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스탈린의 칠공주

2018. 6. 4. 18:00Russia 2018





세븐 시스터즈란 단어는 의외로 여러 나라에서 여러 의미, 용도로 쓰여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칠공주파 정도 되려나 ?

나에겐 영국 도버해협의 하얀 절벽이 젤 먼저 생각나는데 그 곳의 여행기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모스크바에도 세븐시스터즈가 있다. 납작한 대지위에 넓게 깔린 모스크바엔 고층건물이 별로 없는데 높은 곳에서 보면 유독 뾰족하고 허연 첨탑 7개를 찾아볼 수 있다. 스탈린이 1947~1953년에 지은 것들로 키와 얼굴이 서로 비슷해 Stalin Seven Sisters 라 불리는 초대형 건물들이다. 원래는 8개가 될 뻔했는데 예카테리나 2세처럼 짓다말고 중풍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오히려 더 상징적인 갯수가 되었다.

사후에 그 건물들은 대학, 호텔, 외무성, 아파트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지금 그 중에 한 곳인 우크라이나 호텔을 찾아가고 있다,


<인용사진>



멀리서도 눈에 띄어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모스크바 서쪽 강변에 당당하게 서 있는 호텔.

Radisson Royal hotel  (55.753030   37.566064)


다음 주로 다가온 월드컵의 FIFA 본부가 이 호텔에 차려져서 한켠은 전용주차장으로 할애해 놨고 앞마당 주차장은 보란듯 고급차 슈퍼카들만 세워놔서 그 사이에 비비고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 주차빌딩에 들어가려니 양복입은 보안요원들이 차 밑바닥과 트렁크를 열어 폭탄이 있는지 수색하고 있었다. 우리 차에 위력이 강한 폭탄이 실려 있어 그냥 강가로 내뺐다.


강변 노상주차장엔 다행히 빈 자리가 하나 있어 얼른 대고 나오는데 한남자가 옆차를 폰 카메라로 찍는 것이 아닌가.


주차단속 하는 줄 알고 긴장했는데 이내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오늘 오랫동안 여기 있어야 할 거 같아 주차표지판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런데 호텔 앞 도로라고 금테 둘렀나 ?  주차비가 시간당 200루블 (4,000원) 이다 -숙소옆이나 시내번화가는 다 80루블-


앱이 안되는 사람들을 위해 다행히 티켓발권기가 있어 5시간. 2만원짜리를 끊었다.

루블화에 뒤통수를 맞은 용철씨가 " 뭐 이리 비싸당가~ " 처음으로 혀를 내둘렀다.


호텔 잎구로 올라 오는 길. 쇠지팡이 끝이 대리석위에서 미끄러지며 보도턱에 정갱이를 찍었다. 살짝 패여 피가 났는데 다친지 4주가 되어서야 딱정이가 떨어지고 아직도 빨갛게 흔적이 남아있다. (7.4일)  상처회복과 피부재생이 떨어지는 걸 보니 확실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지팡이 끝에 고무바킹을 끼우고 다시 열심히 걷는다



호텔 정문위에 키릴문자로 우크라이나라고 써 있는걸 볼 수 있다. 현재는 미국계 호텔체인인 Radisson 에서 인수, 계열 최고급 레벨을 부여해 ' 래디슨 로열 우크라이나 ' 로 쓰고 있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데만 두번의 보안검색을 통과해야 했다.



로비의 천장화


장애인용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는데 그 짧은 사이에 두명의 청소아줌마가 노크도 없이 들락거렸다.

신기한 건 서로 놀라거나 죄송해 하거나 화나거나 하는게 전혀 없더라는 거.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화장실 옆 복도에 ATM 5,6대가 쭈르르 붙어 있다. 용철씨가 루블화가 필요하대서 15,000 루블 (30만원) 빼줌


번쩍거리는 대리석 복도를 따라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넓은 로비가 또 나오는데 그 정면에 설치한 파노라마가 볼거리다.


붉은 광장과 크램린과 바실리 성당이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어 한동안 넋놓고 구경했다.




여기도 중국인 천지.


호텔 꼭데기에 전망대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모두 이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맨 꼭데기 층에서 내려 얼굴에 철판을 깔고 레스토랑과 재즈바를 통과해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띵~! 31층의 승강기 문이 열렸는데 카펫이 계단위까지 깔린 고급스런 실내에 불쑥 들어서 버렸다.

잘 맞는 양복을 차려입은 러샤 남자가 두세 계단위에 서서 제발로 걸려든 호구 4명을 맞았다,

"  레스토랑 오셨습니까 ? "

"  ...재즈.. 재즈바요 "

"  재즈바는 아직 오픈 안했습니다. Benz club과 Buona 가 영업중인데 어디로 모실까요 ? "

그리하여 울며 겨자먹기로 웨이터 뒤를 따라 대리석 계단을 올라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 Buona 에 들어왔다.

이왕 이렇게 된거, 전망이 좋은 자리를 달라고 하자 서쪽 창가를 안내해서 여자들이 가보더니 괝찮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한번 튕기자 남자직원이 예쁘게 생긴 여직원에게 지시하여 여직원이 용철씨를 모시고 더 고급진 남쪽 테이블을 보여 주고 왔다.


부드러워진 저녁 햇살이 유리돔을 통해 들어와 환하고 고급스런 실내. 

막힘 없이 탁 트인 전망에 모스크바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는 명당이다.



건물 꼭대기는 아칸서스잎을 조각한 코린트식 기둥과 사회주의 상징인 별모양 조각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인용사진>



주문을 마친 후 웨이터가 돌아가자 용철씨가 달래씨를 핀잔했다

"  어이, 자네는 왜 음식 가격을 짚으며 주문하는가 ? "

우리는 가격표 동그라미 하나를 손톱으로 가리며 주문했어요, 나는 가격부분만 두번 두드렸어요 ... 서로 놀리며 배꼽 빠지게 웃었다.



웨이터에게 사진 찍어 달래서 단체사진도 찍었다


그래도 격식을 차린다고 Drink 로 Fresh juice 까지 시켜 마셨다,




라비올리는 양이 너무 적어 빈정 상했지만 올리브오일이 신선하고 음식맛이 고소해서 용서됐다.


갓 구워 온 피자는 맛도 좋았지만 지름이 커서 다행이다.



오래 앉아 모스크바의 저녁시간을 즐기고 싶었는데 예약해 둔 유람선 시간이 다가와 남은 피자를 싸 달라고 하고 일어났다.

총 7,939 루블 (142,900원) 정도 나와서 여수팀이 비싸다고 미안해 하는데 오늘 같은 날 아니면 언제 세븐시스터즈 꼭데기에 올라와 보겠냐고 괜찮다 했다. 실제로 푸틴도 여기 와서 그 라비올리를 먹지 않았을까 ?


그래도 본전 생각나 계단을 내려오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70년전 공산주의 시대에 건물 맨 꼭데기에 이런 은밀하고 고급스런 펜트하우스를 만들고 지들끼리 즐겼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다시 1층 로비에 내려왔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흑인을 본 적이 없는데 월드컵이라고 호텔 로비엔 몇명 보였다,


월드컵 공식 파트너 현대기아차,



넝마 모자 쓰고 레드카펫 밟아보기


<인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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