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7. 12:00ㆍCanada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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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도저히 못 일어나겠다. 창밖엔 안개비가 자욱했다.
현주한테 아침 혼자 가서 먹고오라 하고 난 카펫바닥에서 조금 더 잤다.
얼마나 잤을까 ? 놀라서 후다닥 일어나 욕조에 따뜻한 물을 콸콸 틀어 놓고 몸을 담갔다,
현주가 양손에 커피와 우유 한잔을 들고 돌아왔다
" 빵 두개 먹느라 늦었어 ~ "
내 얼굴을 보더니 ' 눈이 퉁퉁 부었다 ' 고 걱정했다,
이번엔 현주가 준비하는 동안 난 어제 산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카펫에 쏟으면 큰 일이라 얼음통에 끼워 탁자로 조심조심 들고 왔다.
매운걸 한동안 안 먹어서 그런지, 아님 수출용 컵라면이 덜 매운건진 몰라도 오래간만에 신라면을 국물까지 싹 마셔 버렸다,
아까보단 안개가 좀 걷혔다,
짬짬이 짐을 챙겨 10시쯤 숙소를 나왔다.
트렁크와 짐들과 생수와 그동안 사모은 걸 차에 다 싣고 출발하려니 차가 낑낑대는게 느껴졌다
현주가 아쉬운지 ' 올드 퀘벡을 한번 더 보고 싶다 ' 고 해서 엿부러 시내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네비가 투덜대도 이젠 혼자 찾아갈 정도로 퀘벡이 익숙해졌다, 변두리 서민 주거지역을 관통해 강변 큰 도로로 나왔다
장사 준비하는 시장
추워서 꽁꽁 싸맨 가족들
비오고 추운 아침 시간인데도 구시가지 골목엔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벌써부터 돌아디니고 있었다
한 남자가 벤치에 배낭을 내려 놓은 채 탈진한듯 널부러져 있다.
따땃한 차 안에서 그걸 보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남의 일이라고 무심히 말했다.
" 이런 날씨에 여행은 개고생이지... 오늘은 따뜻한 카페 장사 잘 되겠구나....우린 날짜 잘 맞췄네... "
거대한 유람선은 밤새 부둣가에 정박해 있고
Lower town 쪽으로 돌아나간다,
이번 여행에서 퀘벡을 중간 기착지로 정하고 다른 곳보다 긴 3박 4일을 할애했는데...딱 이틀 구경하다 가는 기분이다.
그만큼 즐거워서 시간이 후딱 지난거 같다. 첫 느낌보다는 좋은 추억들을 간직하고 떠난다.
다운타운을 벗어나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우리같은 동양인 가족 여행객이 차를 세워놓고 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나중에 현주랑 달래랑 윤정이랑 여자들끼리만 같이 와도 좋은 곳이란 이야기도 했다,
국경 다리.
미국쪽에서 차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램프를 어지럽게 몇번 돌아 고속도로를 탔다.
옆에서 현주가 계속 군것질을 하는 바람에 난 배가 안고픈데도 습관적으로 집어 먹었다.
도로가 일직선으로 단순해서 군것질이라도 해야 안 졸릴거 같았다.
트루와 리비에르 (Trois-Rivieres) 에 도착했다는건 오늘 400 km 여정중 100 km 조금 더 왔다는 거.
시내규모를 보니 꽤 크고 성당 첨탑도 멋진 도시지만 원래 계획이 없기에 고속도로에서 주마간산으로 대체했다
오늘 네비가 추천하는 코스는 강을 따라 몬트리올까지 내려가 좋게 넓은 길로 몽트랑블랑까지 가라는 건데 난 한적한 로렌시아 고원지대를 질러 가려 한다. 물론 시간도 기름도 더 들고 길 찾기가 쉽진 않겠지만 낭만적이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싶다
네비를 무시하고 계속 북쪽방향으로 달렸다, 대부분의 차들이 몬트리올로 빠져 나가자 도로가 갑자기 엄청 한가해졌다, .
그냥 이대로 앞만보고 달리면 캐나다의 끝, 북극이 바로 보이는 바닷가까지 갈 수 있을라나 ?
호기심만 쫓아 무모하게 여행하기엔 이제 나이가 들었고 옆에서 인생동반자가 두눈 부릎뜨고 지켜보고 있다,
이젠 네비도 포기했겠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도망친 다음 바로 나타난 램프를 돌아 시골길 옆에 차를 세웠다, 뒤따라오던 차가 영문도 모르고 내 뒤에 섰다가 정신을 차리고 질러 간다.
