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3. 09:00ㆍGeorgia 2019
어제는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아 피곤했는데도 시차 때문에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태양도 막 기지개를 펴고 있다.
창밖에 보이는 시가지는 트빌리시 북서쪽 외곽인데도 제법 큰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다
양 언덕 사이 계곡을 메꾸던 건물들이 산등성이까지 뻗어 올라가고 있다 .
조지아가 전세계 관광업계의 차기 먹거리로 주목을 받는 만큼 트빌리시를 개발해야 하는데 올드타운은 손을 못 대니 변두리가 오히려 더 발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침에 시간이 남아돌아 ' 밥 먹기 전에 트렁크를 차에 실어놓자 '고 현주랑 의기투합 했다,
로비에서 남자직원이 트렁크를 차에 옯겨 주었다. 현주는 호텔주변 산책을 갔고 난 로비로 돌아와 잡지를 들춰보고 있으니 H가 내려왔다.
어제 뚱뚱한 아가씨 대신 마르고 약간 나이가 있는 여인이 프런트를 맡고 있다. 조지아 글짜로 쓰여진 잡지를 보다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여인에게 물어보았다,
" 이 글자는 조지아만 쓰나요, 아님 주변 나라도 쓰나요 ? "
" 조지아만 써요 "
" 한국도 주변 중국과 일본하고 전혀 다른 고유의 글자가 있거든요 "
" 그래도 세 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조지아는 주변 나라와 언어,문화가 완전히 달라요. 아제르바이잔은 무슬림이고 아르메니아는 조지아랑 같은 그리스도교인데 또 약간 달라요 "
힘찬 목소리에서 조지아인으로서의 긍지가 느껴졌다. 지구 반대편 극동아시아에 대한 그녀의 지식과 뚜렷한 역사의식을 보건데 ' 아마 이 호텔의 여주인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대화를 더 이어갔다.
호텔이 주변 건물과 외관이나 규모가 비슷한 이유를 물어보니, 한 건설사가 똑같은 건물 4동을 순차적으로 짓고 있는데 이 건물만 호텔이고 다른 건물들은 빌라 같은 주거용이라고 한다. 호텔 오픈한지 1년 되었는데 정원이 없어서 옥상에 수영장과 실내 Gym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제 간 Lisi 호수의 유래도 알려주었다
" 어제 Dry bridge market 에 갔는데, 보통 얼마정도 깎아달라고 해야 하나요 ? "
물었더니 우문에 촌철살인으로 현답을 내려주었다
" 상인들은 내국인, 외국인, 그것도 국적마다 부르는 가격이 다 달라 일반적으로 얼마라고 말할 수 없어요 "
마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현주가 프런트 여인에게 " 아름답다 " 고 하자 수줍게 " 24시간 근무해서 얼굴이 피곤한데..." 라고 부끄러워 했다.
인사치레에 샤앙지심과 덕담보시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 근자감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9시 조금 넘어 식당으로 올라갔다. 오늘도 빈 자리가 태반이라 언덕이 보이는 곳에 앉았다.
발코니 문을 열자 신선한 바람이 커튼을 살랑살랑 흔들며 불어왔다,
언덕위에서 조그만 셔틀버스가 내려와 사람들을 싣고 올라갔다,
잡초가 듬성듬성한 흙길을 질러 내려오는 남자들도 보이고 시내버스에서 내려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올라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딱 봐도 고삐리때 껌좀 씹었을거 같은 젋은 아가씨가 높은 스툴에 혼자 앉아 있었다,
우류를 물어봤더니 앉은채 ' Cold ! Hot ! " 스텐레스 보온병 두개를 손짓했다, 찬 우유를 유리컵에 따르려고 하자 사기로 된 커피잔을 손짓했다. 쫄아서 얼른 잔을 바꿔 우유를 따라 왔다. 식탁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현주가 몸을 기울여 조용히 속삭였다.
" 나도 무서웠어 "
어제랑 메뉴에 살짝 변화를 주어서 정성이 느껴졌고 여전히 맛있다
수박이 하도 맛있어 보여 가져왔는데 한국수박 이상으로 달고 시원했다.
디저트 과자도 고급스런 맛.
점심까지 미리 다 먹고 객실로 와서 양치후 가벼워진 가방하나 들처 매고 로비로 내려왔다.
24시간 근무해서 얼굴이 피곤하다던 여인은 그사이 어디가고 인상이 순해보이는 아줌마가 체크아웃을 담당하고 있었다. 불러 주는대로 458.2 라리를 결재 (알고 있는 금액과 달라서 일부 선결재해간 거로 생각했다) 하고 차에 와서 떠날 준비를 하는데 아줌마가 나오더니 우리 차로 다가왔다. 룸넘버를 다시 확인하더니 ' 싼 방으로 잘못 계산해서 죄송하다' 며 37.4 라리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현주에게 카드를 주며 차액 계산하라고 보냈다. 총 495.6 라리 (208,152원) 결재. 오늘 아줌마 시말서 쓸 뻔.
