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Restaurant 과 Pectopah

2018. 6. 4. 12:00Russia 2018





이제 아침을 먹으러 다시 시내로 들어온다








역시 길이 많이 막혔다











러시아의 모든 육교는 겨울에 너무 추워 밀폐형 터널로 되어 있다.



멀리서 보고 크루즈선이 입항한줄 알았다


건물 전면을 자세히 보면 1,2층의 층고와 상층부의 돌출이 위압적이다.

한국에도 이런 규모의 건물들이 쌔고 쎘지만 러시아의 건축물이 유독 무식하게 보이는 건 ... 전혀 인간중심적이지 않다는 거. 오로지 권위중심적이라고 할까 




일찍 문 여는 브런치식당이라고 해서 1시간씩이나 투자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와보니 구글 스트리트뷰로 눈에 익힌 거리가 아니다. 용철씨가 내려서 안쪽으로 들어가 봐도 식당 같은 건 안 보였다. 목적지를 다시 입력하고 블럭을 넓게 돌아도 다시 그 자리. 아무래도 내가 GPS 숫자를 잘못 옮겨 적은 것 같다.

터키, 체코, 벨기에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말은 안통해도 알파벳을 차용해 쓰기 때문에 읽거나 네비에 주소 입력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튀니지, 러시아 같이 고유 문자를 쓰는 나라들을 여행 할때는 두가지가 다 어려운데 이때 잘 써먹은게 GPS 좌표였다. 물론 미리미리 지도에서 목적지를 찾아 GPS 번호를 따 놔야 하지만 네비에 숫자만 입력하면 끝. 그런데 지금 제 꾀에 당하고 있다. 숫자하나만 틀려도 완전 딴 동네를 헤매게 된다는 거.

가려던 식당은 포기. 주변 아무데서나 먹으려고 가까이 가보면 헤어샵, 식료품점 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가게다. 난 운전을 해야 하니까 일행들에게 식당을 찾아보라고 Restaurant 의 키릴문자인 Pectopah 을 알려주었다. 처음엔 눈뜬 장님이더니 나중엔 보물찾기처럼 신나서 몇개를 찾아내긴 했다 -조련사들이 동물들을 배고프게 하는 이류를 알거 같다-. 그러나 이미 지나쳤거나 주차가 불가하거나 인도식당이었다. 결국 배가 고파 모두가 예민해지고 현주는 감기가 급격히 심해졌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쯤이니 아침 점심을 다 굶은 셈이다.

가이드를 자처해놓고 기본적인 식사도 못 챙겼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

일단 차를 갓길에 세우고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네비에 숙소를 찍고 출발했다. 꽉 막힌 시내가 또 다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십분 후 포크로브카 호텔앞 도착. 용철씨에게 주차를 맡기고 우리는 먹거리를 찾아 근처를 뒤졌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러시아의 김밥천국이라는 쩨레목 (Teremok)발견. 그렇게 찾아 헤매던 PECTOPAH 글자도 옆에 보인다. 

<구글 스트리트 뷰>


식당문을 빠꼼히 열고 안에 아줌마들에게 ' 지금 먹을 수 있어요 ? ' 고 물으니 들어오란다.


감기에 힘들어 하는 현주


잠시후 달래씨가 밖에서 기다렸다가 용철씨를 데리고 왔다,





이 부침개가 러시아 음식인 '블린' 이다. 쩨레목은 블린같은 러시아의 전통 음식을 파는 대중적인 식당체인


현주를 위해 따뜻한 스프를 두개나 시켰다.

라면스프보다 약간 큰 과자봉지가 따라 왔길래 뒷자리에 앉은 아줌마 손님과 눈을 마주치고 봉지를 흔드니 말없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래서 스프에 과자를 부어 먹었다.


싼거 같은데 여수팀 것까지 합해 3만원 돈이 나왔다,

그닥 맛은 없지만 아침에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했다


10시 반에 식당을 나와 모두 숙소 들어가서 잔다 해서 나는 쿠폰으로 맛사지나 받겠다고 했더니 용철씨가 같이 가자 한다.

2층 호텔 프런트 옆 타이맛사지샵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금발의 늘씬한 러시아 미녀가 데스크에 앉아 있다 두 동양아재를 보고 당황하길래 마패(쿠폰)을 보여주니 책상 앞 의자를 권했다. 아찔한 미모에 정신줄을 단다이 잡고 설명을 들었다,

타이클래식 맛사지는 2,800루블. 오일 맛사지는 4,800. 거기서 쿠폰 1,000을 빼주는 식이었다. 이 쿠폰으로 다 될 줄 착각한 내가 바보였네. 속은 기분이 들어 불쾌한데 동공이 이미 풀려버린 용철씨가 타이클래식을 선택했다. 쿠폰 할인 받아 1,800 에 두명 3.600 한화로 64,800 원

비싸긴 하지만 이 미녀의 손길이라면 뭐 한번 내 몸을 맡겨 보려고 했는데 여기서 또 변수가 생겼다.

타이 맛사지는 타이 여자가 한다. 단어로는 맞는데 또 속은 기분이 드는 건 왜지 ?

그런데 지금 직원이 없으니 12시에나 된다는 것이다.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해서 예약만 하고 나왔다. 


호텔 프런트 직원들이, 방청소가 아직 안되어 있다며 쏼라쏼라 하길래 ' 수건이나 바꿔 달라 ' 했더니 못 알아 들었는지 지들끼리 웃고 있다. 더 말 할 기운도 없이 피곤해 그냥 올라왔다.


