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4. 13:00ㆍGeorgia 2019
빙빙 산을 돌아 내려오자 조지아의 일반적인 시골이 시작되었다,
21세기와 동떨어진 느낌
할일없이 몰려 다니는 동네 남자들
먼저 진입한 좌측 차량이 우선인 로터리의 교통법규에 따라 잠깐 멈췄는데 아랫 사진의 하얀 차가 안 가고 계속 서 있다.
모지 ? 그제서야 그 차 앞에 그려진 노란 정지선이 눈에 들어왔다,
난해한 조지아의 교통문화.
제법 큰 도시를 지난 후 우측 평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양옆으로 포도밭들이 지평선을 이루었다,
눈앞을 가로 막은 고산준봉들이 러시아와의 국경경계다.
앞 승합차를 따라가며 지루한 드리이브길이 계속 되더니
에스코트 해주던 앞차와 헤어저 한눈에 봐도 가난한 동네로 불쑥 들어왔다.
차 한대 다닐 정도로 좁다란 골목길에 있던 마을 사람들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면서 이리저리 돌아
물웅덩이가 곳곳에 포진한 진흙길을 건너 마을 뒤로 나와바렸다,
우리가 지금 찾아가는 성당은 분명 큰 도로옆에 있던데... 느낌이 싸~하다.
눈앞엔 울퉁불통한 우마차로인데 네비는 조금 더 가라고 채근했다. 현주가 옆에서 말리는데도 지금까지 온게 억울해 조금 더 들어갔다. 가보니 성당은 커녕 벽돌한장 없는 산길 초입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찾아 놓은 GPS 좌표가 잘못 됐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마을 뒤 공터까지 차를 후진해 나왔다
시동 껐다간 다시 안 걸릴거 같아 그대로 둔채 현주와 H에게 내려서 산책이라도 하라고 권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챙피해서.
경건한 성당을 기대했던 두 여인은 음탕한 말 엉덩이에 기가 차서
줄 끊어진 연처럼 돌길 위를 배회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포기. 두번째 목적지를 네비에 찍고 다시 출발했다.
할머니 한분이 물웅덩이 흙길을 다 걸어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나갔다,
왔던 길을 소득없이 다시 돌아 나가려니 성질이 뻗처 차 속도가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가정집 가판대
구루마
오픈카
두번째 목적지 Khareba 와이너리.
거의 다 와서 네비가 또 없는 길을 안내해서 시껍했지만 지형을 넓게 파악한 후 빙 돌아 들어가니 다행히 이정표가 보였다,
정면 와이너리 입구. 양편으로 와인 판매점과 경비실 같은게 있다
앞마당 자동차 틈 사이에 주차.
끄기 찜찜한 시동을 끄고 몇시간 만에 차에서 내려 허리를 펴 본다.
본네트 때가 다 일어난 오래된 차
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미니 포도밭이 있고
거대한 와인탱크들이 수소폭탄처럼 도열해 있어서 이 곳의 규모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공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려하자 한 남자가 레스토랑쪽으로 가시라고 안내했다,
약간 조잡하지만 중세 성처럼 만든 건물. 안에 숙박시설도 있다.
키 큰 나무 숲아래에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 처자에게 와인시음 가격을 물어보았다. 와인 한병에 10 라리, 한 사람당 45라리
가격도 양도 부담스러워 ' 잔으로 시음할 수 있나 ? ' 물어보니 와인 3종류, 인당 15 라리 (6,300 원) 라고 한다. 난 운전해야 해서 현주와 H 두명만 신청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15 라리가 일반적인 가격대였다, 더 싼 건 잔당 2라리 짜리도 있었다.
편한 자리 앉으시라 해서 볕이 잘 드는 야외 자리를 골랐다. 직원 말고는 손님이 없어 조용하다,
여직원이 와인리스트를 불러 주기에 스위트, 드라이, 화이트, 레드등을 골고루 섞어 세개를 골랐다
잠시후 냉장고에 보관되어 시원한 와인 3병을 가져왔다,
와인의 산지와 특성을 설명해 주는 직원
와인 몇모금에 벌써 눈이 풀려버린 현주.
덕분에 남은 와인은 내 차지가 되었다,
술이 들어가자 ' 여기가 어딘가, 난 누군가...'
며칠만에 지구 반대편 어디 구석까지 날라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숲속에서 푹신한 소파에 앉아 치즈를 안주삼아 와인을 음미하고 있는 이 순간이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며 행복감에 도취됐다.
술맛 ? 와인엔 문외한이지만 첫맛은 시원 쌉쌀하고 뒷맛은 기막히게 달콤하더니 결국 황홀해져버렸다.
술이 깰때까지 느긋하게 쉬고 휘튼치드 심호흡하며 주변을 산책했다.
한두팀 손님들도 오고, 현주가 이제 괜찮다고 해서 일어났다.
30 라리 계산해주고 화장실 들렸다 와이너리를 나왔다
정문에 있는 와인샵,
차 세워놓은 주차장으로 나오다 보니 옆으로 또 다른 정문이 있고 거기에 Khareba 와이너리 이름이 써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방금 들어가 시음한 곳은 카레바가 아니고 그라넬리라는 와이너리였던 것이다. 교묘히 혼동되게 만들어 놔서 낚여 버렸다.
