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꼬치구이 샤슬릭

2018. 6. 10. 16:59Russia 2018





시내를 벗어나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버스정류장 끝에 노점상이 눈에 들어와 호기심에 차를 세웠다


파라솔아래에 러시아 처자가 앉아 있었는데


노란 탱크엔 음료수가 담겨 있었다. 거품이나 색깔로 봐선 딱 맥주인데 길거리에서 대낮에 술을 팔리는 없고 뿌리를 발효한 전통 음료같았다,

패트병 하나에 100 루블 (1,800원)


용철씨의 번역기로도 해석이 안되는 걸 보면 FDA 승인은 못 받은 듯 


차안에서 모두 돌려 먹어 봤는데 어떤 맛이라고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김빠진 맥콜에 감식초 섞은 맛 ?

더 먹겠단 사람이 없어 차 바닥에 굴러다니다가 며칠후 길거리에 뿌려 버렸다,



시골길 사거리에서 차가 덜 다니는 우측으로 꺾어 직진하자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흐린 하늘에 비가 오락가락,

지방국도인데도 차가 막혔다 뚫렸다 한다.


인가들은 점점 드문드문해지고


만나는 길들은 다 비포장 흙길. 우리 가는 길만 가까스로 포장되어 있었다,



낡은 차에 구식군복.

1차 세계대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잘 빠지는듯 싶더니 또 뜸금없이 길이 막힌다,

마침 오른편에 식당 같은게 보여 점심이나 먹고 가자고 차를 세웠다


지붕에 멋진 필기체로 ' 샤슬릭 드보릭 '이라고 써 있다,

샤슬릭은 중앙아시아 음식인데 러시아로 전파되어 지금은 러시안 전통음식으로 널리 퍼져 있는 꼬치구이 바베큐다. 샤슬릭을 먹을 수 있겠단 생각에 뱃속이 알싸해진다, 어젯밤 세르기예프 빠사드에 식당은 루스께 드보릭, 여긴 샤슬릭 드보릭 (바베큐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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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인데도 빈자리가 많아 안쪽으로 들어갔다. 남자들이 각자 분주히 일하고 있다,


여기서 직접 구운 것 같은 빵


화로에선 온갖 종류의 바베큐들이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고 있다


손님이 없는 줄 알았는데 러시아 덩치들이 두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쑤시개가 있다는 건 이빨에 끼는게 많다는 ...


일단 화장실 가서 한숨 돌린후, 메뉴판을 들여다 보는데 온통 러시아어.


다행히 여종업원중에 한명이 간단한 영어를 할 수 있어서 가까스로 주문을 마쳤다


용철씨가 셀카를 찍고 있으니 문쪽에 앉아 있던 청년들이 용철씨를 손짓해 불렀다, 용철씨가 쭈삣쭈삣 가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위험을 직감한 달래씨가 남편을 구하러 뛰쳐 나갔다.

어디 끌려가 맞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데 한참있다 둘이 무사히 돌아왔다. 뒷마당 문쪽으로 데려가길래 쫄았는데 친절하게 뭘 보여주었다고 한다.


현주는 따뜻한 짜이와 닭고기스프, 치킨 샤슬릭 주문



징기스칸스러운 수저




난 야채샐러드와 돼지고기 샤슬릭




여수팀은 흑임자크림스프와 연어 스테이크, 치킨 샤슬릭을 주문했다




모든 음식이 대만족스러웠다. 항상 느끼는 건데 러시아 식당의 고기질은 아주 훌륭하다. 연어같은 생선까지도 바로 낚시해 잡은 것처럼 비린내없이 신선했다. 좋은 건 자기네들 먹고 안 좋은 것만 한국에 수출하나 싶을 정도다. 여기 고기 맛 보면 한국 동네 정육점 고기 못 먹는다.



여종업원이 짜이까지 리필해줘서 배부르게 먹고도 음식이 남았다


음식값 총 2,050루블, 주인 아저씨가 50을 깎아줘 2,000 루블 (36,000원) 을 냈다. 가격까지 저렴하다

샤슬릭을 굽던 풍채좋은 아저씨가 밖에 나와 있길래 어디 음식이냐고 물으며 잘 먹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샤슬릭의 연금술사들


아까 막혔던 길은 또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배도 부르고 신나게 달리는데...


커브를 틀자마자 갑자기 엄청난 차량정체를 만났다, 멀리 보이는 고개 너머까지 차들이 꽉 차서 꼼짝을 안하고 있다.


네비를 보니 알렉산드로프 시내로 들어가는 정체라 금방 풀릴 거 같지 않았다. 돌아갈 우회로도 없고... .


