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 11:35ㆍGeorgia 2019
평소엔 관심없다 여행갈 땐 꼭 챙기는 것, 손목시계
짱이에게 전자시계를 빌렸는데 글자가 흐릿하다. 현주에게 시계밥 교체를 부탁했다. 몇번의 독촉에 동네 금은방을 가더니 자기 것만 갈아왔다.
내 베터리 사이즈가 없단다. 며칠후 다시 들렸지만 또 허탕만 치고 왔다. 금은방 아저씨가 내 배터리를 갖다 놓을 생각이 없는게 분명하다.
' 멀쩡한 시계를 버리고 새걸 산다' 는 찜찜함은 쿠팡 첫 화면을 보는 순간 어느새 사라졌다.
4,900원짜리 전자시계.
택배비 2,500원을 부담하고도 배터리 교체비용보다 싼 이 시계를 주문하자 다음 날 바로 내 손목에 채워졌다,
▲
새벽 5시엔 일어나야 한다는 현주를 5시반에 깨웠더니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난리난 현주를 등진채 이불을 둘둘 말고 6시 넘겨 뭉기적거렸다.
집을 나선 시간은 6시 40분.
짱이가 간밤에 음료수 두병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가는길에 드시라'고 챙겨주었다.
8시전에 공항도착.
새롭게 바뀐 주차대행업체에 차를 맡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보니 예전보다 걷는 거리가 줄어 기분이 좋다.
약속장소에 도착. 4,900원짜리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8시가 넘었는데 H가 안 보인다.
현주가 전화를 하자 H가 인파속에서 싱글거리며 나왔다. 신랑이 일찍 데려다줘서 20분 먼저 와 있었다고...
선착순 달리기 한 사람들처럼 대기줄은 속속 늘어 나는데 발권창구 모니터에 ' OPEN 8: 15 ' 글자만 덩그런히 띄워놓고 직원들이 두 손 놓고 놀고 있다.
은근히 신경쓰였던 H의 승차권도 무사히 발권,
자리를 고를 수 있다고 해서 비상구옆 달라고 했더니 35,000원을 더 내란다. 좋다 말았다.
짱이가 엄마 아빠 취향까지 고려해서 준비한 음료수.
Hub 라운지를 찾아가, 동반자가 무료인 Loungekey service 로 입장했다.
몇달 사이에 뭔가 좀 바뀐거 같다. 빈자리를 찾아 앉은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혼밥족을 위한 좌석배치가 눈에 띄고... 빈 그릇은 직접 치우는 분위기... 공항 라운지가 점점 맥도널드화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음식맛으로 용서함.
밤새 빈 위장을 허겁지겁 채운 후 잡지를 보며 여유를 즐겼다,
47 gate는 청사 맨 끝에 있었다.
뜸금없이 임사장님이 ' 여행 잘 다녀오시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 막 탑승하려는 중이었다 ' 라고 답장을 보낸 후 폰을 껐다.
비행기는 작은데 최신기종인지 실내는 깔끔했다.
빈자리들이 있어 현주가 옆으로 가고 난 두 자리에 걸쳐 앉았다.
대부도와 시화방조제
선재도와 영흥대교. 섬보다 몇배 넓은 갯벌
고도에 무사히 진입하자마자 벌러덩 누웠다
중국
퍽퍽
중국의 도농지역을 지나자 사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디. 불모의 거친 산속에 수은처럼 반짝거리는 뭔가를 발견했다.,
10 여 km 상공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면 꽤 큰건데, 광활한 지역에 걸처 드문드문 깔려 있었다.
기내식을 받아들긴 했지만 라운지에서 이미 배를 채운 후라 별로 반갑지 않았다,
대충 끼적거리다 옆자리에 밀처놓고 달달한 디저트만 냠냠
고비사막을 건넌다
허연 소금만 남긴채 말라 비틀어진 호수. 국토가 넓어도 저런 곳만 있다면 전혀 부럽지 않다.
생명이 살기 힘든 사막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내가 저 위에 버려진 것 같은 상상에 살짝 공포감이 들었다
오른편엔 알타이산맥이 한동안 따라왔다
사막의 모래가 농경지로 범람하지 못하게 인간 방패가 길게 놓여 있다
그곳을 지나자 신비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대지가 거대한 색동무늬를 띄고 있었다
각 띠의 폭이 수 km 되는 정도라 하늘에서 내려다 봐야 그 진면목을 알 수 있겠다
호들갑을 떨며 현주를 불러 보여 주었다,
귀국후에 구글지도를 샅샅히 뒤져보니 우루무치에서 서쪽으로 30 여 km 떨어진 산맥끝의 지형이었다
<구글 맵>
이윽고 시작된 만년설산,
카자흐스탄 영공으로 들어서자 험준한 산들이 비로소 완만해졌다,
잠든 사이에 탁자위에 입국카드가 놓여 있다,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카자흐스탄 경유하는데도 써야 하냐' 고 물었더니 아무 말없이 다시 뺐어갔다,
앞사람의 팔뚝과 시계
카자흐스탄 제1의 도시 알마티는 밭과 마을이 정겹게 어우러진 한국의 시골풍경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는 알마티가 아니고 누르술탄이다. 1997년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겼다. 이후에 대통령이 아스타나를 자기 이름인 누르술탄으로 개명해 버렸다. 우리가 탄 항공사는 Air Astana.
