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Stepantsminda 에서 만난 팔도 도시락

2019. 9. 6. 21:32Georgia 2019







내려갈때는 차선이 안쪽이라 천길 낭떠러지가 안 보이니 훨씬 안전하게 느껴졌다,


두 남자가 걸어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대단하긴한데... 먼지 많이 묵을낀데


국제적인 트레킹 완주가 처음이래서 두 후배에게 ' 머리 올렸다' 고 해줬더니 현주가 ' 그 표현이 평소에 듣기 싫더라' 고 한다.

사실 나도 이런 상용구가 싫긴 했다




계곡아래 Sno 마을까지 내려왔다





검은 옷을 입은 수녀님





마을의 가장 높은 감시탑




동네 소녀들





베이스캠프인 스테판츠민다로 돌아왔다,

현주가 인터넷에서 보고 ' 한번 가보고 싶다' 는 Autobus 카페를 찾아왔다, 길가에 차들이 많이 세워져 있어 그 사이에 차를 끼워 넣으려니 인도에 서 있던 조지아 남자들이 주차 공간을 봐주었다.


낡은 버스를 개조한 카페.


커피 마시러 들어갔다가 케익이 먹음직스럽게 보여 골고루 주문. 29라리 (12,180원)



잠시후 주문한 거를 받아 왔는데 우리 다 바로 실망했다.



진열된 조각 케익 한덩어리 가격인줄 알고 주문했는데, 얇게 잘라 접시에 깔아 나왔다.

생선만 회를 뜨는 건줄 알았는데 여기 사람은 빵도 회를 뜨더라. 얄팍한 상술에 기분이 상햇다




어디서건 잘 보이는 게르게티 수도원


현주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상상한 거랑 카페 주변이 너무 다르다고 ... 이곳이 맞냐고 오히려 나를 의심했다,

넓은 풀밭 잘 가꿔진 정원에 카페버스가 있는 낭만적인 모습이었는데 실상은 좁은 공터 담벼락 밑 잡초밭.


그래서 표정들이 씁쓸하다




H가 맛있게 먹길래 커피 한잔 더 시켜 주었다. 4라리 (1,680원)


경찰차가 안 가고 계속 서 있어서 은근히 거슬렸는데


소들이 어슬렁거리며 그 주위를 애워 쌌다.


밖에 테이불에 서양 커플이 앉아있다가 현주랑 H와 눈이 마주처 서로 눈인사를 나눴다,


나 혼자 근처 ATM 기계를 찾아 나오며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바로 앞에 저 서양여자가 나에게 " That's a good idea " 라더니 갑자기 중국말을 하는 거다, 그래서 ' 죄송하다 한국인이다' 라고 했더니 당황하며 ' 자기 한국음식 좋아한다 '고 인사치례로 얼버무렸다. 나도 예의상 국적을 물어보고 독일인이라고 해서 뒤셀도르프 이야기 좀 나누다 나왔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서 ATM 기계를 찾아가니 구멍가게 만한 조그만 은행이 있는데 바로 우리 숙소 근처였다. Deja가 가깝다고 한 말이 맞음.

한번에 출금할 수 있는 한도가 적어서 500 라리씩 세번 출금.

카페로 돌아왔는데 독일인 커플이 아직도 앉아 있다. 인사하고 두 여인을 데리고 카페를 나왔다.


게르게티 수도원 가는 길도 알아놓을 겸 건너편 동네로 넘어 갔다.

마을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앞차가 느리게 가서 추월하려는 순간 속도를 내 내가 끼어들지 못하게 했다. 한국이었으면 창문열고 한바탕 붙었을텐데 그냥 ' 별 미친놈 ' 이라고 내가 양보했다.

동네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풀밭에 꾸며놓은 야외카페를 발견, 한켠에선 주인인듯한 남자가 모닥불을 때고 있다. 색다르고 전망도 좋고 식사거리도 써 있길래 공터에 주차하고 들어가려는데 앞집 남자가 나와 ' 차를 저 위에 대라' 고 퉁명스럽게 말해서 그냥 차 다시 타고 내려왔다.




