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러시안 정원' 에서의 식사

2018. 6. 9. 21:00Russia 2018





이번엔 세르기예프 빠사드를 남쪽에서 들어온다. 낮의 정체는 어느새 풀려 차들이 부드럽게 달리고 있다.

대수도원 황금첨탑들이 보이면 시내중심지에 다 온 것



관광객들이 빠져나가 한산해진 수도원 앞



퍼저버린 고물차


한국에서 찾아 놓은 레스토랑을 찍고 가봤는데 업종이 바뀌어 있었다. 일방통행길이라 돌아나오지도 못하고 더 들어가 봐도 마땅한 식당이 없다.

첫번째 식당 근처로 다시 와서 근처 또 다른 식당앞에 잠깐 멈추고 용철씨를 들여 보냈더니 가구점이라고 쫓겨나왔다.

저녁 퇴근하는 인파들을 따라 주택가로 들어가 봐도 마땅치가 않고...



운전하다 얼핏 그릇에 젓가락이 꽂혀 있는 간판을 본거 같아 화단을 건너 어렵게 주차까지 하고


용철씨랑 현주가 가봤다. 안에 사람과 뭔 말을 주고 받더니 다른 곳도 둘러 보고 힘없이 돌아와 ' 테이크아웃용 김밥집 ' 이라고 한다. 

" 젓가락이 아니라고 ? " 실언이 튀어 나올 정도로 실망이 컸다.


한국에서 숙소 예약할때 대수도원 바로 아래에 호텔과 식당을 겸하는 곳이 생각나 그리로 내려갔다.

그런데 문이 닫혀있고 두꺼운 커튼이 처져 있었다. 떠나려는데 달래씨가 안에 불이 켜저 있다고 한다. 용철씨가 지친 기색으로 또 내려 몇십미터 떨어진 식당까지 갔다 다시 돌아왔다. 안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하고 있더라고... 하객들이 들어오라는데 웨이터 눈치도 보여 그냥 왔다 한다.


이 유명 관광지에서 저녁 먹을 곳이 없다니... 모두 맨붕에 빠져 버렸다.

수도원앞 대로옆에 관광객용 큰 레스토랑은 확실히 영업을 하고 있으니 그리로 한번 가보고 거기도 안되면 마트에서 먹을 걸 사갖고 들어가 먹자는 자포자기성 결단을 내렸다.


블럭을 넓게 돌아 레스토랑 뒤쪽 주차장을 찾아간다.

동네 안쪽에서 본 불난 집. 러시아는 화재후 방치된 주택들이 참 많이 보인다


할머니가 버스정류장에 누워 자고 있고 큰 개 한마리가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용케 식당 뒤쪽으로 진입 성공, 여기도 분위기가 문 닫은 거 같은데 달래씨가 안에 불 켜저 있다고 한다. 차로 가까이 가자 창문가에서 약간 퇴폐적으로 생긴 여자가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분위기로는 영 안 내키는데 옆에 빵집도 있고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는건 더 끔찍해 그냥 여기서 먹기로 했다. 용철씨가 주차를 물어보자 오목한 안마당에 대면 된다고 한다. 후진으로 넣다뺐다 하다가 용철씨에게 키 맡기고 내렸다.

계단옆 거대한 마트로슈까 인형앞에서 여자들 기념사진 찍어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찾아 헤맨 루트,

<클릭하면 확대됨>


안엔 식당도 아니고 매점도 아닌 애매한 분위기, 작은 빵집이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안내를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예쁜 아가씨가 서서 겉옷을 받아 걸어줘서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실내 두세 계단을 내려딛자 눈앞에 너무나 고급스런 레스토랑이 나타났다


전통 러시안 스타일로 꾸며놓은 내부

손님이 거의 없어 안쪽 편안해 보이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

똑같은 복장의 아가씨가 대여섯명이 있었는데 다 한결같이 예뻐서 용철씨가 구글 번역기로 '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 ' 고 물었다. 용철씨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아가씨옆에 서 있어도 달래씨가 궁시렁거리지 않았다.



아가씨가 왠 두꺼운 그림책을 한권씩 나눠줬다. 겉표지 유화가 감각적이다.

' 루스끼 드보릭-러시안 정원- ? ' 이라고 식당이름을 쓴 메뉴북. 


공부하시라고 한참 시간을 주었다.

생각보다 음식값이 안 비싸다. 용철씨가 저녁값을 낸다고 해서 미네랄 워터, 스프 세개, 셀러드 두개, 현주 따뜻한 허브차, 각자 메인 요리 네개, 커피 두잔까지 푸짐하게 시켰다


옆 테이블엔 손님 4명이 들어왔다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이후엔 남녀 둘이 들어와 에로영화를 찍고 나갔다.