네비를 정교하게 세팅하자 드디어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화면에 그려댔다, 득의양양해 사진의 우측길로 들어섰다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북쪽 어디쯤에서 시골길로 빠진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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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보다 훨씬 아름다운 시골길
어느 지역은 참 말 많다. 유난히 목장과 승마장등이 몰려 있었다.
캐나다도 이런 곳이 있구나 싶었던 곳.
잡동사니가 마당에 널부러져 있는 가난하고 낡은 집들, 우리랑 같은 수준의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 되려 정겨웠다
들판에서 사거리를 만났다, 맞은편엔 차 한대가 이미 서 있고 난 좌회전을 하려고 깜빡이를 켜고 섰다, 좌우 양측에서도 차들이 바로 도착했다,
네방향 모든 차들이 멈추고 몇초의 정적이 흐르는데... 앞차가 나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했다. 손 들어 감사인사하며 내가 젤 먼저 그 교차로를 빠져 나왔다, 이 나라 교통문화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었다,
그걸 배워서 몇시간후 나도 써 먹을 기회가 생겼다. 시골길 직진하고 있는데 우측에서 차 한대가 도로에 진입하려고 깜박이를 켜고 서길래 서서히 멈춰 그 차를 먼저 보내줬다. 뒤따라 오던 차가 나에게 바로 하이빔을 날렸다. 이 나라 교통규칙이 아직도 적응이 잘 안됐다
외진 지역은 확실히 별장같은 좋은 집보다 서민집들이 많았다
구름대를 벗어나 어느새 날씨가 화창해졌다
길가에 작은 식당이 보이길래 얼른 문앞에 차를 세웠는데 전혀 들어가고 싶은 분위기가 아니다.
현주의 동의하에 차를 돌려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트 하나, 교회 하나 있는 마을, 필수재만 있고 사치재는 없는 곳. 외식이 사치가 되는 곳
마을을 떠나자 네비가 뿔딱지가 났는지 이젠 비포장길로 우릴 끌고 들어갔다,
이 집은 맹견 두마리가 집주인,
적당한 곳을 찾아 백여 km 를 달리자
마침내, 결국, 드디어, 선택의 여지없이, 괜찮아 보이는, MiKIE 라는 이름을 매단 식당을 찾아냈다
맘씨 좋아 보이는 할머니가 삐끼. 사기 칠 삐끼는 아닌거 같아 식당앞에 차를 세웠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막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던 할머니 한분이 우릴 보고 반색을 하며 ' 프랑스 말 할 줄 아나 ? ' 묻더니 내 팔을 어루만지며 친근감을 표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같은 인종을 첨 보는 듯 했다. 이 동네가 얼만큼 오지인지 알거 같다,
한장짜리 메뉴판엔 불어가 빼곡히 적혀 있다. 치킨도 있고...
지금부터 해석하려고 들면 저녁 넘겨 야식이나 먹을거 같아 대충 현주는 오믈렛, 난 소시지란 글자 같아 그거 주문,
홀은 미소가 순박한 아가씨가 담당하고 있고 안쪽에 주방에선 좀 더 나이 든 여자가 음식을 조리하고 있었다
동네사람들이 수시로 들려 피자도 사가고 점심도 먹고 갔다,
장사가 좀 되더라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그냥 시골마을 식당, 여기선 오히려 영업하고 있는 것만으로 고마운 존재다
내꺼
현주꺼
푸짐하고 맛도 좋고 감자튀김도 신기해서 다 먹었다
후식으로 카페라떼를 외쳤다가 무안해졌다. 커피는 한 종류,
팁 포함헤 30 $ (27,000 원) 냈는데 전혀 아깝지 않음. 영수증 아래에 식당주소가 찍혀 있다
출발하려고 차에 올라타 얼굴을 만지는데 어디선가 똥냄새가 났다. 손에 똥이 묻은지도 모르고 얼굴을 비빈 것이다,.
그냥 휴지로 닦아낼 정도가 아니여서 다시 식당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며 어디서 묻었나 살펴보니 계단난간에 똥 덩어리가 떨어져 있었다. 새똥치고는 좀 많은 ...
식당 앞 전경
여정 중간에 식당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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