카레바는 동굴 와인 저장고가 유명하다고 하니 그곳도 들려보기로...
내가 먼저 차 끌고 들어가고 현주와 H는 산책겸 천천히 숲길을 걸어 들어왔다
이 와이너리는 입장료가 있었다. 인당 5 라리 (2,100원).
동굴 입구에서는 민속의상을 입은 남자들이 웰컴공연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공연이 끝났는데 표정과 자세가 영 떨떠름해 보였다, 아무도 팁을 안 줘서 그런가 ?
어두껌껌한 동굴안으로 들어가는데
매표소에 서 있었던 남자가 관람객들을 이끌고 뒤에서 나타났다.
사람들이 모이면 이끌고 들어오는 우리 담당 가이드였다
동굴안이 서늘해서 담요들을 걸치고 다닌다.
와인항아리를 묻은 곳에서 설명이 끝나고 일행들이 이동했다. 또 다른 팀이 들어오고 여자가이드가 있길래
" 이 독이 비어 있나요 ? " 물었더니 우리 담당 가이드를 불러 인계했다. 언어별로 전담 가이드가 따로 있었고 우린 영어가이드.
한국어 전담은 언제 오려나 ?
가이드 설명이 끝나고 와인 시음순서.
우린 다른 곳에서 벌써 한잔 했기에 2차(와인시음 티켓)는 안 끊어서 그냥 나오려는데 가이드가 " 포도씨유를 한번 드셔보시라 " 고 권했다.
시식후 자리를 뜨는데 일행이었던 서양사람들이 작별인사를 해서 약간 당황했다. 몇분사이에 유대감 ?.
현주가 삼페인을 먹고 싶다고 해서 입구에 있는 판매점에 들렸다. 마침 삼페인도 팔고 있었다.
7.5 라리 (3,150원) 짜리 한병을 샀다. 병값이나 나오려나 ? 싶을 정도로 싸다.
바닥에 자그만 동전이 하나 떨어져 있길래 주워서 계산대 여직원에게 건네주고 나왔다,
아까 들어갈때 중국인 남자 몇이 내 옆에 서서 유심히 힐끗거리길래 일부러 피했는데 나오다가 그들을 다시 봤다.
구내 전동카트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무료인거 같아 주차장에 서 있는 또 다른 카트에 가서 탈 수 있는지 물어보니 ' 산중턱에 있는 레스토랑을 왕복하는 용도' 라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내가 카트 물어본 직원이 동굴 안으로 가서 잠시후 나이든 남자 한명을 데리고 나에게 왔다, 복장을 보니 아까 공연하던 남자였다.
나이든 남자가 " 터널 안으로 들어가면 산중턱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그걸 타라 " 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지금은 생각이 없어 사양했다.
돌산속을 뚫고 승강기를 설치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꽃이 만개한 정원 화단에 앉아 한참 수다떨다 또 다른 와이너리를 네비에 찍고 이동한다.
아까 왔다갔다 했던 그 길인데 몇번 봤다고 이젠 정들게 생겼다.
큰 길에서 떨어진 산밑 동네 안으로 들어왔는데 의외로 꽤 커서 놀랬다,
구소련 스타일의 극장과 조지아 성당이 마주 서 있는 좁은 광장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찾는 와이너리는 안 보였다.
네비가 잘못 됐나 싶어 또 다른 앱으로 GPS를 찍어 찾아갔지만
녹슨 거대한 물탱크,
전사자 사진을 박아 놓은 스탈린 추모탑
마차를 타고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신나게 뛰어 노는 동네 아이들만 보일 뿐 ...
오늘 목적지들을 연속으로 실패하자 내 완벽한 여행 시스템에 치명적인 에러라도 발견 된 양 앞으로의 여정들이 걱정됐다,
동네를 나오다 구멍가게 발견, 계속 바람맞춰 일행에게 미안하고 머리도 식힐겸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간절한 타임이다. 골목 입구에 차를 세우고 얼른 들어가 보았다,
물건들을 알록달록 이쁘게 진열한 가게.
우리 셋이 들어서자, 한국인 아니 황인종을 첨 본 동네 아줌마들이 일순 긴장했다,
아이스크림, 콜라, 빵, 초콜릿 등을 샀는데 5라리 (2,100 원)정도 밖에 안됐다.
공산품 가격까지 이렇게 쌀 줄은 ...
두 사람이 먼저 가서 차에 올라탔는데 차가 슬슬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닌가 ? 기겁을 하고 얼른 갔더니 다행이 차가 한뼘 정도 움직이다 멈췄다.
아까 내릴때 기어를 P로 놓는 걸 깜빡 한 것이다. 그대로 차가 굴러 큰 길에서 사고라도 났으면 어쩔뻔 했을까 ? 상상만해도 오싹했다.
이번 조지아 여행은 매일매일 큰 고비들을 가까스로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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