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5. 09:00ㆍGeorgia 2019
한밤중 동네개들 짖는 소리에 깼다, 보통 이 정도 소음이면 충분히 안면방해가 될텐데 여기 주민들은 이골이 난 듯하다. 안 그랬음 진작 된장 발랐을껄 ?
또 다시 깼을땐 창 밖에 환했다, 6시 50분.
7시 넘어 현주와 H는 아침 조깅을 나갔고 난 씻고 나오다 미끄러져 샤워부스 턱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오늘도 인스턴트 커피 한스푼에 꿀 듬뿍 풀어 찐한 모닝커피를 즐겼다. 노트르담 옆 에스프레소, 빤떼옹 앞 카페라떼, 차낙칼레 터키커피, 카스텔데펠스 카페콘레체, 싸이공 까페쓰어다, 브리스톨 코스타커피, 캔버라 롱블랙, 헌츠빌 팀홀튼커피에 비할소냐. 조지아에선 허니커피가 인생커피다.
어젯밤 손님을 접대하는 게라리의 어두웠던 표정이 기억나 ' 어제 손님들은 러시아사람들인거 같던데... ' 하니 그렇다며 얼굴에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2008년 러시아는 남오세아티아와 압하지아 땅을 무력으로 점령했는데 그 면적이 조지아 국토의 20%나 됐다. 덕분에 카즈베기에서 메스티아를 가려면 트빌리시쪽으로 삥 돌아가야 해서 이번 여행에 메스티아를 빼게 되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게 하는 짓을 봐서는 조지아의 남은 땅도 날름거리지 않는단 보장도 없다. 조지아란 나라 자체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부국강병이 절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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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방에 와서 100라리 지폐 3장을 빼와 국민학교때 방위성금내던 기분으로 숙박비 (126,000원) 를 치뤘다
짐꾸리랴, 꽃단장하랴 바쁜 현주를 두고 나 먼저 나왔다,
트빌리시에서 산 해바라기씨가 주머니에서 천덕꾸러기가 됐길래 새라도 먹으라고 난간과 화분옆에 쪼르르 깔아주었다
나오다 배낭 무게때문에 몸이 한쪽으로 쏠리며 넘어지려는 순간, 게라리가 뒤에서 수퍼맨처럼 날아와 부축해 주었다.
형식적인 친절이 아니고 ' 마음이 진정 따뜻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차 상태가 걱정되어 시동을 걸어 보았다. 왠일인지 첫 시도에 '부르릉' 잘 걸렸다. 끄고 다시 걸어보니 이번엔 좀 힘겹게 걸렸다.
옆에서 그 소리를 듣던 게라리가 ' 배터리가 부족한거 같다 ' 고 한마디 했다.
게라리 차.
조지아 사람들 벤츠 참 많이 탄다.
타마라까지 배웅을 나왔다. 늦게나마 나이를 물어보니 50 이라고 한다. 같은 5 학년이라 헤어짐이 더 아쉽다.
시그나기 성곽을 빠져나와 산중턱쯤 내려오는데 인적드문 찻길을 배회하는 개 한마리를 만났다. 노쇠해지자 마을 무리에서 쫓겨난 듯했다. 측은지심에 먹을 걸 던져주자 허겁지겁 달려 들었다.
산을 내려와 삼거리에서 네비지시를 무시하고 북진했더니 자꾸 트빌리시쪽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했다. 지름길로 질러 가려는 속셈이었는데 그때 네비 말 들을껄...나중에 후회했다
오리떼가 길을 건너려다 내 차를 보고 되돌아간다
' 여기가 아닌가벼~ '
찻길을 건너려는 오리들이 너무 위험해 보여 창문을 열고 ' 조심하라' 고 꽥꽥거렸더니...
오리들이 일제히 나를 보며 합창하듯 꽥꽥거렸다 ' 너나 잘해 '
오리와 대화하는 기술을 궁금해 하는 두 후배에게 차 안에서 특강을 해주었다.
삼거리에서 어제는 와이너리가 널려 있는 카헤티 평원쪽으로 갔는데 오늘은 텔라비(Telavi)로 향한다
텔라비 시내에 들어왔다
제법 큰 도시인데 대로변만 건물들이 번듯하고 그 뒤부터 언덕까지 빼곡히 들어선 집들은 딱 한국 달동네 모습이었다
사거리를 지나 규모가 큰 주유소에 들어갔다. 기름 가득 채우고 74 라리 (31,080 원)
신용카드를 꺼내자 덩치가 곰만한 사내가 (고장났다는듯) 단말기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현찰을 달란다.
지폐로 75라리를 냈는데 잔돈 줄 생각을 안 한다. 안 가고 뭉기적거렸더니 마지못해 거스름돈 1라리를 내줬다
주유소를 나와 본선에 진입하려고 깜빡이를 켰더니 오던 차가 속도를 줄이고 기다려주었다. 조지아에서 처음으로 차선 양보를 받은 기분이 감동이다. 아저씨 한사람이 텔라비의 인상을 확 바꿔 놓았다
거대한 산맥이 우리가 달리는 길 양편에서 솟아 있다
좀비차.
