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5. 14:00ㆍGeorgia 2019
트빌리시와 카즈베기를 연결하는 간선도로에 진입했다. 러시아 국경을 오가는 대형 트럭들과 코카서스 산맥으로 향하는 관광버스 그리고 개인차량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왕복 2차선 컨베이어 벨트위에 뒤섞여 얹혀져 있엇다. 등뒤의 길들은 너무 한적해 낯설고 불안한 긴장감을 주었는데 눈 앞에 이 길은 사방에서 정신없이 조여오는 긴장의 신세계다
몇 백미터 달렸을까 ? 산아래에 건물 하나가 덜렁 세워져 있고 유리창에 'coffeeum' 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 드디어 조지아에서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실 수 있겠다' 는 설레임에 망설임없이 휴게소 앞 마당으로 차를 뺐다
여지없이 개 한마리가 꼬리와 귀를 한껏 내린채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잠시의 밀당도 없이 바로 벌러덩 누워 배를 까고 넙적다리를 쩍 벌렸다. 오랜 세월 흙바닥에서 터득한 이 개의 인생 철학이 전해졌다
' 배고픔 앞에 비굴함 따윈 개나 줘 버렸 ! '
건물 안으로 들어가 일단 화장실부터 알현후 커피를 주문하려고 메뉴판 앞에 섰는데 ... 드링크보다 식사 메뉴들에 눈길이 갔다.
직원에게 ' 지금 식사 돼냐 ? ' 고 물어보니 등뒤에 자그만 식당 문을 가리켰다.
가보니 안엔 손님이 하나도 없고 분위기가 썰렁해서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현주는 우리에게 메뉴판 밀치고 슬그머니 사라짐.
사진에 평소 관심 1도 없다가 곤란한 상황이면 카메라 들고 저러고 있음
대단한 출사후 결과물.
진하고 달콤한 알룐까 초콜릿을 어찌 포기할 수 있을까 ?
조지아는 아직도 러시아와의 물자 교역에 큰 의지를 하고 있다. 원래 군사용으로 건설한 이 길을 장갑차 대신 화물차들이 차지하고 있다.
옆 테이블에선 산맥을 힘겹게 넘어 온 트럭기사들이 모여 앉아 늦은 식사를 하고 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음식들이 다 맛있다.
치킨케밥이라고 적혀 있어 터키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막상 나온 건 러시아식이다
배도 어지간히 부르고 닭 순살이 퍽퍽해서 셋이 먹고도 남았다
자기 차례임을 직감한 개가 주변을 맴돌더니
이 세상에서 가장 예의바른 개는 ? 조지아 개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쪼그려 앉았다. 하는 짓이 대견해 치킨케밥 한덩어리를 떨궈 줬더니 얼른 물고 사라졌다,
이 늙은 개는 죽은 척 하는게 생존 방식인가 ?
옆에서 동료가 횡재를 하건 말건 그냥 내처 자고 있다,
주인인 듯한 중년 아줌마가 주문받고 서빙을 다 하는데 목소리가 걸걸하고 행동이 시원시원하고 친절하기까지 했다. H가 아까 마을에서 산 사과를 씻으러 비닐봉투를 들고 화장실로 향하니 아줌마가 채틀어가서 깨끗한 물에 씻어주었다
여독 다 풀림.
음식값 43.15 나왔는데 팁이라도 주고 싶어 45라리 (18,900원)를 놓고 나왔다.
나오는데 H가 옆 테이블에 남은 바게트빵 한조각을 자연스럽게 집어와 일순 당황했다,
차 속도를 높여 본선 도로에 진입.
산모퉁이를 오르자 시원한 Zhinvali 호수가 왼편으로 나타났다
전망좋은 공터에 트럭 간이가판대.
관광객들이 잠시 멈춰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누런 러시아식 털모자를 써 보고 있다.
쌀 씨눈처럼 호수끝에 아나누리 요새 (Ananuri fortress)가 박혀 있다
여행전엔 이곳을 그냥 한적하고 외진 곳에 성당이려니 상상했는데, 실제 와 보니 넓은 주차장, 수많은 차들, 차량보다 더 많은 전세계 관광객들, 일렬로 늘어선 기념품점등... 이미 뜬 유명관광지였다.
주차하고 성당으로 향하는데 큰 개 한마리가 늑적지근하게 다가오더니 내 옆에 조용히 섰다. 딱히 먹을거나 금전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하도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워 내가 개 주인인줄 착각 할 정도였다.
현주와 H는 성채를 둘러보러 내려 갔고 난 경사가 가파라서 포기하고 그냥 주차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한켠에선 인부들이 계단공사를 하고 있다
이하 현주사진
닭과 개는 평화롭게 공존하는데 러시아와 조지아는 왜 그게 안되는가
돌을 음각 양각으로 섬세하고 예술적으로 조각해 놓았다,
한편 나는 벤치에 앉아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데 조지아 남자 둘이 옆 벤치에 와서 앉았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운전이나 판매를 하는 업자들 같아 보였다. 처음엔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는가 싶더니 점점 언성이 높아져서 육박전 직전까지 갔다.
나이 많은 남자가 현명하게 자리를 떴다.
" China ? "
뻘쭘했는지 혼자 남은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가 들고 있는 삼성폰을 가리키며 ' Korea' 이라고 했더니 ' 현대자동차도 한국' 이라며 아는 체를 했다
청년도 와서 앉고
그가 켜준 구글 번역앱을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장 궁금한 것을 화면에 찍었다
' 지금 9월에도 카즈베기 산위에 눈이 있어요 ? '
옆 젊은이랑 서로 상의하더니 이렇게 답해 주었다. ' 만년설 '
조지아어,한국어를 몰라도 대화가 가능한 세상. 스마트폰이 21세기의 바벨탑이다.
잠시후 두 여인이 돌아왔다.
어둡기 전에 카즈베기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구글 인용>
아나누리를 떠나 북으로 !
넒은 도로를 느긋하게 활보하는 소와 돼지들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조지아인들이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지...
통행량이 많아 추월도 쉽지 않았고, 간신히 추월한다해도 얼마 못가 또 대형 트럭 뒤를 얌전히 따라 가기 일쑤였다,
청정자연인건 맞는데 창문을 열수 없을 정도로 도로는 매연터널이다
수 km 내내 계속 산 경사로를 올라가는데
주변 지형들은 왠지 점점 더 높아지기만 했다. 제주도 도깨비도로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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