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3. 18:00ㆍCanada 2018
늦은 오후지만 저녁 먹기에는 이른, 하늘은 흐리지만 그렇다고 춥거나 바람이 세지도 않고, 단풍관광열차에서 내렸지만 잘 놀았다는 후련함도 없고 ...모든게 다 어중간하다.
그래서 철은 지났지만 라벤더 농장이나 가보려고 한다
작은 다리를 건너 Magog 남쪽으로 내려간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한적한 도로가 드라이브 하기엔 딱 좋다,
이슬비도 간간히 내리고
작은 마을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자 왼편으로 아름다운 호수가 나타났다
그런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길이 울룩불룩하다.
캐나다는 도로건설 기술이 낙후되어 있나 ? 눞낮이 하나 못 맞추네...
그런데 차 속도를 도로상태에 맞춰보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아~ 이 사람들이 도로가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만들었구만 !
호수 끝에서 크게 좌회전하며 언덕길을 오르자 네비가 거의 다 왔다며 우측 샛길로 빠지라고 했다. 초행길이니 네비 말에 고분고분 따르긴 하는데... 비포장 흙길을 몇백미터 들어가자 갑자기 목적지에 다 왔다는 것이다. 길 양편으로 수십미터 침엽수가 빼곡하게 박혀 있어 어두운 숲속이다, 인터넷으로 미리 본 라벤더 농장은 무릎높이의 라벤더가 완만한 구릉너머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든 풍경이었는데...
조금 더 가면 나오려나 ? 길가에 집이 한두채 보이고 의외로 이 길을 지나다니는 차들이 수시로 나타났다, 네비 지도를 축소해 보니... 조금만 더 남행하면 바로 미국국경이었다. 20년전 캐나다 BC 주 Trail 에서 한밤중에 길을 잘못 들어 미국국경까지 갈 뻔 했던 악몽이 떠오르고. 이 비포장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들이 마약운반하는 밀입국차량들로 보이더니, 현주가 공포영화 이야기까지 하는 바람에 무서워 차를 바로 돌려 나왔다.
여기서 좌측으로 꺾어지면 다시 Magog 가는 길,
라벤더 농장까지 실패하면 오늘이 오점으로 남을 거 같아 무작정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꺾었다
잘 하고 있는 건가 ? 객기인가 ?
번뇌속에 더 올라가자 갑자기 산 정상에 분지처럼 넓은 평야가 나타났다.
순간 희망이 생기더니 우리가 찾아 헤매던 Bleu Lavande 농장이 왼쪽에 나타났다, 그런데 당연히 Season off 에 시간까지 저녁때가 다 되어 썰렁했다, 농장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이제 어디를 갈까 고민한다. 내일 가보려던 성당을 찍어보니 여기서 40분이나 또 달려야 해서 그냥 Magog 숙소로 돌아가기로 맘 먹었다.
우리가 입구애 멈춰 갈 생각을 안 하자 농장건물에서 한 남자가 나오더니 우리에게 다가오는게 보였다.
귀찮아 얼른 시동을 걸고 돌아 나왔다
롤러코스터를 한번 더 타고 시골 작은 마을 Fitch Bay 를 돌아 나가려는데 우리의 눈길을 끄는 집이 한채 있었다,
마당에 풀이 무성하고 집 전체가 불어 꺼져 있어 오래전부터 빈집으로 보였다
호기심을 못 참고 가까이 가 보았다,
지붕위에선 마귀할멈이 빗자루를 타고 날라가고
옆문 계단 양편엔 이무기가 웅쿠린채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현주가 무섭다 해서 나도 몸서리 한번 처주고 얼른 마을을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캐나다는 워낙 땅이 넓고 사람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살다보니 이렇게 으슥하고 무서운 집들이나 동네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차 안에서 현주가 ' 이민 안 오길 다행이다 ' 고 했다,
오는길에 들판에서 사슴인지 고라니인지를 보았다. 숲에서 먹을 걸 찾아 내려 온거 같았다.
캐나다인들은 이런 외진 곳에서도 집을 저택처럼 크고 멋지게 꾸며 살고 있는데...우리는 겁이 많아 마을과 도시를 떠나서는 못 살거 같다.
주택가가 이어지는 마고의 변두리에 둘어왔을때 길 건너에서 경찰이 백인여자 운전자에게 딱지를 끊는 광경을 보았다, 이번 2주 여행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경찰이었다.
마고에서 블루라벤더까지 다녀온 루트, 지도 아래 얇은 실선이 국경선이다.
캐나다는 호수가 참 많다. 아직도 미지의 호수가 많아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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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앞 도로가에 주차. 배낭줄이 또 풀려 현주에게 혼남
1층 로비에 들어가 체크인. 82.11 $ (73,899원) 결재.
직원 아가씨가 무슨 약도를 주며 ' 조식은 뒷집에 가서 먹으라' 고 한다. 예약할때 이 숙소는 조식이 불포함으로 알고 있었는데 포함되어있다 해서 어리둥절했다. 내일 아무도 없는지 체크아웃할때 키를 어디다 두고 가라고 알려 주었다.
숙소 이름에 Spa 가 붙어 있어 뭔가 했는데... 뒷마당에 자꾸지 (Jacuzzi) 하나 갖다 놓은게 전부.
키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 방 이름을 찾아 들어갔다
첫 눈에 와~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불량스런 곰 한마리가 우리 침대를 먼저 차지하고 있었고
화려한 벽지와 빤짝이 쿠션
부실해 보이는 컵쟁반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방. 강제 신혼 분위기다
창문엔 길건너 교회가 가득하다
2층 다른 방들이 다 열려 있어 들어가 보았다. 이날 밤 투숙객은 우리뿐인것 같았다
여긴 공용거실
공용 냉장고와 커피머신
현주가 샤워후 드라이기가 안 보여 1층 사무실에 내려가더니, 막 퇴근하려는 여직원과 함께 올라왔다, 여직원이 다른 방 드라이기를 가져다 주고 갔다, 조금만 늦었음 못 만날뻔,
8시밖에 안됐는데 현주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낮에 먹은게 배가 안고파 저녁 먹으러 시내 나갈 맘도 없고 딱히 할일이 없다. 이번 여행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의 연속이다. 무리하지 않으려곤 하지만 단조로운건 사실이다.
TV 채널을 돌려보며 긴긴 밤시간을 보내는데 ...세상의 중심, 미국 캐나다의 북동부에 방송에선 Korea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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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에서 땀냄새가 풀풀 풍겼다. 방바닥에 쿠션과 베개들을 깔고 누웠다.
한밤중 화장실에 가서 비몽사몽 휴지걸이에 손을 짚고 의지했는데 확 빠져 버렸다. 합판벽에 나사 두개로 부실하게 박아놓은 것이었다. 이 집은 사진발만, 젊은 사람들 취향만 신경썼지 기본이 안된 숙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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