조지아 와서 처음 마주첬을땐 놀라고 무섭고 신기했는데 이젠 너무 흔해서 그냥 가볍게 추월
심심해서 차 세우고 소들에게 말도 걸어보고...
운전이 지루해질 즈음 시골길 가로수 사아에 차를 세웠다
현주가 갑자기 기겁을 하길래 얼른 가봤더니 사마귀가 풀인척 위장을 하고 있었다. 무서워 얼른 차에 올라 타고 줄행랑
담벼락과 쓰레기통에 Russia is accupant ! FUCK Russia 등의 글자가 써 있다
마을 뒤 뚝길에서 남자가 길바닥에 철푸덕 주저 앉아 타이어를 고치고 있다.
차가 등뒤로 바짝 지나가도 비킬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마을사람들이 우리를 유심히 처다봤다
아스팔트 끝에
비포장길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우리 앞에 차 한대가 있어서 죽어라고 쫓아갔다. 갈림길에서 네비는 산위로 올라 가라고 하는데 한눈에 봐도 험해 보였다, 앞차도 잠시 멈춰 우리랑 똑같은 고민을 하더니 이내 완만한 들판 길을 선택했다. 그 차 뒤를 착실히 따라갔다,
과연 이 길이 맞나 ? 오늘내로 도착은 하려나 ? 타이어 빵구나는 거 아냐 ? 아까 네비가 알려준 길을 갈껄 ...
산모퉁이와 고개를 몇개나 넘어도 먼지나고 덜컹거리는 돌길이 끝날줄 모르고 계속 됐다,
산속에서 갑자기 줄지어 서 있는 차들을 만났다. ' 이제 길까지 폐쇄된건가 ? '
도로공사중이었다
<DOO AN>
거친 돌들이 차 바닥을 치고
포크레인이 긴 팔로 위협하고
거대한 덤프트럭이 바짝 붙고...
Quo Vadis ? 그저 울고 싶은 심정이다
어느새 내 차뒤로도 차들이 붙어오고 있었다
SUV 가 그저 부러울 뿐
공사구간을 무사히 빠져 나왔어도 비포장 도로는 한동안 계속 되었다,
그러다 포장도로를 만났다... ' 우와 이제 해방이다 ! '
기쁨도 잠시. 또 비포장... 뭐 하자는 건지.
앞차가 너무 조심조심 가길래 천천히 추월하게 되었다. 그 동안 고마웠다고 인사라도 할겸 옆을 보니 젊은 청년이 아버지뻘 되는 남자를 태우고 전방만 주시한채 신중하게 운전하고 있었다,
몇개의 산을 넘은지 세다 잊어먹을 즈음에 드디어 제대로 된 포장도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소들이 길을 막아섰다,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콘 피하듯 요리조리 빠져 나갔다,
한적한 시골길. 이제 좀 살거 같아서 창문도 열고 속도를 내봤다,
이번엔 양떼
양치기는 풀숲에 엎드려 곤히 잠들었고 그 옆을 쉽독 (Sheep dog) 이 충실히 지키고 있다
또 한참 시골길을 달리는데 멀리서 지축을 흔드는 조짐이 느껴졌다
큰 덩치들이 도로를 점령한게 겁나게 돌진하고 있었다, 어디 로데오라도 가나보다.
우물쭈물 대다간 뿔에 받힐거 같아 얼른 갓길로 차를 뺐다,.
조지아에서는 도로를 따라 노란 파이프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집집마다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다
도로가 얼마나 한적한지, 휠체어탄 아저씨랑 할아버지가 길위에서 한참 회포를 풀고 있다
썰렁한 공원
도로 철재 덮개가 없는 곳에 조심하라고 큰 나무밑둥을 세워 놓았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당나귀
지금까지는 분지였나보다. 갑자기 급경사가 계속 되었다.
위험한 낙석
계곡아래 저멀리 마을이 보인다.
이 외진 산간도로에서 무섭게 생긴 개 두마리를 만났다.
우리가 차를 멈추자 차창에 발을 올리고 꼬리를 흔들었다.
운전자들이 먹을걸 많이 던져 줬는지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았다,
아랫마을 Chinti 까지 무사히 내려왔다.
동네 아줌마가 농사지은걸 집앞 길가에 내놓고 앉아 있길래 숨도 돌릴겸 차를 세웠다,
과일 이만큼이 2라리 (840원)
산을 단칼에 베어버린듯 무지막지하게 만든 도로. 방금 우리가 내려왔던 길,
멋모르고 갔지만(빨간 선) 다시는 고집 부리지 않고 네비 말(파란 선)을 잘 듣겠다고 반성한 루트.
저런 요지의 길이 아직도 비포장인걸 보면 조지아가 가야 할 길이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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