을이 환히 내려다 보이는 위치라서 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망루역활도 했다. 이후엔 국가재난시 조지아의 귀중한 보물들을 여기에 피신시켰다고 한다






대절택시 운전수가 밖에 나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배가 고픈 야생말들이 주차장까지 내려와 기웃거리자 택시 운전수가 풀밭쪽으로 몰았다,






잠시후 중국인들이 구경을 마치고 내려와 약간 꾸물거리자 운전수가 재촉하는 폼이 영 거슬려 보였다, 나야 무시할 수 있지만 니들도 그럴 위치는 아니지.


현주와 H가 금방 내려왔다




주차장으로 돌아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설산을 배경으로 고결하게 서 있는 게르게티 수도원의 자태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은 오히려 더 진해졌다.

' 씻을 시간도 없겠다 ' 고 현주가 재촉한다.

' 미련을 남겨둬야 다음에 또 오고 싶지 ' 서로를 위로하며 차를 돌려 내려왔다








가파르고 높은 이 산을 자전거로 올라오는 서양인들.

반가워 손을 흔들었더니 한명한명 빠짐없이 핸둘에서 한손을 떼 답례를 하는 바람에 되려 미안했다



산을 내려오다 만난 말. 당당하게 길을 막고 있어서 차를 멈췄다. 가까이에서 사진기를 들이대도 소 닭보듯 느긋하다.

관리해 주는 사람이 없는지 가뭇가믓 피부병이 있는 것 빼곤 건강해 보였다. 동물이나 가축이 젤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나라, 조지아 !





원래 시간이 나면 현주와 H가 걸어 올라가려고 했었다. 하이킹을 하든지 바이킹을 하든지 그렇게 힘들게 만나야 수도원이 더 경건한건데, 차로 편하게 후딱 갔다 오니까 뭔가 좀 죄 지은 기분이다,



방에 와 샤워후 짐 챙겨 나온 시간은 10시 반,


동네 빵집에서 빵하나 집어들고 1라리 (420원) 동전 한닢


갓 구워 따스하고 고소한데 우리 입맛엔 약간 짜다,

' 이대로 한국 들어오면 빠바 다 문 닫겠다, 여기에 빠바 들어오면 대박나겠는걸...' 차안에서 수다를 떨며 스테판츠민다 마을을 떠났다,


다시 올 일 없는 Autobus 카페도 안녕


주타 가는 이정표도 Bye, 트루소 가는 갈림길도 무심히 지나... 계속 직진






옆으로 디비져 자던 트레일러도 어느새 일어나 가버렸다. 




터키 파묵칼레 같은 지형이 여기에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올라가고 있다







고개가 너무 높아 구름도 힘겹게 넘고 있다,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온 소들



산마루에 색색 비닐천막들은 양고기 꼬치구이를 파는 집.  여기저기서 바베큐 냄새가 맛있게 풍겨 나왔다

' 할랄 ' 이라고 손글씨로 대충 써놓고 살아 있는 양들을 울타리에 가둬 놓았는데 양의 순수한 눈과 마주치면 먹고 싶은 생각은 절대 안 난다





산비탈에 방목된 소떼들



험준한 고개를 드디어 넘자마자 첩첩산중애 전망대가 뜸금없이 나타났다,


구다우리 전망대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위 전망대








이 곳도 적막하고 외진 곳이려니 상상했는데 ... 실제는 완전 반대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산등성이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군옥수수가 맛있게 보여 살까말까 하다가 찬 산바람에 금방 식으면 못 먹을거 같아 관뒀다













내려오던 중년 아줌마가 날 보더니 갑자기 밝은 얼굴로 응원을 해주며 지나갔다













「러시아-조지아 우호탑」 안쪽 벽에 조지아와 러시아 각각의 유명한 성당들이 모자익으로 그려져 있었다.

친하게 지내자고 우호탑 지어주고 바로 처들어 온 러시아놈들.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코카서스 산맥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9월도 이 정도인데 겨울엔 얼마나 추울까 ?
















꽁꽁 얼어 주차장에 돌아왔는데 빈 자리 놥두고 하필 내 차 바로 뒤에 누가 차를 대놨다, 가까이 가보니 차안에 한 남자가 앉아 있길래 한국말로  ' 차 빼 !' 입모양 해주고 얼른 차안에 들어와 히터를 Max까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