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Kura강변에서 먹는 따뜻한 치킨스프

2019. 9. 2. 22:00Georgia 2019

 

 

 

 

그림액자들이 찻길을 따라 쭈욱 걸려 있는 것을 보니 Dry bridge market 에 잘 찾아왔나보다,

다리를 건너 이면도로로 접어 들었는데 갓길 양편으로 상인들이 자기 차를 알박기 해놔서 리어카 한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시청앞 번잡한 대로까지 떠밀려왔다,

 

 

 

 

날 위해 준비했다는 듯, 길 건너편에 차 한대 댈 자리가 대뜸 눈에 들어왔다, 부리나케 두 나무 사이 땅바닥에 낑겨 넣고 있자니 주변에 서 있던 할아버지가 와서 공간을 봐 주었다.

고마우려는 순간 할아버지 옆구리에 낀 형광봉을 봐 버렸다. ' 삥좀 뜯기겠구만' 

차에서 내리는 나에게 할아버지가 여지없이 당당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 3 라리 ! "

오늘 벌써 두번째 당했지만 그래도 하난 건졌다. 이 나라의 사설 주차비는 '3 라리' 라는 불문율.

' 사람 바보 되기 쉽구나. 여튼 그 돈 받고 딱지 안 떼게 잘 봐주겠지 ' 싶어 1,260원을 주면서 별로 아깝진 않았다,

 

 

쨍쨍한 햇빛에 고개를 푹 숙인채 언덕길을 올라간다.

잡초가 무성한 보도, 까진 화단이 ' 여기가 유럽이 아니라' 고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Dry bridge 지하철역 위에 자리를 편 이 상설시장의 주요 품목은 무명화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지만, 골동품이나 중고품을 내 놓은 벼룩시장도 사이사이 끼어 있다.

 

 

 

 

 

 

 

 

 

 

 

 

 

 

안쪽 공원엔 중장년 남자들이 딱히 할일없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는데 그 위세로만 봐서는 집회,시위,데모가 막 터질 분위기였다. .

 

 

 

 

 

 

 

 

 

 

사진 왼편의 서양 모녀가 우연히 우리랑 동선과 속도가 겹쳤다, 그러다보니 옆에서 답답했는지 불쑥불쑥 끼어들어 통역을 해주었다. 예의상 감사를 전하며 ' 어디서 왔냐' 고 물어보니 여기 조지아사람이었다.

할머니가 소꼽장난처럼 뭘 펼처 놓고 앉아 있다,

 

 

간단한 간식거리였다.

해바라기씨 한봉지 0.2 (84원) 사탕은 0.1 라리 (42원)라 해서 하나씩 달라고 하고 1라리를 냈는데 ...

 

 

0.5 만 거슬러줬다.

' 할머니까지 날 바보로 아나, 아님 할머니가 바본가 ? ' 

안 가고 손바닥을 흔들자 마지못해 0.2 라리를 토해냈다. 할머니는 바보가 아니라 야바위꾼

 

 

 

 

 

 

 

 

 

 

 

 

의외로 품목이 다채롭다. 이 기관단총이 욕심 나는데 나이 50에 테러범되긴 좀 무리겠다 싶어 꾹 참았다,

 

 

 

 

사자 먼저 Die 시키고도 힘이 남아돌아 호랑이랑 다이다이(맞장) 뜨는 조지아 민화.

다음에 이 형상을 또 마주치게 된다.

 

 

 

 

 

 

조지아 전통 와인잔 깐지 (Kantsi)

보통은 염소나 양의 뿔로 만드는데 황소뿔도 종종 쓰인다. 받침이 없음 세워놓을 수가 없어 술을 한번에 다 마셔야 한다. 역시 마초의 나라답다.

 

 

다리 위에서 두 여인과 헤어졌다. 그녀들은 언덕 저편으로 넘어가고 난 백수포럼이 열리는 공원으로 끌리듯 발길을 돌렸다,

아래 사진들은 현주가 본 풍경

 

 

공원 북쪽이 지대로 그림시장,

 

 

 

 

 

 

 

 

 

 

 

 

 

 

 

 

 

 

한편 난, 난간에 카펫을 걸쳐놓은 계단을 내려와 ...

 

 

 

 

 

 

 

 

새들이 땅바닥 곳곳에 내려와 먹을 걸 쪼고 있다

 

 

 

 

 

 

중년 남자가 혼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날 보고 옆자리를 권했다. 기우뚱거리는 의자에 앉아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백인의 조상인 코카서스인종(Caucasoid)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 47세의 이 남자는 영어가 전혀 안 통했다. 자긴 부동산 중개인이라며 표찰을 보여주는데, 일정한 사무실도 없이 길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숙소를 소개해주고 뽀찌 뜯어 먹는 삐끼로밖에 안보였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나마 요즘은 일이 없다고 신세한탄을 했다,

 

 

※ 이름을 듣고도 바로 까먹었는데 다행히 귀국전날 그를 다시 만나 이름을 물어 볼 수 있었다.

    세자르 ! (세잔느랑 발음이 비슷해서 못 잊을 거 같다) 

 

 

 

현주랑 H가 공원으로 날 찾아왔다. 세자르와 인사시키고 헤어져 근처 카페에 갔는데 문을 닫았다.

 

쿠라강쪽으로 나왔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헌책방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고

 

 

 

 

그 옆에 작지만 세련된 카페를 만났다, Corner by the river 

 

 

뒷마당엔 분위기 좋은 야외 테라스도 있었는데 우린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놓은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트빌리시를 동서로 관통하는 쿠라강

 

 

 

 

 

 

음식값이 저렴한 거 같아 음료수 세병, 피자에 치킨스프, 커피 두잔까지... 맘껏 주문했다.

