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혼자 신난 드미트리

2018. 6. 14. 21:00Russia 2018





한국에서의 낮잠자던 습관을 못 버리고 여행 와서도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깨보니 옆에서 현주가 폰 사진을 보고 있어서 살짝 잠들었다 깬 줄 알았는데 시계는 벌써 8시다.

옷 두개 껴 입고 8시 15분쯤 다시 호텔방을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멈추고 러시아 장정 몇명이 타려다가 안을 들여다 보고 포기한다.

앞에 대머리 덩치가 신난 얼굴로 나에게 손가락 다섯개를 펴 보이며 ' 러시아 파이브 !  사우스 코리아 원 ! ' 이라고 소리쳤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로비에 내려오며 ' 뭔 소리여 ? ' 생각했다.

(방금 월드컵 개막경기에서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5:0 으로 이겼다는 뜻이란걸 그날 밤에 인터넷서핑하다 알았다)


한국에선 노을에 사물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酉時 (유시: 오후 5~7시)를 젤 좋아하는데 여기선 그게 戌時(술시 : 오후 7~9시)였다.

시내엔 황금 석양속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전혀 무섭거나 낯설지 않았다


길거리 판촉행사중


아까 점심 먹었던 마트길쪽으로 쭈욱 들어갔다가 근사하게 보이는 레스토랑 발견.

아래 사진은 밥 먹고 나와서 찍은 거라 어둡다



노상 주차장에 차 대고 레스토랑쪽으로 걸어간다.

길가 눈처럼 하얗게 쌓인 것은 나무에서 날라온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빨간 옷 입은 청소부같은 아줌마가 데스크 앞에 서 있어 좀 당황했다, 레스토랑을 묻자 오른편방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고급스러우며 아늑한 실내



그림틀 안에 TV를 넣어 놓았다


다행히 영어 메뉴판이 있었다. 서빙하는 남자 이름은 드미트리.

드미트리가 메뉴판을 건네주며 ' 내용이 약간 다르다'라는 말을 했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


우리가 메뉴를 고르자 주방으로 가서 확인하고 가능여부를 알려 주었다,

드미트리가 약간 호모같다,



잠시후 드미트리가 주문한 맥주를 가져오더니 잔에 따라주며 혼자 신나서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쾌활하게 서빙을 했다,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자리가 벽쪽이라 약간 좁은듯 해서, 창가 자리가 비는 타이밍에 자리를 바꿨다,




좌측에 디저트선반은 냉장고다.

전자제품까지도 실내 분위기에 맞게 장삭해놔서 모든 소품들이 고급스러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사이다를 시켰더니 영롱한 유리컵에 따라 주는데 아랫부분은 타원형이고 위로 갈수록 원형으로 되어 있어 그립감도 좋고 잔이 비싸 보였다,

드미트리가 뭘 잊은듯 주방에 가서 빨대를 가져다 주는데 냅킨에 살짝 말아서 가져왔다,

숟가락을 하나 더 갖다 달래자 하얀 헹커치프에 싸서 가져 왔다,



현주 스테이크 525루블 (9,450원)


내가 주문한 Fork fillet 은 395 루블 (7,110 원)

우리가 지금 앞에 놓고 먹으면서도 이 가격들이 믿기지가 않았다, 요즘 한국 한끼 밥값이 8천원이고 이런 음식은 얼마를 줘야 할까 ?

가니쉬로 시킨 파스타도 적당히 익히고 간도 되어 있어 만족스러웠다, 동유럽도 음식 수준이 높고 가젹은 저렴했는데 러시아는 더 환상이다


"  전생에 무슨 복이 있어서 이런 대접을 받는거야 ? " 라고 현주가 감탄할 정도의 식사자리였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드미트리가 앙증맞은 크리스탈 잔과 술 한병을 가져와서 추천을 한다

술을 원래 안 먹으니까 처음엔 거절했다가, 맛이나 보자고 조금만 줘 보라고 했더니 요만큼 따라 주었다


흔들어보자 농도가 진한지 잔 벽에 와인의 물결잔향이 살짝 남아 있다 사라졌다

조금 맛을 보았다.

첫 맛에 위스키처럼 높은 도수의 알콜이 혀를 얼얼하게 만들더니,

포도주구나란 생각이 들다가

이내 혀에서 느껴지는 단맛에 진한 포도쥬스 같기도 했다.

입맛을 다시자 이번엔 코로 초몰릿 향이, 다음으로 박하향까지 순서대로 맡아졌다.


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이렇게 여러 맛과 향이 순서대로 느껴지는 술은 난생 처음이다, 지나다니는 드미트리를 다시 불러서 " 도대체 뭘 준거냐 ? " 고 물어보았다.

잠시후 아예 병 세개를 다 가져와 보여주는데 꼬냑이었다. 꼬냑, 꼬냑...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음미해보니 그 진가를 이제야 알겠다,

뒤에는 Made in France 라고 찍혀 있다


꼬냑 0.025 리터 150 루블 (2,700원) 포함 총 2,165 루블 (38,970원) 나왔다.

흔쾌히 카드 결재하고 팁 200루블을 따로 드미트리에게 챙겨 주었다


레스토랑 로비.

영어로 Daja Vu라고 써 있다.


식당 문 어딩엔 키릴문자로 데자뷰라고 써있다  (57.626808   39.962239)



밖으로 나와 술도 깰겸 야외 테이블에 앉아 행복한 저녁 기분을 이어걌다



손님들이 거의 다 빠졌는지 드미트리가 동료와 함께 나와 으슥한 곳으로 가더니 담배를 한대 피고 있다.


이젠 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방에 어둑어둑해졌다

오늘도 환상적인 하루가 이렇게 또 추억속으로 각인되고 있다


야로슬라블 도시이름도 첫인상도 별로였는데 알면 알수록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다. 러시아에서 살게 된다면 모스크바, 상뜨등보다 이 도시에 살고 싶다는 바램이 생겼다,

구시가지와 데자뷰 레스토랑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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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막바지로 갈수록 신경써서 운전하고 있다.

숙소에 거의 다다를 무렵 내 앞에 경찰차가 있어 혹시 꼬냑때문에 음주운전에 걸릴까봐 더 긴장했다.

아까 패였던 도로를 늦은 밤에 열심히 메꾸고 떼우는 공사를 하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고유 음식도 별로 없고... 이런 선입견이 있었는데 막상 오늘만해도 만난 러시아 사람들은 감정이 풍부하고 겉으로 잘 표현하고 음식도 훌륭했다, 현주가 옆에서 최고의 칭찬을 했다

"  형이 가이드북 다시 써라 ! "





<러시아 미술> Svetlana and sabir gadghievs -  St Peters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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