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심야 Tbilisi 광란의 질주

2019. 9. 1. 21:52Georgia 2019





두칸 짜리 굴절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난히 높은 차체를 힘겹게 오르자 동양계 아가씨가 자리를 양보했다,


불안한 눈길로 내다보니 현주와 H도 이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고 있다



승객들이 꽉 차길 기다리던 버스가 맑은 하늘 아래 지평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비행기 몇대를 무심히 지나친 후 유독 개인 전용기만하게 작은 비행기 앞에 멈췄다.



읍내 장터에 마을버스 분위기,.


인파에 질려서 슬금슬금 뒤로 빠져 나왔다,

멀리 보이는 납작한 건물이 알마티공항청사



소형기 두어대 서있는 너머로 큰 산들이 톱니처럼 둘러싸고 있다,

수정체를 얇게 늘려보니 흰구름아래 하얀 만년설을 뒤집어 쓴게... 보통 산들이 아니었다,


텐산산맥 (天山山脈) 이다.

저 산맥이 중국과의 국경선이고 그 너머엔 '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 는 뜻인 타클라마칸 사막. 위구르인들이 그 황무지에서 신장자치구를 이루며 살고 있다.



만년설 보려고 조지아 코카서스를 찾아 가는데 얼떨결에 알타이와 텐산에서 벌써 봐버렸다



비행기 한대가 우리 주위를 가깝게 지나가고 있다. 누가 뛰어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각진 모자를 쓴 남자가 우리 앞을 막고 서서,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차곡차곡 채워지길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 내부는 자외선 소독중 ? 

3 + 3 좁은 좌석배치. 개인 모니터가 있어야 할 곳엔 싸구려 비닐이 씌워져 있았다. 앞자리에 덩치 세명도 갑갑한지 의자를 연신 삐걱 거렸다. 




어느새 어슴푸레 해가 지고 있다


비행기가 뜨자마자 바로 사식이 제공됐는데 의외로 먹을만 했다,



빵을 잘라 속을 파 내고 야채를 끼워 현주를 맥인 후


나도 억지로 잠을 청했다.


탁한 실내 공기, 툭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 통로에 서서 계속 떠드는 남자....질식할 거 같은 폐쇄 공포증에 잠이 깨 시계를 보니 아직 1시간이나 더 남아 있었다.

인천 -> 카자흐는 자리가 널널했는데 카자흐 -> 조지아 비행기는 만석이 아니고 정원초과가 분명했다. 탑승객들 면면을 보면 관광보다는 어쩔 수 없이 일보러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기내에서 나눠준 이어플러그를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 기압차로 인해 쏘옥 빨려들어가더니 귓구멍을 완벽하게 막아버렸다. 


갑자기 기내가 일제히 밝아지며 착륙 23분 남았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비행시간이 길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아깐 입국카드도 나눠주더니 조지아는 그런 것도 없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며 여둠속에 반짝이는 트빌리시 상공을 유영하는데 갑자기 젓갈 쩐내 같은 악취가 확 풍겨 나왔다, 코를 쥐어 막자 한 아가씨가 ' 유난떤다 ' 는 눈으로 처다봤지만 안 그럼 기침이 나올거 같아 어쩔 수 없었다,

활주로에 안착하자마자 성질급한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났다. 그돌도 썩은내 나는 꽁치통조림속을 빨리 뛰처나가고 싶은가보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Tbilisi) 공항. 



짐 순조롭게 찾고 ...


밤늦은 시간이라 청사안이 더 껌껌하고 썰렁하다.


부랴부랴 렌터카 사무실부터 찾아갔다. 12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각 부스들이 비어있어 불안했다. 내가 예약한 회사 이름을 찾아 그 앞에 서자 안쪽에서 Beka 라는 이름의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예약은 가장 싼 기아 소형차를 했는데 고맙게도 현대 엑센트로 업글을 해줬다.

단 이 차는 Limit 이 걸려 있었다. 하루 150 km. 13일 빌리니까 총 1950 km 를 넘으면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Beka 에게 우리 코스를 말해줬더니 오버될 것 같진 않다고 한다,

한참 이것저것 수속을 다 밟은 후 이번엔 디파짓으로 400 US $ 를 요구했다. 신용카드도 안되고 조지아돈도 안되고 오로지 미국달러만 !


전혜 예상못한 상황이지만 어쩔 도리도 없어서 알려준 ATM 기계를 찾아 청사 반대편 끝까지 현주랑 걸어갔다,

늦게까지 환하게 불 밝힌 환전소들을 지나 청원경찰에게 물어 덩그런히 구석에 서 있는 ATM 기계 발견. 100 달러짜리 빳빳한 지폐 4장을 뽑을 수 있었다,



돌아와 보니 Beka 는 어디가고 왠 할아버지가 부스안으로 고개를 처박은채 졸고 있다,


잠시후 돌아온 Beka에게 미국달러를 건네주고 그를 따라 밖으로 나와 출국 건물앞을 지나 렌터카 전용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내가 카트 끄는게 힘들어 보였는지 Baka가 대신 끌어주려고 하길래 ' 내가 덕보는 거 ' 라고 극구 사양했다,



달밤에 도로위에서 잠시 쉬어감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라고 하더니 Beka 가 안쪽에 가서 차를 끌고 왔다.

