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15. 09:00ㆍRussia 2018
간밤에 두어번 깨고, 화장실 갔다오고, 침대를 반대로 누워봤지만 대체적으로 잘 잤다
8시쯤 일어나 녹물 온수에 샤워,면도하고 마지막은 찬물로 헹궈냈다
신발 뒤쪽이 끊어졌다고 현주가 탄식을 한다.
만원주고 사서 장식 떨어지면 접착제 사다 붙이며 영국부터 많은 나라들을 함께 했는데 결국 여기서 사별을 하게 되었다. 신발일생으로는 천수를 누린 셈이지만 며칠전 소프리노 숲을 거닐다 느낀 이별의 불길함이 현실로 나타나자 더 속상해 했다. 이억만리에 버리고 오기 미안해 한국가저와 묻어주고 싶다는 걸 간신히 설득해 한쪽에 살포시 내려 놓았다. 나도 5천원짜리 빨간 가방 고리가 부러져 버릴때 같은 기분을 느껴봐서 이해가 된다
오늘 조식 식당은 좀 더 넓은 방에 차려졌다,
우리 전에도 몇 손님이 있었는데 이후로도 노부부, 중년부부, 가족, 아가씨, 남자 두명등 투숙객들이 꽤 많았다,
빵과 너겟, 죽 등 음식종류도 어제랑 변화가 있어 좋았다, 전반적으로 어제보다 더 맛있는거 같다.
오른편에 죽같은 건 쌀을 달달한 분유에 쪼린 것 같아 처음엔 거부감이 좀 들었는데 먹다보니 중독성이 있어 바닥을 비웠다,
현주는 갈때 되니 감기도 다 낫고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
임페리얼 포셀린을 어제 사서 그런게 아니라 내 관심을 오롯이 다 받게 되서 그럴거라고 내 맘대로 생각한다
프런트에 방키 맡기며 청소를 부탁했다
올려다 본 숙소전경
어젯밤 페인 도로 보수공사 하더니 오늘 아침엔 다 메꿔 편평해졌다. 그 과정이 무한반독 될 거 같긴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며 시내를 벗어난다.
버스에 탄 사람들이 강렬한 볕에 아침부터 졸고 있다
낡은 중화학 공업단지를 지나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멋모르고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다 갓길에 봉고차 옆에 삼각대에 올려진 과속단속 카메라를 발견했다.
순간 얼른 내 차 속도계를 확인했는데 100 이 좀 넘은거 같다 ... 규정속도는 90
속도를 좀 낼만한 타이밍과 구간에 귀신같이 카메라를 숨겨 놓았다, 저렇게 애쓰는데 나라도 협조해 줘야지.
한참 남하하다 램프를 돌아 좌측 지방도를 탔다.
과속 카메라에 놀란터라 텅 빈 길을 규정속도로 달리고 있다. 사실 길 상태가 안 좋아 더 달릴 수도 없다.
전형적인 시골집들,
나무판자집으로 긴 겨울을 어찌 버텨낼지... 홧김에 집에 불질러 난방하나보다,
드디어 러시아에서 가축 발견
러시안 카우보이들
장시간의 운전과 도로상태로 현주가 지처갈 즈음 인가하나 없는 도로가에 왠 남자 둘이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지나치며 힐끗 보니 젊은 청년들이었다. 군대간 아들 생각도 나고 나도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 현주랑 얼른 상의해 차를 세웠다
청년들이 막 뛰어오는 모습이 백미러로 보였다.
창문을 열고 ' 우리는 이바노보 간다' 고 했더니 러시아 말로 뭐라고 하는데 아뿔싸 ! 술냄새가 확 풍겼다,
그냥 내뺄까 ? 순간 고민이 들었는데 청년들이 다칠수도 있을거 같아 어쩔 수없이 뒷자리에 태웠다,
' Can you speak english ? ' 만 계속 반복하는 이 녀석은 안톤. 그 문장 하나 건지고 졸업한 듯
니도 공부 지지리 안하게 생겼다,
좀 더 어리고 순박해 보이는 얘는 미하일
뒤에서 칼이라도 들이대면 어쩌나 ? 운전내내 뒷목이 서늘하다.
말도 안통하는 이 골칫덩어리들을 어디서 내려줘야 하나...고민, 걱정, 후회가 번갈아 들었다
몇 km 더 가니 이내 작은 동네가 나타났다. 마을 한가운데 성당이 있었고 주민들이 나와 일하는 모습도 보였다, 둘이 거기에 세워 달래서 얼른 내려 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마을을 빠져 나왔다.
