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15. 21:00ㆍRussia 2018
직진만 하면 될줄 알았는데 갈림길이 나타났다. 다시 가 나이든 경찰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음, 좀 더 넓어 보이는 왼쪽길을 선택했다.
이내 또 갈림길이다, 길모퉁이 빈터에 주유기 하나가 까만 기름때를 뒤집어 쓴채 박혀 있는데 이건 아닌거 같구, 일방통행길이라 돌아갈 수도 없어 순간적으로 우회전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다리 아래 램프에서 주유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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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기적적으로 주유소를 만났다. 길가에 세워놓은 트럭들 너머로 주유소 입간판이 빨갛게 반짝거렸다.
여행은 팔할이 천우신조라고 믿는 나에게 또 한번 그 믿음을 증명해 보이셨다,
할아버지 주유원에게, No95 기름을 가득 넣어 달라며 화장실을 물으니 사무실을 손짓한다.
현주는 차에 있으라고 하고 나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을 다녀 온 후 계산대에 아줌마에게 주유기 번호를 대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는데 카드를 안 받고 러시아 말로 계속 뭐라 했다.
' 카드 안되고 현찰을 달라는 건가 ? 나 지금 현찰 없는데 큰일이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할아버지가 아직도 기름을 넣고 있어 정산이 안되었다는 뜻인거 같았다. 뒷사람 계산하게 잠시 옆으로 비켜 기다렸다,
아줌마가 또 모라고 한다, 코뮤티케이션이 전혀 안되자 옆에 뚱뚱한 남자가 " Money ! " 라고 통역을 해주었다. 카드 주고 결재 완료.
안심하고 나오는데 뚱땡이가 뒤에서 " Ten liter " 라는 소리가 들렸다. 받은 영수증을 보니 439 루블 (7,902원)만 찍혀 있는 것이 아닌가. 가득 채우면 족히 몇 만원은 나올텐데 뭔가 잘못 된 게 틀림없다.
밖으로 나와 주유 할아버지에게 ' 가득 넣으라고 ' 몇번을 말해도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지나가는 중년신사에게 ' 혹시 영어 할 수 있냐 '고 도움을 청했다, 마침 뚱땡이가 밖으로 나오길래, ' 기름을 가득 넣어야 한다' 고 했더니 사무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도 바로 따라 들어갔다, 잠시후 중년신사도 나를 도와주러 엿부러 돌아왔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기름을 마저 가득 채우고 1,884루블 (33,912원)을 더 결재한 후 사무실을 나왔다,
연료게이지도 목구멍까지 찬거 확인하고 주유소 옆 공터에 차를 옮겨 놓고 혼비백산한 정신을 그제서야 수습했다.
모가 이리 아슬아슬하냐 ~
주유소 앞 거리풍경
이제 숙소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코스트로마 시내 풍경
시내인데도 차선하나 변변한게 없다
머리위에 차선표지판을 걸어 놓은건 도로가 자주 눈에 묻힌다는 거.
차들이 많이 막히는 큰 사거리에서의 일이다.
좌회전금지라는 도로표지판 아래에 좌회전하려는 차들이 1차선을 점령해 있고 신호등은 좌회전 신호를 주고 있었다.
경찰들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데... 무슨 신호를 따라야 되는지 몰라 다른 차들 뒷꽁무니에 바짝 붙였다. 그런데 좌측 도로는 꽉 막혔고 신호가 짧아 내가 사거리에 어중간하게 서 있는 꼴이 되었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후진했더니 뒷차가 빵 ! 클락션을 울렸다,
공간을 미리 보고 후진한 건데 민감한 반응에 살짝 야마가 돌았다.
사거리 신호가 또 한 사이클이 돌아 내 앞에서 좌회전 신호가 떨어졌는데 보다시피 교량쪽으로 내려가려는 차들이 꽉 차서 사거리에 진입할 상황이 아니였다. 그 순간 뒷차가 또 크락션을 울리며 옆으로 차를 빼서 좌측 2차선으로 들어간다, 몇초간 그 운전수 놈과 시선을 마주쳤다. 내 누런 이빨사이로 " 개새끼~ " 란소리가 삐져 나왔다
어찌어찌 다리로 향하는 도로에 진입했다
세개 차선이 하나로 줄어드는 고통속에서 아무도 크락션 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단한 시민정신이다. 나라면 한국인이라면 벌써 민원 넣고 경찰불러 따지고 콘 씹고 난리칠텐데...