꾸역꾸역 가다보니






드디어 이 정체의 씨발점을 만났다. 검은 차 한대가 주인은 온대간데 없이 차선 하나를 떡 막고 있었다,

한국 같으면 벌써 견인차가 채트려 갔을텐데 여긴 무슨 깡인지 '니들은 복장 터저랴 난 간다' 하는 식이다 



우리쪽은 차들이 잘 빠지기 시작하는데 이번엔 맞은편 차선이 지옥이다


네비가 큰 길 놔두고 동네 이면도로로 안내했다. 아스팔트는 여기저기 깊이 파이고 주변 집들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가난한 동네다




동네길이 끝나는 곳엔 강이 흐르고 그 너머 언덕 숲에 예쁜 성당의 첨탑들이 보였다



러시아 지방도시의 주된 수입원인 목재산업


알렉산드로프를 벗어나 라벤다 밭을 통과해 신나게 달린다,






타이가 숲속 63km 까지 외길 직진, 땅덩어리가 하도 넓다보니 네비가 안내하는 수준이 보통 이렇다

기본 100km 속도로 달리는데도 급한 차들은 추월을 일삼았다,




러시아 지방도로를 달리다보면 의아한 점이... 숲이건 들판이건 동물들이 전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고라니나 사슴, 토끼같은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농가에 흔한 양, 염소, 돼지도 안 보이고 지금껏 소목장 딱 하나 본게 다다.


현주랑 앞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가는데 뒷자리가 조용해서 보니 여수팀은 자고 있다.

심심해 폰에 저장된 한국가요를 틀었는데 순식간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음식으로 향수병을 달래듯 음악도 그 역활을 충분히 하고 있다,


자작나무가 줄 맞춰 심어진 가로수길 끝에서



모스크바-블라디미르 주요도로를 만난다.


신호 기다렸다가 경찰 눈치를 보며 좌회전해 블라디미르를 향해 또 한참을 달린다.



블라디미르에 도착했을때는 5시가 거의 다 되었다



호텔에 거의 다 왔는데 네비가 알려주는 길은 여기저기 패이고 끝이 막혀 있어 시껍했다

다시 차를 돌려 큰길로 나와 정문을 찾아 갔다. 이번엔 입구에 경비도 없이 바리케이트만 처져 있었다.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다가 가까이 다가가자 바리케이트가 올라갔다. 


오늘 이동한 루트


예약한 Vania hotel 도착  (56.106018   40.437397)

건물 외벽이 심하게 낡아 있고 변변한 주차장이 없어 길가에 개구리 주차하고 짐을 다 내렸다. 이 호텔은 예약할때 조건이 '취소불가' 였는데 와보니 그 이유를 알거 같다. 호텔이 아니라 그냥 연수원 같다.



내부도 구식이었다.


옛날 장농문짝을 떼다 붙인듯한 번쩍거리는 나무벽



프런트에선 중년여자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그 뒤로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가 삐딱하게 앉아 우리를 힐끗거렸다. 딱 소비에트 시절 공무원 같은 자세다. 방 두개 2박에 14,000 루블 결재 (252,000원)


배정받은 객실 문을 열자 버석거리는 타일바닥에 왠 버펄로 한마리가 깔려 있었다


LG 에어컨


대우냉장고


침대에 수건 백조 두마리


통일성 없는 방 분위기에 어디 맘 둘 곳이 없어 난 책상위에 다리 올린채 의자 깊숙히 앉아 있고... 현주는 낮에 산 모자와 목도리로 패션쇼중. 그거라도 해야 버틸수 있을 거 같아 말리지 않았다





싸구려 샷시 문을 열고 뒷베란다로 나왔다,

낡고 칠이 벗겨진 난간뒤로 녹음이 짙은 정원이 있어서 그나마 공기가 좋았다,






짐 풀 의욕이 없어 베드에 누워 사진감상중


우리가 피곤해 보인다고 달래씨가 저녁거리를 사다 먹자고 한다.

현주 감기기운도 여전하지만 나도 하루종일 운전했더니 식당 찾아 시내 나갈 엄두가 안 났다.


차키 줘서 보내고 나도 짐 풀고 샤워하고 났더니 8시쯤에 여수팀이 우당탕 돌아왔다

시내 대형마트를 찾아 갔는데 워낙 넓어서 그 안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시간 다 갔다 한다. 이젠 여수팀이 러시아에 완전 적응했다. 가져다 앞방에 상을 차리며 우리방에 테이불과 의자도 가져다 놓고 26,000원어치 장보따리를 풀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외로움에 쉽게 빠져 버린다. 부부가 다니면 좀 덜하지만 낯설고 추운 곳에선 함께 힘들어 한다.

그런데 이렇게 4명이나 되니까 밝은 기분이 전파되고 수다를 떨며 긴 저녁시간을 즐겁게 보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것저것 먹으며 어제,오늘,내일 이야기를 나누다 10시쯤 방으로 돌아왔다. 여수팀이 챙겨준 감기약과 休足파스 덕에 그날밤 포근하게 잘 잤다




<러시아 미술> Levitan - 영원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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