차안에 싸구려 보드카 냄새를 빼려고 한참 창문을 열고 달렸다.
변변한 공장도 없고 농사지을 논도, 밭도 안 보이는 러시아 시골. 안톤과 미하일같은 젊은 애들이 그저 낮술먹고 취해 있는 일밖엔 할게 없는 거 같아 안타까웠다.
도로가 부어 터졌다.
차라리 비포장도로가 더 부드러울 지경이다.
꽃가게가 몇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공동묘지가 나타났다,
비석대신 긴 막대기가 묘목 지지대처럼 한쪽 너른 밭에 촘촘히 꽂혀 있었다. 성묘 온 사람들도 간간히 보였다, 땅도 넓은데 왜 저렇게 모아놨는지 의아해 하며 마을로 들어왔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계속 걷는 주민들
건너편에 제법 큰 도시가 보인다
황금고리 7번째 도시 이바노보
시내 건물들이 제법 크고 역사가 있어 보이는데 대체적으로 낡고 관리가 안되어 있었다, 도시의 발전이 어느 시점에 멈춘 듯했다
중심지로 들어갈수록 차가 밀린다
뒷유리창에 (山) 초보딱지를 븉인 차가 두대나 버벅대고 있는데 설상가상 그 앞엔 (Y) 글자를 올려 놓은 운전시험용 차까지 버티고 있다.
아마도 러시아는 지금 마이카 시대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보려고 한 성전봉헌여성수도원이 큰 사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57.011250 40.989609)
붉은 벽돌에 검은 양파돔때문인지,
복잡한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그런지,
황금장식도 광택을 잃을 정도로 때가 쩌들어 그런지 ... 지금까지의 성당중 가장 암울해 보였다
할머니 수녀님
주차할 곳도 없어서 무작정 성당 뒷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뒷담에서 연기가 뭉텅뭉텅 올라오고 있다,
쓰레기를 태우는지 빨래를 삶는지 밥을 하는지 알순 없지만 갑자기 수도원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성당만큼이나 낡은 서민용 아파트
작은 공장에 드나드는 차들과 아파트 베란다에 빨래 너는 사람을 구경하다가 슬슬 큰 길로 나와 미련없이 여성수도원을 떠난다
새로 짓고 있는 성당
' 렌타 ' 라고 써 있는 대형 마트를 발견했다,
안으로 들어가 직진하면 마트, 오른편으론 넓은 복도가 있고 양쪽으로 전문상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카페테리아 옆 화장실을 찾아갔는데 남녀공용이라 한명씩 일보고 나와야 다음 사람이 들어가는 식이었다.
덩치도 큰 놈들이 화장실은 아주 좁게 만들어 놓았다
본격적으로 마트 구경시작
러시아 초콜릿 싸고 진짜 맛있음
노트 한권이 60원
갈증나서 환타 하나 따 마시면서 돌아다님. 수원 홈플러스 온줄...
집에 있는 애들이 러시아 불량과자 사오라고 해서 맛은 몰라도 불량스러운 걸로 쓸어 담음
쇼핑나온 아줌마도, 계산대 남자도 뭘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다국적 브랜드 NIVEA 같은 것도 2,000 원도 안되는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다, 점점 한국 물가에 분노가 치민다
다기 샀으니 이젠 차를 사야지
잔뜩 주워 담고도 총 6만원.
당이 떨어졌는지, 현주가 어지럽다고 한다
카페테리아로 가서 난 자리 잡고 있고 현주 먹을 것만 사오라고 했다
배 고파 이것저것 담는 현주
총 278 루블 (5.004원) 싸긴 하다
그런데 시커먼 건 순대 살때 나오는 간 같은건데 퍽퍽하고,
두툼한 케익 같은건 전자레인지에 데울 때부터 역겹더니 고등어감자찜 같은 거라 입에 안 맞고
냉동피자 데운거에 쥬스까지 물탄듯 밍밍해서 나도 맛만 보고 수저 내려 놓았다.
배는 고픈데 비위가 상해버린 현주가 호들갑을 계속 떨길래 내가 정색하고 ' 엄살좀 부리지마 ' 라고 했더니
바로 얼굴표정 굳어버린 현주
완전히 삐져 말 한마디 없다,
고스란히 남겨 놓고
주차장으로 돌아와 이바노보를 떠나는 차안이 시베리아 냉기로 꽁꽁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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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 Surikov Boyarynia - 귀족부인 Moroz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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