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7. 15:42ㆍGeorgia 2019
동냥하는 조지아의 개들을 볼때면 항상 궁금한 게 ... 강아지같은 약한 새끼들은 어디 있는 걸까 ?
아까 공사하던 배불뚝이 아저씨는 오전 일하고 벌써 들어갔음
화물차들이 줄줄이 들어가길래 뭔 일인가 보니
화물차 잔용 휴게소
스테판츠민다 거의 다 와서 망설임없이 Beba bari 가 있는 골목길로 차를 꺾었다. 골목에서 만나는 돼지나 양까지 다 맛있어 보일 정도로 배가 고프다. 주차하는 사이 현주와 H가 신나게 식당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쫓겨 나왔다 식당 안에 어제 그 여자들이 자기들만 먹으면서 또 ' 안된다 ' 고 했다 한다.
이틀 연속 문전박대를 당하니 성질이 나서, 식당 앞 길바닥에 쓰레기를 던져 놓고 얼른 도망갔다
현주가 룸스 (Rooms)호텔은 꼭 가야 된다고 했기에 바로 마을 뒤 비탈로 향했다,
골목길 상태. 부러진 나무토막.
깜깜한 밤이나 과속하는 차량들은 그냥 뒤지는 각 !
고급호텔이라는데 멋드러진 진입로도 없고 이정표도 안 보이고... 마을 안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며 찾아야 했다.
꽉 닫아 놓은 호텔 정문앞에 바짝 멈춰 서자 경비실에서 두 남자가 나와 양쪽으로 문을 열어 주었다.
마당을 지나 호텔 뒤쪽 주차장으로 갔는데 빈 자리가 거의 없고 별채건물 옆에 딱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식당 흰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며 잡담을 하고 있다.
호텔 건물 1층으로 들어가면 오른편에 객실 프런트가 있고 왼쪽으로 라운지 카페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안으로 들어가 서성이자 웨이터가 ' 식사하실거냐 ? ' 고 묻더니 레스토랑이 따로 있다고 더 안쪽으로 안내했다,
벽을 하나 건너가자 별실처럼 숨겨진 넒은 홀에는 큰 식탁테이블들이 많았고 여기저기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잔뜩 흐린 오후의 풍경
게르게티 수도원이 구름사이로 살짝살짝 숨바꼭질을 하고 있고 카즈벡산은 아예 구름뒤로 숨어버렸다.
비 온후라 추워서 야외 테라스는 인기가 없다,
메뉴판을 보니 세전 금액이긴 하지만 많이 비싸진 않았다.
음료수, 생과일쥬스, 스프, 샐러드, 클럽샌드위치, 립아이스테이크, T-bone 스테이크... 어제 컵라면을 먹인게 미안하던 차에 푸짐하게 주문했다
현주가 자리에서 실내 사진을 찍었는데 서빙하던 젊은 여직원이 오더니 현주에게 뭐라고 했다. 현주가 황당한 표정을 짓기에 여직원에게 ' 나한테 와서 얘기하라' 고 했다.
" 실내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테라스 나가서는 가능하다. 사진 찍으려면 프런트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 는 것이다. 사진 촬영이 안된다는 말을 손님에게 예의바르게 또는 애교스럽게 표현했으면 미안해서라도 바로 수긍 했을텐데 이건 뭐 정색을 하고 장황하게 가르치려 드니 배알이 꼴렸다
" 이유가 뭐냐. 난 납득할 수 없다 " 라고 했더니, ' 지네들 규칙' 이라 하고 쌩 가버렸다,
'인종차별 하는 거 같다' 고 현주가 불쾌해 해서 한참을 달랬다.
메인 메뉴가 나와서 막 먹으려는데 이번엔 남자웨이터가 오더니 '차를 빼달라' 는 것이다. 난 주차구역에 잘 댔는데 빼달라니 어쩔수 없이 나오다가 혹시 무슨 착오가 있나 싶어 주변에 서 있는 그 남자웨이터에게 " 내 찬줄 어떻게 알았냐 ? " 고 물었더니 " 다른 직원이 연락해 왔다 " 고 책임을 미뤘다, 건물 밖으로 나올때 한 남자가 현관문을 잡아줘 손님인줄 알았는데 바로 날 따라왔다, 호텔 직원이었다.
내가 주차한 자리가 주차장 끝이고 그 옆에 별채 들어가는 통로라는 것밖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차를 빼서 더 안쪽으로 대라고 손짓했다. 호텔 규모에 비해 주차장이 협소했다,
차를 대고 한참을 걸어 들어와 식탁에 앉았을때는 음식이 이미 식어 버렸다.
스프는 진흙맛, 샐러드와 샌드위치는 짜다.
스테이크는 그나마 먹을만 했는데 어느정도 발라먹은 후 웨이터를 불러 뼈 주변 덜 익은 부분을 ' 더 구워달라' 고 보냈다.
잠시 후 돌아온 접시엔 검게 그을린 뻐다귀 하나가 올려져 있는데 불타 죽은 고양이 같았다.
다행히 H는 남은 샌드위치까지 맛있게 다 먹었다,
커피를 시켜 입가심을 하고 있을때였다, 아까 여직원이 또 오더니 한다는 소리가 ...