골목길에서 승용차 한대가 올라오길래 천천히 교행. 운전석 창문이 열리더니 백인아줌마가 ' 게르게티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그쪽도 나랑 같은 초행길인가보다. " 여긴 올라가는 길이 없다 " 고 일러주었다,



이 동네에 BEBA BARI 라는, 힝칼리 잘하는 맛집이 있다는 정보가 있어 아까 Autobus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모르길래 포기했었다.

그런데 동네 뒷골목 주택가를 지나가다 우연히 그 집을 발견했다,


두 백인 아줌마도 마침 그 식당으로 들어가길래 ' 서양인에게도 유명한 맛집인가 보다 ' 기대를 하고 주차를 했는데 두 여자가 바로 나왔다. 불안한 맘에 현주와 H에게 들어가보라고 했는데 안에 젊은 여자 둘이 식사를 하며 ' 지금 안된다 ' 고 해서 아쉽게 나와야 했다.


룸스 호텔입구까지 갔다가 정문을 닫아 놨길래 그냥 차 돌려 숙소로 내려왔다,.







숙소 앞 마트에 입성.



러사이는 물론 구소련국가들까지 점령해 버린 팔도도시락.




컵라면등 사고 긴 줄 기다린 후 43.69 라리 (18,350원) 계산.

물가는 저렴했는데... 덕용으로 사탕, 초콜릿등을 수북히 쌓아놓고 팔길래 한 웅큼 집어와 계산대위에 펴 놓으니 여직원이 퉁명스럽게 다른 직원을 불러 무게를 재왔다.



마트 옆에 동네 빵집.

치즈 들어 있는 빵 3.5라리 (1,470원).  화로에서 바로 구워 따뜻했다.


우리가 호텔로 들어오는 걸 본 Beqa가 숙박비 미수금을 달라고 한다. 지 아쉬울땐 저렇게 말을 잘하는 얄미운 놈.

아까 현찰 찾은 걸로 나머지를 계산해줬다,영수증을 달라면 또 나무 장승이 될게 뻔해 포기.


뒷마당 한켠에 멋진 테라스가 있다. 관광객을 상대로 맥주등을 파는 Bar 로 꾸며 놓았는데 지금같은 성수기에도 손님 한명 없다. 그 곳에 저녁상을 차렸다,



뚜껑에 러시아 글자로 ' 도시락 '이라 써 있음


H가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 두개까지 있으니 진수성찬,



다국적 메뉴로 푸짐한 한상이 차려졌다




디저트는 마트에서 사온 초코릿과 사탕


조지아 꿀과 북숭아간쓰메(통조림)거 빠지면 서운하지


코카서스 고산준봉을 병풍삼아 게르게티 수도원을 바라보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저녁.

내 인생에서 뭘 더 바라리요.






「행복은 순간」이란게 인생의 진리.

식사를 거의 마칠 즈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추워졌다. 얼른 밥상 정리하고 방에 들어오니 6시.


여인들은 동네 마실 가고












지붕 간판에 써 있는 ' 더 '

현주는 한글이라 하고 난 기호라고 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1960년대 이베리아반도에 착륙해 스페인,포르투갈을 초토화시킨후 30년만에 간신히 박멸됐다, 그런데 2007년에 조지아에서 또 발병, 동유럽으로 퍼지는 바람에 EU국가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동네를 활보하는 저 통통한 돼지를 보니 왜 조지아에서 재발했는지 바로 이해가 됨.












페인트 냄새와 매연을 환기시키려고 방문을 밀었는데 ... 문이 꼼짝을 안한다,

현주가 마실 나가면서 ' 나 푹 쉬라' 고 열쇠로 방문을 잠근 기억이 났다. 그러면 안에서도 열 수 없다는 걸 누가 알겠는가. 참 가지가지 맘에 안드는 호텔이다. 이건 호텔이 아니라 TV도 인터넷도 안되는 감옥이다


얇은 이불속에서 몸을 웅쿠린채 나무토막처럼 차가워진 다리를 궁상스럽게 비비고 있는데... 라지에터에서 온수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짠돌이들이 왠일로 8시반부터 보일러를 틀어준댜~

방에 냉기가 가시자 그제서야 침대에서 빠져 나와 욕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