공항청사는 시골 국민학교나 쓸법한 긴 2층 건물이었다. 내가 본 공항중 태평양 피지 다음으로 작았다.
브릿지를 통해 2층으로 들어와
인파를 따라 1층으로 내려왔다,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가 문 밖으로 보였다.
카자흐스탄이 종착지인 사람들은 저기로...
경유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다 이쪽에 모였다.
줄끝에선 옆머리를 짧게 올려친 시골총각이 부스도 없이 혼자 서서 승객들 한명한명 입국수속을 하고 있었다. 여권사진과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본 후 옆에 놓인 종이를 집어들어 뭔가 적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어 기다리는 사람의 애를 태웠다.
경유대기 시간이 4시간 40분이나 되는게 고마울 지경이다. 그나마 내 앞 세남자의 구수한 전라도 입담에 힘든줄 몰랐다.
어설픈 입국심사가 끝나면 바로 옆 복도에서 짐검사와 몸수색이 이어진다,
내 몸에 전혀 금속이 없는데도 검색대 문틀에서 부저가 울렸다. 직원이 나를 통로끝 의자에 앉히더니 두 팔을 벌리라고 하고 몸을 더듬었다
짜증나서 " No metal " 했더니 안다는듯한 표정으로 추행이 계속됐다. 여긴 검색기까지도 온전한게 없다.
가장 작은 공항에서 가장 오래 서 있고 가장 형편없는 입국수속을 겪었더니 헛웃음만 나왔다
두 여인도 순식간에 10년은 늙어 버렸다,
1층 대기실은 너무 썰렁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나마 여긴 매점과 면세점과 공항라운지가 있어 좀 활기차 보였다.
비즈니스 라운지가 있긴한데 음료는 무료지만 식사는 별도 계산이라고 해서 아예 들어갈 생각도 없었다.
문앞에 덩그런히 버려진 청소카트가 라운지 수준을 묵묵히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3시간이나 남은 대기시간.
지루한 현주와 H는 주변을 둘러보러 갔고 앞에 한국인 젊은 부부는 갑자기 일어나 맨손체조와 스트레칭과 간단한 요가를 하더니 짐 챙겨 사라졌다.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 스튜어디스들.
철판으로 대충 가린 청사지붕.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 나룻배 선착장이 불연듯 기억난다, 한겨울엔 상당히 추울텐데...
비행기가 수시로 드나들자 네댓 게이트가 찼다 빠졌다 바쁘다.
구내방송 시스템이 없는지 여승무원들이 대합실 여기저기, 위아래를 돌아다니며 목이 터져라 외치고 다닌다,
활주로보다 더 넓은 초록들판이 지평선끝까지 펼처졌고 들판위에 알록달록한 장난감 비행기 몇대 세워놓은 것 같이 정겹다.
한적한 면세점
고급스럽게 진열된 것은 담배.
비싼 썬글라스를 써봐도 전혀 안 어울리는 내 쌍판대기.
옆 건물을 연결하는 회랑
짧은 유람을 마치고 빈 손으로 돌아온 여인들
현주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을 청해봐도 불편...
내 신용카드가 해외사용이 가능한지 알아볼 겸 음료수를 사오라고 보냈더니 H가 자기 카드로 사왔다.
1,500 이란 가격이 붙어 있는데 카자흐스탄의 화폐와 환율을 모르니 비싼지 싼지 알 수가 없다.
옆 카페 메뉴판에 커피한잔이 660 이라 적혀 있다.
건너편 한국인 노부부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 조지아 트빌리시에 한글교육봉사 하러 간다' 고 했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탑승게이트를 찾아 1층으로 내려왔다.
옆자리에 외국청년이 쌀자루만한 가방을 나에게 봐달라고 하고 화장실에 갔다,
누가 못 훔처가게 가방끈을 꽉 움켜잡고 있었더니 다녀와 고마워했다,
' 흡연실에 가서 담배한가치 얻어 피울까 ? ' 유혹을 간신히 참고 있다
우리 비행기 바로 10여분전에 중국으로 들어가는 비행편이 있어서 왁자지껄한 인해전술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드디어 우리 탑승순서.
승차권을 보여주고 밖으로 나왔는데 비행기는 안 보이고 텅빈 활주로에 작은 승합차 한대만 덩그런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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