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식전 시력검사

2018. 6. 5. 09:00Russia 2018





천정 창문을 열고 잤더니 맑은 공기대신 시끄러운 소음만 들어왔다.


일찍 일어난 달래씨가 우리 방문앞에 우유와 음료수를 놓고 갔다. 

아침식사라 명명하고 첫날 저녁거리로 사온 잔반을 위장에 쏟아 부었다. 닭다리는 손도 못대고 버려야 했다.


서둘러 준비 마친후 여수팀에 연락하니 정작 용철씨가 늦는다해 우리 먼저 나왔다.

체크아웃 하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구레나룻이 우리 뒤통수에 대고 잘한답시고 " 니하오 " 인사를 한다.

' 코리아라고, 까레, 까레 ! ' 하자 바로 " 아뇽하쎄요 ! " 말을 바꾼다,


거리로 나와 두세걸음 떼자마자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얼른 차로 와서 트렁크에 점을 던져 넣고 해치백을 열어 놓은채 여수팀을 기다린다 


구름 낀 하늘에서 짜내는 아침비에 모스크바가 좀체 기운을 못 차리고 있다.


8시반쯤 되자 여수팀도 짐들을 다 챙겨 나왔다. 안전벨트를 매며 오늘 일정을 브리핑했다

' 예상치 못한 비에 오전 일정을 Indoor 로 급변경합니다 '


2002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을 다니며 파리 루브르, 로마 바티칸, 피렌체 우피치,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까지, 또 크고 작은 도시와 마을의 고성들에서 수 많은 그림들을 봐왔다. 나중엔 질려서 그게 그거 같고 액자만 눈에 들어왔다. 색즉시공을 터특했다. 몇해전부터는 아예 미술관을 안가게 되었다- 대신 기호가 찻잔과 유리공예로 바뀌었다. 그런데 여수팀은 첫 유럽여행이라서 한번이라도 가야 될거 같아 떠오른 곳이 뜨레찌아꼬프 미술관이다. 러시아의 유명 화가와 작품들은 다 구관에 있어서 관광객들은 대부분 그리로 간다. 난 다른 뜻이 있어 신관을 선택했는데 여긴 주로 소비에트 시절 이후의 현대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비가 오건 안오건 막히는 시내


Jazz FM 광고판 보고 라디오 채널 변경.





미술관에 도착. 주차티켓을 뽑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은 넉넉했다. 비도 오고 그래서 안쪽 깊숙히 들어가 주차.

지팡이 챙기고 차 단도리 잘 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그런데...그런데... 문이 잠겨있다.

11시 오픈. 지금 9시.

현주가 몸이 안 좋은지 새 호텔 체크인 먼저 하고 다시 오자 해서 네비에 찍고 출발.


여수팀이 주차티켓박스와 한참 씨름을 했지만 결재실패.





잠깐 있다 나오는 거니까 혹시 그냥 열릴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고 주차장 입구까지 나왔다,


그런데 티켓을 넣어도 문이 안 열린다.

후진해서 차 대고 옆에 무인정산소에서 용철씨가 이것저것 눌러보다 결재성공, 10분 주차에 2천원.


티켓을 밀어넣자 이번엔 다행히 문이 열렸다.

정면에서 한 남자가 우리차를 찍길래


기분나빠 우리도 대놓고 그 남자를 찍었다,


미안하게도... 측량사였다.


왕복 10차선 이상 되는 대로에서 건너편에 적당한 식당 발견. U턴 신호 한참 기다린 후 차 돌려 들어가다 어영부영 주차할 곳을 지나버렸다.

블럭 안쪽은 관공서, 사무실로 보이는 큰 건물들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었다. 뒷골목에서 어닝을 펼친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멀찌기 주차후에 비를 맞으며 가보니 아직 문을 안 열었는데 그 바로 옆에 반지하로 된 가게가 들여다 보였다, 벽 한편에 냉장 진열대에서 사람들이 먹을 걸 고르고 계산대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비도 피할 겸 들어간 곳이 아래 화면의 Prime 이다.

<구글 스트리트 뷰>


두세 계단 내려가 보니 조그만 단칸이지만 테이블도 두개나 갖다놨고 샌드위치, 베이글, 샐러드등도 진열되어 있고 프런트 안쪽엔 커피종류와 죽도 팔고 있었다. 아침을 못 먹은 젊은 직장인들이 후다닥 사갖고 출근하느라 두명의 여직원이 쉴세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현주와 달래씨는 앉아 있으라고 하고 아재 둘이 아침거리를 주문하는데 커피시키는 것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마침 옆에 있던 아가씨손님이 통역해줘 그럭저력 주문은 했는데 그 아가씨가 가 버리자 문제가 바로 발생했다. 솥단지에 들어 있는 죽을 시켜야 하는데 여직원과 계속 삔뜨가 어긋났다. 여직원이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짓는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난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잠시후 아주 재밌는 상황이 발생햇다.

여직원이 두자쯤 되는 막대기로 등뒤에 메뉴판을 짚으면 용철씨가 눈에 촛점을 모으고 집중해 읽는 모습이 딱 시력검사하는 것 같았다,


그 광경에 모두 박장대소했다



시력검사를 간신히 통과후.., 건강검진비 정산하는 용철씨.