세명이 각자 흩어져 지붕부터 휠까지 흠집을 찾아 샅샅히 훑자 Beka도 덩달아 서류에 꼼꼼히 표시해 주었다,


대충 세팅후 Beka가 바리케이트를 열고 서 있길래 얼른 차를 빼서 공항을 빠져 나왔다


조금 나와 한적한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네비를 설치하고 버튼류등을 눈에 익혔다,

새차인줄 알았는데 누적 79910 km 나 된 차였다,



흥분과 긴장이 좀 가라 앉자 다시 출발. GPS도 이내 연결되어 네비가 정상 작동되었다.


뒷차가 상향등을 켜고 무섭게 달려 들길래 ' 뭔 미친놈인가 ' 하고 보니 외눈박이다,

그때까진 몰랐다 조지아의 차량수준이 얼마나 험악한지.



한밤중 외곽도로의 빠른 차량흐름에 쫓기듯 맨 끝차선을 달리는데 시내가 가까워질 무렵 내 차선만 양편으로 흙더미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러다 합류하겠지...했는데 결국 길을 막고 남자 세명이 중장비 조명에 의지한채 이 시간까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자들이 내 헤드라이트 불빛에 눈이 부신지 이쪽을 처다보는 순간 무작정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 컴컴한 동네 안으로 들어갔다. 간간히 불 켜진 집은 있었지만 11시가 넘은 시간에 골목을 돌아 다니는 사람들조차 무섭게 보였다, 마을 안길을 이리저리 돌아 다시 메인도로로 진입했다.





네비가 알려주는 시내 도로는 죄다 공사중이었다, 어찌어찌 시내 중심을 가르는 쿠라강까지 와 버렸다. 현주는 야경이 예쁘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데 난 뒷차 신경쓰라, 네비 보랴, 길 찾으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강을 따라 남하하다 다리를 건너 다시 북쪽으로 올라간다.

올드시티를 벗어나자 도로가 넓어지고 큰 건물이 솟아 있는 신시가지에 들어섰다. 네비는 좌회전 하라는데 따로 신호가 있는지 몰라 눈치보고 서 있었더니 옆차가 이상하다는듯 힐끗 처다봤다. 직진신호를 받고서야 좌회전해서 들어 선 길. 취객들이 차를 잡으려고 도로까지 나와 있는 유흥거리였다. 그 길을 지나 천천히 우회전했다.

좀 이상했다. 6차선을 가득 매운 모든 차들이 나를 향해 전조등을 비추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잠시 서서 고민하다 네비 지시에 따라 맨 오른쪽 차선을 따라 5m쯤 올라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 조수석 창문을 두드려댔다. 우리가 일방통행길을 역주행하자 인도에서 두 남자가 놀라서 뛰어나온 것이다.

얼른 차를 돌려 블럭을 한 바퀴 다시 돌았는데 네비는 계속 그 잘못된 길만 안내했다. 바뀐 도로상황이 반영 안되어 있었나보다. 막막했다, 네비의 의도치 않은 살인미수를 알아버렸기에 지시를 무시하고 무작정 목적지 반대방향인 시내쪽으로 달렸다, 심야에 길을 잃고 공황상태로 광란의 질주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 한적해 보이는 갈림길로 빠져 램프를 돌자 강변도로에 합류하게 되었다. 숙소가 있는 북쪽 방향으로 계속 올라가자 유턴만 외치던 네비가 드디어 포기하고 새 길을 안내했다.


이제 숙소까지 몇 km 안남았고, 신호에 멈춰 선 사이에 지도를 축소해 대충 위치를 확인한 후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예상으로는 벌써 갈림길이 나와야 하는데 이상하게 차는 계속 직진을 하고 있다, 골목길에 차를 몰아넣고 확인해보니 이번엔 네비가 죽어 버린 것이 아닌가. 진퇴양난이다. 다시 후진해 내려가자 네비가 정신을 차리고 길을 다시 안내했다.  커브 심한 산길을 돌고 돌아 언덕위에 올라 마침내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정각 12시였다.


빈 주차칸이 멀어 숙소 입구에 차를 대고 짐들을 내리는데 안에서 젊은 남자가 나와 무뚝뚝한 얼굴로 ' 차를 여기 대면 안된다' 고 했다. 장애인구역을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나 혼자 차를 멀찌기 대고 들어갔다.


Lisi hills hotel      GPS  41.737910, 44.752402

<인용사진>


설렁한 로비


남자 직원은 뻣뻣한데, 프런트에 뚱땡이 여직원은 오히려 너무 오버스럽게 친절했다. 두 사람이 한 직장에 한 조로 근무한다는게 신기할 정도엿다,

빠딱하게 팔 괴고 있는 남자는 배달맨. 노란 가방은 음식배달통


H 는 나중에 추가 예약한 탓에 가격은 더 비싸고 산전망으로 배정되었다.

씨티뷰라서 잔뜩 기대했던 우리방. 부킹닷컴에서 보았던 고급스런 호텔룸은 어디가고 딱 한국의 모텔방이다,



싸구려 방향제 냄새를 빼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야경 하나는 끝내줬다,




첫날부터 스펙터클 구사일생. 

통나무 넘어지듯 침대위에 쓰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