깨끗한 화장실


' 나딸리아 ' 우리 담당 아가씨



나딸리아를 포함해 여기 여직원들 모두에게서 순박함과 착한 심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메뉴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음식을 주문하거나 이름을 물어보거나 다른 여직원에게 부탁을 해보니 금방 알 수 있었다. 한결같이 차분한 목소리와 얼굴 표정에 우리 일행 모두 이 아가씨들의 외모를 떠나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세련되고 더 예쁜 한국아가씨들이 잃어버린게 이런 순수함 아닐까 ? 아니 잃어버렸다고 하면 안되갔구나. 순수한 그 시기가 너무 짧게 끝나 버린다는 거. 순수함만 갖고 사회생활 하기가 힘들다는 거...






설탕하나에도 사람을 감탄시키는 센스가 있었다. 

단지안에 흰 각설탕과 색색의 과일 말린 것을 함께 넣어 왔다





현주는 감기가 심해서 따뜻한 스프



내가 주문한 샤슬릭


음식이 모두 맛있어 서로에게 먹어 보라고 이리저리 나눠주느라 식탁이 분주했다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을 위해 창가쪽에 2인용 식탁들이 놓여있다

손님이 많진 않았지만 늦은 시간까지 간간히 들어왔다



영업시간을 물어보니 새벽 1시까지 라고 해서 우리도 부담없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달래씨는 이런 여행이 자기 스타일이라며 좋다고 하는데 용철씨는 자유여행을 못 할거 같다고 한다.

골든링의 첫날 저녁이 화기애애하게 저물어간다 




움식값은 총 6,675 루블 (120,150 원)이 나왔다.

내가 ' 팁을 10% 는 줘아 하는데 500루블 정도 주면 될 거다, 미국은 15 % 다 ' 라고 했더니 용철씨가 ' 팁은 원래 주고 싶은 만큼 주는거 아녀요 ? ' 라고 했다. 용철씨가 음식값은 카드결재하고 팁으로 500루블 지폐를 주자 나딸리아가 생각지도 못한 양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여자들은 어느새 레스토랑 옆 기념품 코너에 얼굴을 묻고 있다. 여기 담당 아가씨 또한 미인인데 쌀쌀한 기온에도 소매가 없는 원피스를 입고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옆에서 설명을 잘 해줘서 안 사고 그냥 나오기가 엄청 눈치 보였다. 기념품 코너를 지나면 Bar 가 있고 남쪽 주차장편으로도 식당이 또 있었다. 여긴 탁 트인 넓은 홀에 오픈된 테이블들이 놓여있고 남녀 손님들이 음악에 맞춰 쌍쌍히 춤을 추고 있었다. 아마 단체손님을 위한 칸인거 같았다.

이 곳 루스끼 드보릭은 진짜 대박이다. 남녀직원들도 많고 다양한 형태의 식당칸과 부속 빵집과 기념품점에 Bar 까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런 레스토랑이 되었다.


식당 정문쪽으로 나왔다



갑자기 어찔해서 땅을 짚었더니 내려오던 자전거족이 놀라며 지나갔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하늘이 군청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세르기예프 빠사드가 또 한번 황홀하게 반짝거렸다 


드라이브 하려다 현주가 많이 피곤해 보여 차를 돌려 숙소로 향했다


10시 14분.

난 콜라가 먹고 싶고 물도 살겸 마트에 들렸는데 불은 켜놓고 막 Close 했다며 돈 정산을 하고 있었다

조금 더 나오자 바로 다른 마트가 있었는데 다행히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이 계속 들고 났다. 용철씨가 들어가 음료수 사오는 동안 현주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숙소 거의 다 도착했는데 또 건널목에서 야간열차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역장은 건널목 옆 작은 사무실에서 기거하며 밤새 지랫대를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알렉스랑 여직원이 호텔 문앞에 나와 있었다.

알렉스에게 Good night ! 인사하며 들어가자 옆에 여직원이 삭삭하게 문을 잡아 주었다,


장 본거 각자 나누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 따뜻하다

우리 없는 사이에 방을 데워 놓은 것이다. 비록 작은 히터지만 따뜻한 마음은 아주 크게 느껴졌다.  - 히터는 HYUNDAI  Tv는 삼성- 


감기가 심해진 현주는 양약에 취해 완전 비몽사몽.

세수만 간신히 하고 나와 얼굴에 팩을 붙인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방 천정이 높아 약간 춥다. 나도 일기쓰다 샤워하고 나와 하루 정리하니 새벽 1시. 

숙소가 맘에 들어 며칠 더 묵을까 ? 순간 고민이 들었다


은재랑 짱이가 안부 사진을 보내왔다. 언니가 네일 해줬다고 자랑하는 짱이

우리 없으니 오히려 맛있는거 시켜 먹으며 두자매가 잘 지내고 있다. 





<러시아 미술> Kramskoi - 미지의 여인 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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