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황제의 몽니, 짜리찌노

2018. 6. 4. 06:00Russia 2018





베드와 욕실사이 좁아터진 방바닥에 수건을 깔아 몸통을 뉘이고 침대에 다리를 올린 후 살짝 눈을 감았다 떴는데 창밖이 환해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언제 해가 떴는지, 아니 해가 지긴 했었는지 ,,,



협탁 만들기 참 쉽죠 잉~


시차 때문에 COMA에서 깨어난 현주가 비몽사몽 꼭두새벽부터 꽃단장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달고 온 감기가 더 심해져 피부까지 아프다길래 따뜻한 차를 한잔 타주려고 생수를 열었는데 팍 ! 탄산수다. 여수팀도 모르고 마셨다가 뿜었다고...


욕실과 샤워부스가 좁은 거에 비하면 들고 나는데 큰 불편은 없다. 아마도 덩치 큰 러시아인들이 사용해야 하니까 그렇게 만든 듯하다.

6시 조금 넘어 외출준비 끝. 

복숭아를 먹으며 여수팀을 기다린다. 


카톡도 노크도 없이 여수팀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용철씨가 방에 팁을 올려놓고 왔는데 여기는 얼마나 줄거냐고 묻길래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짠돌이 우리 부부는 메이드 팁을 준 적도 거의 없지만 이런 후진 방엔 더더욱 주고 싶은 맘이 안들었다.


2층 프런트에는 구레나룻 남직원이 야간당직을 섰는지 마침 나와 앉아 있다. 감기약 있냐고 물으니 없다며 길 건너 약국이 24시간 하니까 문잎에 벨을 누르라고 알려주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용철씨가 ' 주차비 720루블 어찔까요 ? ' 묻길래 그냥 가자고 끌고 나왔다. 밤 늦게 대고 새벽에 빼니까 단속원이 왔을리가 없고 공용도로에 댔는데 호텔에 그 돈을 줄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FM 용철씨처럼 팁에 주차비까지 꼬박꼬박 줬다간 여행경비가 모자랄듯.


해시계로는 정오인데 거리에 인적이 전혀 없다. 민방위 대피훈련중인줄.

손목시계는 아침 6시를 조금 넘어 다시 방에 들어가 한숨 자고 나와야 하나 살짝 고민이 들었다.

우리도 이 상황이 멋쩍은데 모스크비치에게도 새벽에 잠 안자고 돌아댕기는 동양인들이 얼마나 낯설까싶다.



6월 여름이지만 아직 새벽 공기는 차다.

일행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깡말라 빈촌스럽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에게 뭐라 말을 걸었다.

들어보니 ' TAXI ' 라는거 같아 ' 우리 차 있다' 고 몇번을 말해도 못 알아 듣고 우리 주위를 계속 배회했다





우리가 볼일 다보고 뒷골목쪽으로 이동하자 그 남자도 포기하고 길옆에 세워 놓은 씨보레 자가용을 끌고 사라졌다.


홀씨와 꽃가루가 눈처럼 흩날리는 모스크바의 새벽.

한국의 대기오염에 쩌들어 있다가 이런 공기 숨쉬는 것도 엄청 행복한데 러샤애들은 꽃가루 알레르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젯밤 주차해 놓은 곳으로 와보니 그 많던 차들이 어느새 다 빠져 나가고 우리 차만 텅빈 골목길에 덩그런히 남아 있다.


전봇대에 손바닥만하게 붙어 있는 표지판을 그제서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 앱에 주차장 번호 1007을 입력하고 예상 주차시간을 입력하면 요금이 빠져 나간다. 여긴 시간당 80루블 (1,440원)

대부분의 서방국가에서는 심야주차가 무료인데 모스크바는 그딴 거 없다. 24시간 Full로 임대업을 하고 있다


한적한 주택가를 이리저리 돌아 큰길로 나왔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이 한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7시가 넘자 시내로 들어오는 차량들로 반대편 차선은 벌써 정체가 시작됐다.


목적지가 가까워 오고 네비가 좌회전을 하래서 깜빡이를 켜고 옆으로 비켜 섰는데... 좌회전 차선도, 신호도 없다.

잠시후 파란불로 바뀌자 뒷차가 여지없이 크락션을 울렸다. 놀래서 앞으로 꾸욱 가서 교각 아래에서 유턴했다.


큰 도로에서 벗어나 울창한 숲길을 조금 달리자 호수가 보이고 이내 목적지에 도착


짜리찌노 궁전 (55.615777   37.682048)


이른 시간임에도 다행히 문을 열어놓았고 곳곳에 관리인들이 보인다. 입장무료


용철씨에게 주차를 부탁하고 우리 먼저 공원안으로 들어왔다.


