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트로이체 세르기 대수도원

2018. 6. 10. 10:00Russia 2018





아침에 일어나 보니 현주의 감기증상이 더 심해지고 복잡해졌다. 자금껏 외국나와 아파본 적이 없던 사람이라 저으기 걱정이 된다.

본인은 여수팀이 있어 긴장이 풀려 그렇다는데 내가 볼땐 무리한 일정탓에 감기가 나을새가 없는거 같다. 그래도 힘든 내색없이 여행을 즐기려는 모습이 대견하다.

아침을 8시에 먹겠다고 약속해 놓고 나도 10분전에 일어나 세수만 하고 거실로 나왔다



소파옆 원형 테이블에 우리 4명의 식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첫 인상이 새초롬한 러시아 아가씨가 오늘 조식 담당인가보다. 우리 테이블에 와서 러시아어로 커피등을 묻길래 ' 알렉스에게 어제 메뉴 알려줬다 ' 고 하니 무표정하게 돌아갔다.




현주가 따뜻한 물을 먹고 싶어 정수기를 눌러도 물이 안 나온다. 서빙아가씨에게 번역기로 물 없다고 했는데 ... 식사 마칠때까지 온수를 먹지 못했다


따뜻한 커피로 대신했다



오믈렛 4개


그리고 팬케익 하나. 

그리고 끝.

음식은 맛있다. 허나 English breakfast 는 아니더라도 B&B 정도는 나오길 기대했는데...


여수팀과 수다를 떨며 아침을 먹고 있는데 마침 알렉스가 들어왔다. 한국식 정서로 ' 아침 먹었냐' 고 물었더니 아직 안 먹었다고 한다.

직원들이 위층에 조식을 배달하고, 옆방 투숙객도 나오자 소파에 상을 차리길래 엉거주춤하다 방으로 들어왔다



여기는 1박만 하는 일정이라 샤워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방키를 반납하며 알렉스에게 은근히 한국인임을 알려주고 싶어 낯간지러운 소리를 했다.

"  내가 젤 좋아하는 작가가 안톤 체홉이고 두번째가 막심 고리끼다. 두꺼운「어머니」도 읽었다 " 고 하자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  그말 들어 기쁘다. 그런 이야기 하는 투숙객은 첨이다 " 라고 했다


' 한국인들 많이 오냐 ? ' 물으니 우리가 첨이라고 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삼성 TV도, 히터도, 현대 기아자동차도 다 Made in korea 라고 자랑하자 알렉스가 한술 더 떴다

"  주방에 냉장고도 한국거예요 "

알렉스의 러시아 Full name 이 궁금해 물어보니 ' 알렉산드라 사샤' 라고 한다. 어제 이쁘장한 주인여자가 거실로 나오자 '자기 아내 '라고 소개했다. 알렉스보다 좀 더 나이가 있어 보여 부부가 아닌줄 알았다.


이 곳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 볼만하다는 설명을 듣고 있자니, 여수팀도 짐을 챙겨 나왔다.


알렉스가 트렁크를 차까지 들어 주었다.

아침에 비가 조금 와서 걱정했는데 나와보니 날이 갰다.


시내 들어가다 낡은 주유소를 만났다. 간판에 A3C 라고 써 있었다, 에이삼씨 ?  키릴문자로 아제쓰 ?  이름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 주유소'란 뜻이었다







주유소 뒤쪽에 기름탱크




들판을 지나 시내로 들어간다


비가 또 오락가락



주택가에서 앞차가 버벅거리길래 유심히 보니 차 지붕에 'Y' 글자가 써 있다. 초보운전도 아니고 뭔 운전면허시험중인거 같았다. 추월 못하고 그 뒤를 쫄레쫄레 따라간다. 뒤로 차 몇대가 백미러 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구글 스트리트로 숙소를 찾아보다 view가 아주 좋은 자리를 알아 놓았다. 언덕위 주택가 골목안데 맞은편 대수도원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포토존이었다.