삼겹살집 솥뚜껑처럼 생긴 이 건물은 병원,
아랫마을을 지나
시내를 등지고 북쪽으로 계속 올라간다.
변두리에서 맥도널드를 첨 봤는데 이 나라에서는 고급 레스토랑 필이 났다.
차선 없는 넓은 도로엔 손잡이가 떨어진 차, 도색을 사포등으로 빡빡 밀은 차, 범퍼 떨어진 차, 임시 땜빵한 차들이 뒤엉켜 지루한 정체, 막무가내 끼어들기... 아수라장을 조심조심 방어운전하며 빠져 나왔다
조지아의 일반적인 고층 아파트 모습.
발코니를 제각각으로 꾸며 놓아서 더 후저 보임
변두리의 가난한 지역을 돌아 고지대로 올라갔더니 넓은 호수가 가슴을 후련하게 트여 주었다
정면 야산 꼭데기에는 뭔 시커먼 것들이 어수선하게 박혀 있었는데...
불타고 남은 숯처럼 보였다
그런데 저게 우리가 지금 찾아가는 ' 조지아 연대기 (The Chronicle of Georgia)' 였다는 거.
산길을 타고 오를수록 조형물이 더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바리케이트 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내릴 준비를 하는데 소나무 그늘 아래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대놓고 우리를 구경했다.
차문 잠긴거 그들에게 확인시켜주고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계단을 오르는데 옆 조그만 사무실에서 관리직원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나오더니 우리에게 뭐라고 했다. 현주가 놀라서 " 입장료 ? " 라며 나에게 물었다. 멈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 차 끌고 올라가라 ' 는 손짓이었다,
현주와 H는 그냥 걸어 올라가기로 하고 나는 차로 돌아와 구경꾼들에게 혀 내밀어 메롱~ 해주고 얼른 시동을 걸어 바리케이트 앞으로 가자 사무실 안에서 원격 버튼으로 쇠파이프 바리케이트를 걷어 주었다. 고맙다고 손 흔들어주고 산모퉁이를 돌아 정상으로 향했다
인터넷에서 찾은「조자아연대기」항공사진
< 믈릭하면 확대됨>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
난 편하게 올라와 뒷마당에 주차하고 조금 기다리자 두 여인이 힘겹게 올라왔다,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이 연상되는 조지아 연대기 기념비.
각 기둥마다 조지아의 역사를 새겨 넣었다.
비교적 최근인 1985년에 건설되었고 아직 미완성이라곤 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벌써 판넬이 떨어져 나간 곳도 있고, 보수하려고 비계(아시바)를 설치해 놓기도 했다. 유럽의 건물들이 수십년 수백년에 걸처 지어졌다고 자랑하는데 솔직히 쩐(공사비)이 넉넉치 않은게 젤 큰 이유다. 조지아가 이런 기념비 하나 후다닥 완성할 능력이 안되거나 누가 중간에 계속 삥땅치거나 하는 듯,
私見으로 ' 조각상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이고 내부에 승강기와 꼭대기에 전망대를 만들고 기둥 상부를 서로 연결하는 난간을 만들면 더 좋았겠다' 란 아쉬움이 들었다
뒷마당에 조그만 예배당
구석에서 한 남자가 전기드릴로 열심히 돌을 다듬고 있다.
그 꼴을 보니 ' 이 기념비도 200년 짜리구만 ' 견적이 바로 나왔다.
단체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성문 입구에 초를 밝히는 센스.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 가시거리가 수십 km 는 되어 보였다
'성당을 향해 기도하는 포즈를 취하라' 고 했더니 장난기가 발동한 두 여자들이 삼신할매께 축원하는 흉내를 냈다.
계단을 올라가 기단위에 서자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이 호수 이름이 Tbilisi sea 다. 넓은 건 인정하는데 바다라고 하긴 ...
뿔에 술 따라 원샷시키는 거나, 사람이 보라는 건지 신이 보라는 건지 크게만 지은 저 연대기나, 둥그런 호수를 바다라고 우기는 걸 보면 예네들 허세도 병적인 거 같다.
의외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 물 색깔이 파란건 혹시 방사능에 오염되어 그런거 아니냐' 고 실없는 농담을 했다.
※ 소비에트 시절 소련은 핵무기 실험은 카자흐스탄, 원자력 발전소는 우크라이나에 건설했다. 지금 그 나라들이 국토는 넓지만 방사능에 오염되어 골치를 앓고 있다,
차 세워 놓은 곳에 와보니, 석공이 다듬은 돌을 실어 나르려고 트럭이 내 차를 막고 있다.
차를 빼달라고 하고 얼른 시동걸어 자리를 바꿔주었다,
언덕을 내려오는데 풍광에 반한 현주 습관이 또 도졌다
" 여기에 집 하나 사주라 "
호수 옆을 지날때는 세명 모두 벌써 조지아 부동산의 큰손들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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