방에 와 보니 현주는 감기약 먹고 자고 있다.

예약해 놓고 노쇼하면 러샤 미녀 난리 칠까봐 용철씨에게 ' 난 맛사지 안 받을래요 ' 카톡 넣고 나도 방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깨보니 오후 1시 반. 두시간 이상 잔거 같다.

샤워하고 나오자 2시쯤 현주도 일어났다. 약기운에 컨디션이 조금 나아졌다 해서 flavory tea 를 한잔 타 줬다.

수건이 없길래 프런트에 전화했더니 바로 새수건을 리필해 주었다


TV에선 미국과 악수하는 화면이 나오더니


소매에서 숨겨진 뱀이 나왔다.

푸틴이 잘 하는 건 국민들에게 애국심과 자긍심을 확실히 심어 준 것. 다른 나라에서 볼땐 집단최면에 불과하지만...


현주가 여수팀 뭐하나 궁금해 카톡을 넣었는데, 둘이 타이 맛사지 받고 시내 나가 아르바트 거리 구경중이란다. 가이드 없이도 잘 다닌다.


좀 쉬고 났더니 한결 나아졌다. 늦은 점심도 먹을 겸 밖으로 나왔다,


호텔복도 테이블에 Irish pub 메뉴판이 있는데 상호를 보니 문 색깔이 예뻐 아침에 사진 찍은 식당이었다.



식사거리도 훌륭해 여기를 가보기로 했다.


거리 1층 HARAT'S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알록달록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인테리어. TV에 스포츠 경기를 틀어놓고 안쪽엔 소품으로 큰 오토바이도 한대 세워 놓았다.

술꾼들에겐 이른 시간이라 두세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다


자리 잡고 웨이터를 부르니 껄렁하게 생긴 청년이 메뉴판을 갖다주며 휴대폰을 나에게 들이 밀었다. 화면에는 구글번역기로

' 주문은 Bar 뒤에서 받는다 ' 라고 써 있었다


현주는 스테이크와 스프, 난 커피 ... 달달 외우며


고분고분 Bar 로 가서 주문했다. 커피 주문할때 영어가 잘 안통하자 옆 테이불 bar stool에 앉아 있던 여자가 통역해 주었다, 시원시원하게 생긴 미녀였는데 이 바의 주인인 듯 보였다


내 주문을 받는 염소수염애가 좀 더 삭삭하고 옆에 머리 까진애가 껄렁이. 둘다 친절했다.

물 한잔 부탁하니 흔쾌히 OK.


내 커피도 맛있음 현주꺼




잠시 후 삭삭한 청년이 스프를 가져다 주며 또 휴대폰을 들이민다. 폰 들이미는거에 재미 들렸군. 거기엔 또 이렇게 써 있었다

' 주문하신 스프가 다 떨어져 식당표 스프 드리는데 더 맛있음 '


근데 진짜 맛있음. 러시아 애들이 맛있다면 진짜 맛있는 거구, 타이맛사지면 진짜 타이사람이 하는거구...거짓말 안한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를 능가하는 ' 감기를 위한 소고기스프 '




스테이크면 진짜 벽돌같이 무식한 고기 한덩이.

후라이팬에 버터 잔뜩 처 바르는 장난 같은거 안친다. 그냥 석쇠에 구워. 알아서 양념 찍어 먹어. 이게 러시아다 ㅋㅋ


여수팀이 시내에서 돌아오고 있다.

내가 폰으로 보낸 호텔 주소를 택시기사에게 보여주면 편할 거라고 했더니 벌써 호텔 명함도 챙겼고 콜택시 앱까지 다운받아 쓰고 있다고 한다. 잠시후 도착


아르바트거리에서 사온 마트로슈카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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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팀은 맥주와 고기볶음, 스프 2개를 주문했는데 스프는 다 떨어져 못 먹었다.

맥주맛에 놀라는 용철씨






맛있게 먹고 4시 반쯤 나왔다. 여수팀은 술이 올라와 방에서 30분만 쉬었다 오겠다고 해서 나 혼자 차로 향했다


마크는 분명 현대인데 첨 보는 이름이 붙어 있다.

투산도 아니고 산타페도 아니고 코나도 아니고.... 오기로 기아자동차까지 찾아봤는데 뉴카렌스도 아니고 스포티지도 아니고... 레인지로버 이보크 필도 나고... 현지공장 전용 모델인가보다 




거리의 사람들만 보면 그냥 유럽인이다. 게르만족이나 앵글로색슨족

남자들도 우락부락한 마초보단 꽃미남들이 많았고 여자들은 원래부터 이뻤는데 패션까지 세련되었다,


30분쯤 후에 현주 내려오고 1시간후에 여수팀도 나왔다.


아직 퇴근시간도 아닌데 차가 또 막힌다


한줄이었다가 두줄로 나눠지길래 2차선으로 빠져 가는데 바로 앞에 차가 안 가고 서있다. 가만보니 주차선에 정상적으로 세워놓은 차였다.

하도 길이 막히니 그것까지 얄미웠다,

중이 고기맛을 알면 절에 빈대가 안 남는다더니 모스크바가 이젠 정상적인 도로까지 한줄을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정체는 더 가중되고 ...



날 안심시키기 위해 억지로 웃어주는 현주,





네비를 잘못 설정했는지 차가 복잡한 붉은광장을 지나갔다. 얼떨결에 바실리성당과 크램린을 볼 수 있었다. 중국인 단체등 관광객들은 여기 다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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