차 한대 들어갈 만한 빈자리 발견, 간신히 끼워 넣고


삼거리로 걸아 나온다



한 아저씨가 언덕을 올라오다 갑자기 몸을 돌려 대수도원을 보며 십자 성호를 긋고 살짝 고개를 숙인후 제 갈길을 갔다,

거칠고 무뚝뚝하다는 러시아인의 선입견이 확 바뀌는 순간이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 명당을 나만 알고 있는게 아니었군 


저 곳이 바로 트로이체 세르기 대수도원.  (56.311029   38.130431)

14세기 세르기가 건설후 도시의 이름이 되었고 러시아정교회의 중심지, 러시아사람들의 정신적 긍지와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오고 있다.







흰 수염을 멋지게 기른 할아버지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젊은 남녀가 그네를 타고 있길래 주변을 서성이며 눈치를 줘도 내릴 생각을 안한다.


얼굴이 퉁퉁 부은 현주, 그래도 행복하게 웃고 있어서 아픈지도 몰랐다.















우리가 더 안으로 들어가 다른 그네를 타고 사진을 다 찍고 왔는데도 굳세게 그네를 타고 있다. 

큰 엉덩이가 그네에 껴 버렸나보다.


어제밤에 갔던 레스토랑이 보여 더 반가웠다


러시아 가족도 와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일행을 태우고 대수도원쪽으로 가까이 갔는데 길옆 공터에 세워놓은 차를 경찰이 와서 견인하고 있다,


차량 통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장소인데... 살벌해 얼른 도망쳤다



대수도원 북쪽에서 보이는 모습










수도원 정문쪽으로 와 여수팀을 내려주고


수도원 남쪽에 장이 섰길래 현주를 내려주며 30분후에 만나자고 했다

빈터에 차 세우고 주차단속 안오나 경계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먼지털이개로 동상을 꼼꼼히 청소하고 있다. 잠시후엔 충분히 단정한 정원을 잔디깎는 기계로 밀고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내 땅이어도 저렇게 안 했을 텐데 정성을 다 하는 공원 관리인의 모습에 감동 먹었다,


동상의 주인공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사람들도 더 가까이 다가와 친근감을 표했다





차를 견인해 갔는데도 또 다른 차들까지 사진을 찍고 있는 관리인들


대수도원 관람을 마치고 이동하는 러시아인들.






러시아 여성들은 대체로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두 손을 앞으로 모은채 다소곳하게 걷고 있다.



그 시간, 현주는 성당 앞쪽을 구경하고 다녔다






외국 관광객들보다 러시아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현주는 안쪽 상가에서 1,500 루블 달라는 회색모자를 1,000루블 (18,000원)에 샀다

상인들이 대체적으로 순진하고 에지간하면 잘 깎아주었다, 이쪽까지는 단체관광객들이 안 오니 아무래도 흥정이 쉬웠다,


물레기구를 옆에 놓고 손뜨게질을 하는 할머니. 옆에 젊은 아줌마는 물건 값만 알려주는데 할머니가 장사수완이 보통이 아니였다,

현주가 구경하자 모자에 맞는 목도리를 골라주며 직접 손으로 만든거라고 거의 강매했다, 한푼도 못 깎고 1,000루블에 목도리 구매.






유난히 다정한 비둘기



현주가 털모자와 목도리를 매고 짠~ 하고 나타났다, 기다린지 1시간이 넘었다,



어떠냐고 묻길래 '잘 샀다' 고 했더니 확신이 안 서는지 바꾼다고 다시 돌아갔다,


그 사이 여수팀이 길 건너까지 왔다가 내가 손짓해도 못 보고 돌아가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들이 줄줄이 지나가는데 표정들이 다 심드렁하고 아침부터 지쳐 보였다


용철씨가 무사히 우리차를 찾아와 살짝 잠이 들었다,

한참있다 현주가 모자와 목도리를 하얀 색으로 바꿔 돌아왔다, 세번째 갔는데도 상인들이 친절하게 바꿔주었다고 한다

사실 아까 회색은 보살같아 보였다고 실토하니 현주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했다,



모두 모이자 바로 출발.

1박 2일의 세르기예프 빠사드 일정을 마치고 황금고리의 다음 도시를 찾아 떠난다





<러시아 미술> ivanov - 그리스도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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