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15. 17:00ㆍRussia 2018
오토바이 한대가 특유의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러시아에서 할리 타는 사람을 첨 본다.
운전 내내 옆 자리 눈치를 보는데 현주는 계속 잤다. 그러다 잠깐 깨면 지청구 몇마디 하고 또 자고... 지금 생각해보면 잔게 아니라 뭔 지청구를 해 줄까 눈감고 궁리했던 거 였음
현주가 협조를 안 해주니 운전하랴, 사진 찍으랴 바쁘다.
뭐 덕분에 사진들 핀트는 다 맞았다.
앞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 반데차선을 확인한 후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추월이 안되는 거다. 맘은 벌써 트럭 앞으로 가 있는데 내차는 사이좋게 트럭과 나란히 달리고 있다. 맞은편 차가 점점 가까워져서 엑셀을 바닥에 닿을 정도로 깊이 밟아도 속도가 붙지 않았다.
결국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를 확 줄인후 트럭 뒤로 다시 돌아왔다,
추월을 실패해보긴 첨이다. 현대자동차 새차라는 것만 믿고 CUV의 한계는 깜빡했다. 가끔 길가에 교통사고로 죽은 추모비 같은 걸 세워 놓았던데 내 것도 꽂아 놓을 뻔 했다.
이바노보에서 카스트로마 가는 길은 꽤 먼 거리인데도 공장과 평원과 마을들이 번갈아 나타나 지루하지 않았다,
모가지들이 다 잘려나간 자작나무 숲을 지날땐 좀 섬짓했다
목적지가 점점 가까워지나보다
시 경계로 들어서자 차가 극심하게 막혔다.
기름이 거의 떨어져 달릴 수 있는 거리가 20 여 km 밖에 안 남았다. 얼른 주유소를 찾아야 한다.
드디어 황금고리 일정중 8번째, 가장 마지막 도시인 카스트로마에 도착했다.
당일치기는 힘들 정도로 모스크바에서도 북쪽으로 가장 먼 도시지만 러시아 역사에서는 꽤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볼가강을 건너는 도시의 유일한 교량인데 왕복 4차선중 2차선을 폐쇄하고 대대적인 공사중이었다,
밀리는 차안에서 현주가 또 실눈을 뜨고 일갈했다 " 도시는 이쁘네 "
강 건너 언덕위에 크게 지어진 호텔을 가리키며 ' 저 곳에 숙박 예약했다가 취소했어 ' 한마디 했는데 그것 가지고도 또 지청구를 해서 바로 변명모드로 전환했다
다리를 건너와 램프를 돌아 P턴을 했는데 다리 밑은 더 고구마였다.
지금 4시 12분에 이렇게 차가 막힐 이유가 뭐지 ? 차가 움직이질 않는 통에 신호를 하나 버리고도 끼어들 수가 없었다, 매너 지켰다간 무슨 사단이 날지 몰라 과감히 끼어들어 조금 더 가자 직진 차선은 한산해졌다. 대부분 차들은 다리를 올라 타려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강을 따라가는 조그만 이면도로.
신호등 없는 조그만 사거리에서 나는 직진인데, 오른편에서 버스가 급하게 내려와 좌회전을 하는 바람에 추돌사고가 날뻔했다, 분명 버스가 잘못이지만 이 지점에서 나처럼 직진하는 차량이 거의 없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수 있었다.
한적한 길을 이리저리 꺾어가며 네비를 따라가자
우리가 보려 했던 수도원이 강 건너에 있었다,
이 교량은 한적하다. 강을 건너 피안으로 넘어갔다
이빠찌예프 수도원 도착. (57.777088 40.895167)
1330년에 지어진 이 곳은 로마노프가의 초대 황제가 대관식을 치룬 곳으로 러시아 역사상 매우 의미있는 수도원이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중요하고 이쁜들 내 정신은 지금 온통 차 앵꼬(End go)에 팔려 있어 다른게 눈에 안 들어왔다
현주를 태운채 수도원 둘레만 한번 삥 돌고
수도원옆 강변 주차장에 장이 섰길래 현주 구경이나 하라고 차를 세웠다,
그런데 현주도 시꾼둥해서 바로 시동 걸고 이빠찌예프를 떠났다,
네비에 우리 숙소가 있는 야로슬라블을 목적지로 정하고 중간경유지로 가장 가까운 주유소(강건너에 있음)를 찍었다,
그런데 변두리 마을에서 네비가 큰 길 놔두고 골목길과 직각길만 안내하는 바람에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번갈아 밟느라 기름이 더 빨리 닳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네비 안내를 따라 좌회전해 들어섰는데 마주오는 차 한대가 내 앞을 가로막고 버벅거렸다, 바빠 죽겠는데 차 안에서 욕 한번 해주고 가려는데 그 차가 우리 옆에 서서 창문을 내렸다, 나도 인상쓰며 동시에 창문을 내렸는데 순하게 생긴 아저씨가 ' 여기 일방통행' 이라는것이 아닌가, 깨갱하고 그 차 뒤를 따라 돌아 나왔다
볼가강 강변도로로 나왔다,
나는 주유계기판만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유람선에서 내린 사람들은 참 여유롭게 사진찍고 산책하고 있었다
또 차가 막히기 시작하더니 남은 km 수는 급격히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일방통행 두개 차선중에 왼쪽은 차들이 꼼짝을 못하는데 오른편은 수월하게 빠지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도 오른편 차선으로 버스뒤를 따라 갔다. 우리가 건너야 할 다리 밑까지 어찌어찌 왔을때
왼쪽 도로로 죄회전을 넓게 해서 들어왔다.