청소부가 Air gun 같은 걸로 풀밭 먼지들을 불어 날리느라 먼지가 뿌옇게 일었다


잔잔한 호수


넓적넓적한 공원





시원한 물을 뿜어대는 분수 


가장 황홀했던 건 공원 여기저기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무소로그스키 ... 천박하게 자랑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지는 러시아의 멋.


호숫가 나무그늘 아래 오리떼들. 오리들 편하라고 물가에 인공댐까지 만들어 놓았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을 안 갔다. 아직 아침 잠이 덜 깼나보다


몇몇 보초병은 한발로 서서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고 낮은 소리로 꽥꽥거렸다


어렸을때 읽었던 우화가 생각났다.

닭다리를 하나 훔쳐먹은 요리사가 노발대발하는 왕에게 외발로 서 있는 새들을 보여주며 원래 다리가 하나라고 속였다는 이야기.


모든 새들이 다 한 발을 들고 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주로 청둥오리같은 겨울철새들이 한발을 가슴털에 넣고 외발로 잘 서 있는다. 차가운 얼음이나 물에서 발이 시려워 체온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심술궂은 용철씨가 단잠을 깨워버리자 오리들이 일제히 투덜댔다.




자두도 여기서 먹으면 꿀자두






호숫가에 띄워놓은 부표를 향해 연신 고리줄을 던지는 한 남자.

내가 지나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열심인 걸 보니 무슨 경기 훈련을 하는 것 같았다






울창한 숲위로 짜리찌노 궁전의 탑들이 살짝 보인다.









난 궁전쪽으로 올라가고



일행은 호수쪽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석조상이 나란히 지키고 있는 나룻터가 포토존으로 딱인데 부지런한 두 처자가 벌써 와서 자리를 독차지 하고 있었다


먹을 것까지 펼쳐 놓고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쉽게 돌아서는 현주


간간히 지나다니는 사람들 행색을 보니 관광객이 아닌 동네 주민들이다. 이 길이 지름길인듯


난 지금 지도 아랫쪽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진입중.





공원안에 유람차가 운행하는 거 같아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의사소통 난감.















 

더 크고 더 단 자두



' 모로코 ' 란 브랜드의 우유,

어디서 먹어본 맛인데... 아 맞다. 파스퇴르우유 !

※ ' 말라꼬라고 발음하며 우유라는 뜻 ' 이라고 어느 원장님이 알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7.5>


현주가 들어올 때부터 화장실 찾길래 공원에서 만난 젊은 남자에게 물어 미리 알아 놓았다

 




창문밑 철판은 반질반질하게 닳았다.


짜리찌노 야야기를 하기전에 먼저 ... 


여제 예카테리나 2세 (1729~1796)

독일에서 태어나 러시아에 왕족과 결혼, 황제인 남편을 폐위시키고 자기가 여황제가 되었다. 남편도 바람, 이 여자도 바람피고 자기 애인을 점령지 폴란드땅의 왕으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 만일 내가 200세까지 살 수 있다면 전 유렵은 모두 내 발 아래 기게 될 것이다 ' 라고 호기를 부리다가 중풍으로 67세에 급사. 업적도 많아 러시아 역사에서 대제로 기록되어 있다.




예카테리나 2세의 명령으로 1776년부터 건축가 바실리 바줴노프의 계획 대로 공원과 궁전을 짓기 시작하여 1785년까지 지었으나, 궁전이 거의 다 지어지던 시점에 여제는 궁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허물 것을 명령하였고, 이에 따라 궁전이 허물어졌으나, 바줴노프의 건축의 흔적은 아직 공원에 남아있다고 한다. 1786년부터는 건축가 마트베이 카자코프에 의해 건축이 이루어져 1796년까지 건설 중이었으나, 여제의 죽음과 후계자의 무관심으로 인해 짜리찌노 공원은 그대로 방치되었다. 이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재단장이 이루어졌으며, 현재에는 공원은 깔끔히 단장을 한 상태이고, 궁전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네이버 검색>


궁전 앞마당에 동판이 두개 세워져 있고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이건 1차 건축당시의 짜리찌노 전경





한가운데 있던 큰 궁전을 때려 부수고 다시 짓고 있는 2차 건축 전경

현재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궁전 내부는 별 관심 없어 슬슬 다시 돌아 나왔다.






공원내 인부들 생김새가 슬라브족 하고 약간 달랐다.

러시아의 하부 노동력은 아직도 CIS 국가들이 지탱하고 있었다,


공원을 나온 시각은 9시. 약 1시간 반 정도의 아침 산책.

러시아의 첫 행선지로 간택되기에 충분한 짜리찌노.





<러시아 미술> Aleksandr benois - king on a walk

<클릭하면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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