" 5시 예약이 있어 자리를 비워주셔야 합니다 "
주변을 보니 한테이블만 손님이 앉아 있고, 아까 백인 단체가 들어왔다가 금방 일어난걸로 봐선 인종차별은 아닌거 같은데... 손님위에 군림하는 호텔의 태도에 기분이 완전히 상해 버렸다,
식사가 다 안 끝난 상태라서 ' 옆 칸으로 옮길수 있냐 ' 고 물으니 ' 가능하다. 그릇을 옮겨 주겠다 ' 고 했다,
옆에 카페는 돗데기시장 분위기.
고급 호텔에서 밥먹다 쫓겨 나긴 난생 처음이라 한동안 말없이 분을 삭여야 했다.
잠시후 한국인으로 보이는 동양 아가씨 5명도 식당칸에서 쫓겨나 그릇 하나씩 들고 이사하는 씁쓸한 광경이 벌어졌다, 도대체 Rooms 호텔의 이 시건방진 버릇은 누가 들인건가. 불매운동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멋적어 옆 선반의 책을 꺼내 봤다.
개미와 벌을 보며 조지아 글자를 창제한거 같다
실내 인테리어는 건축소재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표현해 놓았고, 아기자기한 소품대신 대담한 스케일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좋은 평판을 받을만 했다.
그래선지 호텔관련 잡지의 표지모델로 선정되어 있었다
레스토랑 청구서. 197 라리 (82,740원)
잔돈 3라리는 팁으로 줘도 되는데 하도 싸가지가 없어서 악착같이 받았다. 항목중 맨밑에서 두번째 See the waiter 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청구액은 빵원이지만 ' 웨이터 보는 것'도 비용청구 될 수 있으니 몰래 보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실컷 보길 권한다.
현주도 살짝 신경성 위경련이 왔다
그래서 따뜻한 Ginger tea 를 추가 주문했다. 10라리에 세금 18 % 붙어 11.8 라리 (4,956원)
배도 부르고 몸도 어느정도 녹고 비도 그처서 테라스로 나왔다
' 전망 좋다 ' 고 룸스호텔을 적극 추천하는 글들이 많다. 이 마을이 게르게티와 카즈벡산을 마주보며 계단식으로 앉아 있어 모든 곳에서 저 경치가 보인다. 골목에서도 보이고 창문으로도 보이고 빨래줄 너머로도 보인다. 풍광이 웅장해서 어디는 명당이고 어디는 싼 좌석이란 의미도 전혀 없다. 추천인들이 정작 보여주고 싶었던 건 후망이 아니었을까 ? 비싼 호텔에 숙박했다는...
룸스호텔은 이 마을 대부분의 숙소보다 몇십퍼센트 비싼게 아니라 몇배 비싸긴 하다. 가격만 그렇다는 거다.
예쁘게 차려 입고 와서 모델처럼 찍으려고 했는데 얼떨결에 왔다고 투덜대는 현주
호텔 나갈때도 닫힌 정문앞에 서자 남자 두명이 경비실에서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여기도 나뭇가지 몇개로 헤저드 (Hazard) 표식을 해 놨다.
숙소까지 내려와 공터에 주차를 하고 짐을 챙겨 내리는데...뭔가 허전하다. 가방을 뒤져보니 여행노트가 없다. 호텔에 놓고 온 것 같다. 두 사람을 태우고 다시 마을 언덕베기 룸스로 달려갔다. 건물 입구에 두 여인을 내려주고 얼른 가서 찾아 보라고 하고 난 차안에서 기다렸다, 금방 나올줄 알았는데 한참 만에 현주가 노트를 들고 나오고 있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 다른 손님들이 있었고 주변에 내 노트가 안 보이더라고. 메니저랑 같이 가서 양해를 구하고 찾아보니 선반위에 올려진 책 밑에 깔려 있더라고. 얇아서 눈에 잘 안 띄었다고... 십년감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숙소 도착. 불꺼진 창이 우리 객실,
차디찬 방에 들어와 궁상떨긴 이른 시간. 주차하고 마을 광장쪽으로 걸어 나왔다
쏟아져 나온 여행자들로 마을이 낮보다 더 활기를 띠었다.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새끼고양이들. 조지아는 동물들이 참 행복해 보인다.
마트에서 라면과 생수를 사고 9.6 라리 (4,032원)
빵집을 지나
과일가게에서 북숭아와 사과 8.5 라리 (3,570원) 어치를 샀다, 외지인들을 상대하는 마을인데도 물가가 진짜 싸다.
하루하루를 스펙터클하게 넘기려니 오늘따라 담배가 그립다,
과일가게 안쪽 구멍가게엔 담배를 안 팔았다.
숙소로 돌아와 식당에서 차마시고 과일 먹으며 수다.
첫날 본 여주인 Deja를 다시 만났는데 새 숙박객들이 연신 들어오자 아주 신이 났다, Deja에게 ' 내일은 갈 길이 멀어 8시에 아침을 먹을 수 있겠냐' 고 부탁했고, 현관문 여는 방법을 배웠다,
급격히 피곤해서 보니 9시.
각자 방으로 들어왔다. 라지에타가 빵빵하게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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