대신 바깥차선은 아주 한적했는데
구닥다리 미니버스가 피곤에 쩌든 사람들을 가득 싣고 버스전용차선을 독차지했다
퍼진 차
아까 올라오려던 램프 위 다리를 지나게 되었다,
현주에게 ' 그 경찰들 아직도 있나 봐봐 ' 하는 순간
미친 차 한대가 옆에서 확 끼어들어 내 앞으로 치고 나가서 시껍했다. 개새끼 2냐 ? 크락션을 울리려는데...경찰차다
아래사진 맨 왼쪽차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까 우리를 잡던 경찰차가 아직도 거기 서 있었다.
무사히 돌아오는 길에 보는 볼가강이 더 이쁘다
코스트로마를 완전히 벗어나 베이스캠프인 야로슬라블로 돌아온다.
숲속에 군부대
러시아 자들이 참 오합지졸 같아도 로켓 엔진을 미국에 안 팔면 미국이 로켓을 쏠 수가 없다니... 기술력이 대단한 민족이긴하다.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
할아버지가 손주들을 수레에 태우고 드라이브 나왔다
야로슬라블 북쪽엔 한참 산업단지 조성중인데 KOMATSU등의 일본기업 전용공단같아 보였다
1시간 넘게 걸려 야로슬라블에 도착했다. 네비가 외진 길로 안내해서 차를 멈추고 다시 확인해야 했다.
오늘 이동구간
엇그제 밤 드라이브를 하다가 크레믈옆에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을 점찍어 놨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만큼 근사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 곳을 찾아갔다. 담벼락에 주차후 식당 입구를 찾아 좀 헤맸다. 철제 정문을 통과하자 안마당에 서 있는 청년 둘이 우리를 안내했다. 첫 인상들이 별로다. 들어가며 '영어메뉴 있냐' 고 묻자 없다며 ' 일단 들어오라' 는 제스처를 취했다. 찜찜히게 따라 들어갔다.
식당 내부는 온통 원목으로 인테리어 되어 있어 좀 어두컴컴했다. 아이들 실내놀이터 앞에 스크린을 내려놓고 월드컵 중계방송을 틀어 놓았다. 가족단위 손님도 좀 보였다.
전혀 도움이 안되는 메뉴판
식당 분위기도 그렇고 고기도 별로 안 땡기고 바가지 쓸 거 같아 만만한 파스타와 음료수를 주문했다,
내 파스타 면은 불어터진 라면같아 씹을 필요 없이 후루룩 흡입했다.
둘 중에 더 인상이 안좋은 청년이 우리에게 지나가는 말로 '어디서 왔냐' 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했더니 약간 놀라는 표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한결 유연해진 목소리로 ' 관광왔냐 ? 야로슬라블이 아름답다...' 는둥 말을 붙이길래 우리도 여기 3박 한다고 이야기하고 더 이상 말 섞고 싶지 않아 대충 끝냈다.
시장기가 반찬이라더니... 비쥬얼에 비해 맛은 그럭저럭 먹어줄 만 했다.
총 820루블 (14,760원) 이 나왔길래 2,000 루블 지폐를 줬더니 1,150만 거슬러 왔다. 30은 삥땅.
더 있고 싶지 않아 얼른 나왔다.
식당 담벼락에 길거리 음식부스가 있길래 덜 찬 배도 채울겸 들렸다.
난 핫도그, 현주는 구운 옥수수. 각각 90루블 (1,620원)
바로 제작에 들어가는 할머니
음식을 포장해 근처 강가로 나왔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석양이 아름다워 산책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러시아 젊은이들이 차문을 열고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다
현대 기아 차 사이에 낀 빨간 차에서
뭘 하는지 연기가 풀풀 나기 시작했다
내 핫도그. 쓰레기.
시들시들한 야채, 차디찬 소시지, 퍽퍽한 빵, 마요네즈가 각자 따로 놀았다
구운 옥수수 역시 쓰레기,
전혀 안 익었고 사료용 말이빨씨 품종인지 돼지나 환장할 맛이었다.
아무리 뜨내기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 한다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그냥 버렸다.
정 떼고 홀가분하게 가라고 마지막날 러시아가 우리를 박대하는 느낌이다.
더 갈 곳도 없고 식욕도 문을 닫아.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호털앞 도착후 맥주등 남은 음료수 길바닥에 쏟아 버리고 짐 다 꺼내 방으로 가져왔다
쇼핑 한 것들을 여기저기 낑겨 다 넣었는데...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큰 짐 한덩어리는 차 안에 있다고 한다,
샤워하는데 온수를 틀면 기름냄새, 찬물을 틀면 녹냄새, 거기다 하수구냄새까지... 깨끗해지려고 씻는데 없던 피부병도 생길까 걱정될 정도다. 이 호텔만 그런지 도시 자체가 물이 안 좋은지는 모르겠다. 진지하게 현주에게 물었다
" 대기오염이 심한 한국과 수질오염이 심한 러시아 중 어디서 살면 수명이 더 단축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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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 콘찰로프스키 - 파스텔 물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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