조금 더 올라가자 직진금지 표지판이 보이고 좌우로 가라는 파란색 불이 들어왔다,
아래 사진 지점에서 나는 교량 램프를 타기 위해 2차선에서 빨간색 화살표 방향으로 좌회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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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m 앞에 직진길과 램프가 갈라지는 빈터에 경찰차가 세워져 있고 경찰 두명이 승용차 한대를 잡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그 짦은 거리를 경찰 눈치를 보며 몇분에 걸쳐 꾸역꾸역 움직여 마침내 경찰과 가까워진 순간 , 젊은 경찰이 튀어나와 내 차를 가로막고 차를 옆으로 빼라고 지시했다.
차창을 열고, 기름이 떨어져 그랬다며 계기판을 손짓했지만 무표정하게 버티고 서서 손짓했다, 주변 차량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옆으로 차를 빼서 시동을 껐을때 계기판엔 9km 가 찍혀 있었다,
경찰이 뭐라뭐라 설명하더니 서류를 달라고 했다. 아마 내가 버스전용차선으로 와서 끼어 들었다는 추론을 해봤다.
당황해서 가방에 여권을 꺼내 주자 경찰이 펼처 보더니 자기 스마트폰에 번역기를 눌러 나에게 내밀었다, ' 운전면허증'
그런데 아뿔싸 ! 렌터카 직원이 강조해서 엇그제까지 갖고 다녔던 운전면허증과 자동차등록증을 다 호텔 배낭안에 고이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순간 입이 바짝 말라들어갔다. 오늘 밤에 경찰서 끌려가 조사를 받거나 지금 기름이 떨어져 차가 맘춰 버리면 당장 내일 출국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단 불안이 엄습했다,
" 호텔 ! 야로슬라불, 다큐멘트, 호텔 ! " 그 말만 반복하며 출력해간 -한글과 영어로 쓰여진-여행 일정표라도 꺼내 보여 주었다. 나이든 경찰이 내 일정표를 유심히 훑어보고 젊은 경찰은 차 앞으로 가서 번호판을 보며 어딘가에 통화를 했다,
두 경찰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처분만 기다리는 대치상황이 고통스럽게 흘러갔다,
나이든 경찰이 차 뒤로 가 주유구를 두드렸다. 얼른 키를 돌려 계기판에 남아있는 km 수를 그 경찰에게 보여 주었다,
잠시후 나이든 경찰이 오더니 뒤를 손짓하며 " 2km 가면 주유소 있다 " 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차를 돌릴수 있게 비켜 주었다. 우리가 가는 방향하곤 전혀 다른 길이지만 이렇게라도 풀려나는게 너무 고마워 맘 바뀌기 전에 얼른 차를 U턴해 뒤도 안 보고 줄행랑을 쳤다.
" 역시 나이든 사람이 유두리가 있어, 나이든 경찰은 완전 미국사람 같지 않냐 ? 만약 서류 갖고 있었음 바로 벌금이야, 없는게 더 간단히 넘어 갈 수 있는 수야... "
" 왜 서류를 안 갖고 다녀 ? 형은 이럴땐 영어를 못 하는 척 참 잘 하더라. 아까 경찰 사진 못 찍었는데 괜찮아 ? ..."
모 이런 시답지 않은 대화를 주고 받으며 순간의 해방감을 만킥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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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 Savrasov.Grachi - Prilete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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