 

 

 

 

 

 

 

 

 

 

 

 

두 후배가 나보다 더 더워해서 흉을 봤더니 일제히 합창을 한다

" 갱년기라고 ~! "

 

 

 

 

음식 하나 나오면 또 함흥차사...

' 다른데서 배달시켜 오나 ? ' 수다 떨며 오후를 느긋하게 즐겼다,

 

화장실 갈때보니 조그만 주방에서 아줌마 혼자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치킨스프에 치킨은 없고 왠 오뎅 ?

 

 

그런데 현주가 맛있대서 먹어보니, 따뜻하고 건더기도 푸짐하고 치즈가 바닥에 녹아 있어 타향의 낯설음을 달래 주었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음

 

 

 

 

 

 

 

 

빗방울이

 

 

오리의 머리를 때리자

 

 

책방 주인들이 분주해졌다

 

 

후식으로 주문한 커피도 늦길래 ' 누락됐나보다 ' 고 했는데 정말 남자직원이 주문을 까먹은 거였음

그러나 거품도 풍부하고 향도 쵝오 ! 

 

 

최종 계산서엔 메뉴판에 없는 세금이 붙여 52.9 라리 (22,218원) 가 나왔다,

한국보다 많이 싼건 아니었지만 위치나 음식맛이 만족스러웠다 

 

 

 

 

비가 오락가락하자 문을 연 것도, 닫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책방들.

각 부스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다.

 

 

 

 

 

 

 

 

 

 

 

 

 

 

 

 

 

 

 

 

여긴 롤러장

 

 

 

 

 

 

걷다보니 시청 주차장까지 나왔다

 

 

차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느라 정신이 없다.

 

그냥 귀가 하긴 아쉬워 두 후배는 구름다리 건너 시내구경을 가고, 난 차 세워 놓은 곳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할머니가 노란 카트를 끌고 길을 건너기 전 가슴에 성호를 그었다.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행상

 

 

내가 차로 돌아오자 할아버지가 " 차 뺄거냐 ? " 고 해서 " 지금 아니고 와이프 오면 갈꺼다 " 라고 했더니 " 알았다 그럼 편히 쉬라 " 고 했다.

오로지 입모양과 손짓만으로 이 디테일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니~

 

차 안에서 가만 보니 할아버지들의 소일거리 같은 이게 사실 엄청 돈벌이가 되는 큰 사업이었다. 차는 수시로 드나들고 최소 3명이상의 할아버지들이 주차비를 받아 또 다른 할아버지에게 건네주는 협업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좀 늦는거 같아 걱정될 즈음 현주와 H가 장을 봐 돌아왔다. 카르푸에서 과일과 우유... 8라리 (3,360원)

 

할아버지가 후진으로 차를 빼게 뒤를 봐주었다. 돈값함.

 

 

거리에 행상 할머니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늦은 오후 시내 들어오는 차들은 계속 정체. 우리는 강변도로를 시원하개 달려 숙소로 향했다

 

 

 

 

기마 동상에서 유턴하여 달동네로 진입

 

 

 

 

 

 

동네를 지나가다 블랑제리(빵집)와 파티세리(과자점)가 보여 급히 광장에 차를 세웠다,

 

 

 

 

 

 

 

 

허름한 빵집에서 회덕에 방금 구운 빵

 

 

뜨끈뜨끈하다. 하나에 0.9 라리 (378원)

 

 

 

 

 

 

 

 

나폴레옹 모자같은 하차푸리(Khachapuri) 역시 하나에 0.9 라리 (378원). 서민물가는 진짜 싸다,

주식인 빵이 이리 싸니 과자, 사탕, 음료수등의 공산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서 잘 안 필리는 것 같았다. 시내 카르푸 과자코너도 작고 물건이 많지 않았다고 현주가 말했다. 광장 옆 현대적인 수퍼도 재래빵집들에 비해 한산했다. 조지아가 아직 경제력, 구매력이 낮아 보였다

 

 

 

 

 

 

5시에 숙소 도착.

시차적응을 위해 잠깐 쉬고 밤에 다시 나가든지 할 계획.

 

 

 

 

 

 

 

 

방에 들어왔는데 현주가 ' 행복하다' 고 연신 감탄중.

 

8시 넘어 과일준비하고 H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대답이 없다. 현주가 부르러 갔더니 ' 7시에 곯아 떨어져서 못먹겠다' 고 하더라능.

우유 찐하고 포도 맛도 강하고 요구르트는 걸죽하고 빵은 식으니 못 먹겠고...

 

 

현주는 찬물로 샤워했더니 춥다고 9시 조금 넘어 잠들었다.

이 방이 하루에 133.5 라리 (56,070원) 이다. 생필품 물가랑 비교하면 숙박업이 상당히 고수익인데 뜨거운 물 하나 제대로 안 나오다니...

 

 

난 시차 적응이 거의 됐는데 두 후배들은 아직 힘든가보다.

잠이 안와 살며시 발코니로 나왔는데 비가 제법 오고 있었다

 

 

 

 

오늘 다니며 동양인 관광객을 한명도 못 봤다. 

조지아가 고유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고 물가도 싸고 중국인들이 아직 안 처들어와 아직까진 여행하기 좋은 거 같다.

 

 

 

 

 

 

 

 

 

 

비가 오는데도 산너머엔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펑 ! 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