부상으로 받아온 밥상,



난 커피와 도넛



죽이 하나 덜 나와 따지러 갔다가 주문이 누락됐다고 다시 시력검사





용기백배한 용철씨가 수저 더 얻으러 갔다 오더니,

재미들려서 시키지 않은 후식까지 능숙하게 사 왔다


러시아식 김밥이 비위에 안 맞자 여수팀의 가방에서 볶음고추장이 나왔다,


Serendipity (우연한 행복, 뜻밖의 재미)를 지대로 만난 시간이었다,


비가 잦아들길 기다렸지만 창밖은 아직도 장대비. 10시 조금 넘어 비를 옴팍 맞으며 차로 돌아왔다, 시야가 안 보일 정도로 비는 쏟아지고 뒤에서는 차가 기다리기에 얼른 자리를 비워 주었다.

강 서쪽에 prime. 강 동쪽에 녹색지역은 고리끼공원과 미술관

<클릭하면 확대됨>


모스크바 강을 건너야 하는데 길을 잘못들어 다리 밑으로 돌아가느라 또 한참 지체.

다리를 건너자 왼편에 바로 미술관이 보이는데도 네비가 루트를 아주 멀고 복잡하게 잡았다. 네비만 믿고 가다간 오전시간 다 길위에서 보낼거 같아 불법유턴을 해서 아까 들어간 미술관 입구에 무사히 도착했다


미술관이 벌써 개장해 건물 한쪽 티켓박스엔 사람들이 입장권을 사려고 줄 서있었다. 용철씨만 보냈다가 장애인 할인이라도 받으려고 같이 가서 섰다, 가이드북에는 입장료가 400루블이랬는데 잉크 마르는 사이 인당 600으로 올라 있었다, 장애인 한명 할인해 450.  총 2,250 루블 (40,500 원). 소득수준에 비해 공연, 관람료, 주차비는 상당히 비싼 거 같다.




2층은 복도마다 화랑들로 가득했다.형식도 다양해 도자기등에 그린 작품들도 있었다, 옥외에도 그림판매장이 길게 있고 고리끼공원과 미술관을 잇는 지하통로에도 그림을 파는 화랑들이 즐비하다. 판매상들이 이렇게 많다는 건 그림이 팔린다는 거.

GDP, GNP, 1인당 국민소득 등등 한국이 러시아보다 훨씬 잘 산다고 자랑하는데 맘에 드는 그림 한점 사다 놓고 감상할 여유가 있고 없음은 왜 판단기준이 아닌지... 이제보니 자랑이 아니라 자위였네,




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자 3층에서 뭔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두 아가씨에게 티멧 보여주며 입장
















일행과 헤어져 내 속도대로 보고 먼저 나왔다.

벤치에 앉자 그제서야 미술관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낡고 유행이 지난 천정과 바닥재




일행을 기다리다 옆 올드카 전시장에도 들어가 보았다

요긴 유럽산













요긴 구소련에서 제작된 자동차들




지동차 전시장 끝에는 그림들이 빡빡하게 붙어 있는 또 다른 전시장이 이어져 있었는데 얇은 줄 하나가 그 사이를 막고 있었다.




구석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직원에게 ' 그림 전시장도 볼 수 있냐 ? ' 고 묻자 러시아말로 뭐라 하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아까부터 나랑 비슷한 보폭으로 올드카를 감상하던 아가씨가 답답했는지 ' Closed ' 라고 큰 소리로 알려 주었다


올드카 전시장을 돌아 나오는데 한켠에선 그림 전시를 준비중이고 아마추어로 보이는 어른과 아이들이 손수 그린 그림을 포장해 들고 들어가고 있다. 뜨레찌아코프 미술관 구관에 작품을 건 화가들은 한사람도 남김없이 다 죽었다. 반면 신관은 신진작가들의 그림판매, 아마추어들을 위한 전시관 대여, 가족과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교육등이 할발히 이루어져서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마침 현주가 나와 있길래 표 체크하는 아가씨에게 '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도 되겠냐' 고 물으니 흔쾌히 비켜 주었다 



달래씨 1층에 있대서 내려가다 용철씨를 만났다. 자동차전시장 봤냐고 물어보니, 직원이 입장권 끊어오라 해서 못 봤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거 검사 안 하던데...



여자들이 물 마시고 싶다니 용철씨가 옆 카페가서 비싼 생수에 초콜릿까지 사왔다,

나는 간식 같은거 잘 안 사주는데 용철씨가 있어서 잘 먹고 다닌다




조금 쉬었다가 일행은 전시징 마저 둘러보러 가고, 난 화장실 갔다가 구내 식당 발견, 있다가 여기서 점심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비가 그쳤고 동쪽 하늘부터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정원에서 비로소 건물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왔다.

우리가 입장한 곳은 정면이 아니라 측면이었고 거대한 캐노피가 돌출된 저 곳이 메인 출입구 같았다.


원래는 이 곳에 러시아의 자랑 칸딘스키와 샤갈의 작품이 있다해서 보러 온건데 ... 육중한 건물이 나에게 거만하게 말했다

'  어디, 체력이 되면 한번 찾아 보든가 ~ '


르부르나 우피치하면 그 곳에서 본 작품들이 지금까지 기억나는데 뜨레찌아코프 신관은 무지막지한 건물밖엔 기억이 안 난다.





<러시아 미술> 포포바 - 역동적인 공간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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