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9. 17:00ㆍRussia 2018
다시 모스크바로 방향을 틀어 ' 세르기예프 빠사드 ' 로 내려간다.
높은 산이 없으니 차가 돌아갈 이유도 없고 길은 그냥 일직선이다
아지랭이로 어른거리는게 아니라 진짜 길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마주오던 차가 없어졌다 나타나는 재밌는 길
핸들은 돌릴 일도 없고 차는 요람처럼 부드럽게 출렁이니... 슬슬 졸립다,
예쁘게 만든 새장 몇개를 차에 올려놓고 하루종일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
인력이 부족한 선진국에선 핸드메이드가 고가의 대명사지만 러시아에선 아직도 거의 다 손으로 만든다. 춥고 넓은 땅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은 가내수공업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세르기예쁘 빠사드를 북쪽에서 진입했다.
비가 간간히 흩뿌렸다
제법 큰 도시다
러시아의 6,7월은 한여름이지만 주민들의 복장은 아직도 초겨울
딸딸이를 타고 가는 사람들.
말이나 소가 끌어도 전혀 어색할게 없는 풍경들.
차량 통행이 많은 시내지만 사람이 건너면 모든 차가 멈춰준다. 신호등 없음
이 도시의 보물이자 랜드마크인 대수도원을 지나자마자 차가 극심하게 막혔다. 아마도 관광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차량이 많은가보다
호텔 옆에 자전거대여소
웨딩카
숙소는 몇 km 안 남았는데 차가 기어가자 현주가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멀리 돌아가더라도 움직이는게 나을거 같아 한적한 동네로 무작정 들어갔다.
한국이라면 벌써 재건축 1순위인 낡은 저층아파트. 이런 단지들은 공동 관리실이 없이 개별적으로 보수하면서 사는 것 같았다. 그 앞을 모델같은 엘프들이 지나가고 있다. 바지 사서 기장 줄일 필요 없는 사람들의 주거환경은 엄청 낙후되어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White trash가 아닌 이상 백인들은 다 잘 사는거 아니였음 ?
아빠를 따라 가는 귀여운 꼬맹이들,
호텔은 시 외곽에 있었다, 번잡한 시내를 벗어나 로터리를 지나 숲속을 통과해 건널목을 건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네비가 안내한 곳은 철문으로 닫혀 있고 주변을 둘러봐도 이 건물 하나 달랑 있는데 호텔간판도 안 붙어 있다.
예약 사기를 당한건가 ?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정신을 차리고 전면 벽에 키릴문자를 읽어보니 ' 두브라바 ' 라고 써 있다, 우리 숙소가 '두브로브스키' 니까 맞는건가 ?
건물 저편으로 20 여 m 이동하자 여기도 철문으로 막아 놓긴 했어도 사람 들어갈 틈은 있었다, 일단 그 앞에 차를 대고 안으로 들어갔다. 포스터들이 걸려 있고 창문 안으로는 사무실이 보였다. 미술관이나 공연장 같았다. 불안감이 고조됐다.
안에 불이 켜저 있기에 용철씨에게 들어가 물어보라고 부탁하는데 마당에서 경비복장의 아저씨가 나타나 우리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애타는 목소리로 " 호텔 ? " 이냐고 묻자 아저씨가 건물 끝을 손짓하며 벨을 누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은 진정되었다, 일행들은 바로 옆으로 걸어 가고 나도 긴가민가 차를 끌고 다시 왔다.
용찰씨가 철문 옆에서 벨을 찾아 누르자 잠시후 진짜 육종한 철문이 스르르 열렸다,
건물 앞쪽으로 차를 몰고 가보니 ' 두브로브스끼~' 라고 정확한 호텔 이름이 박혀 있었다. 긴장이 탁 풀렸다.
Boutique hotel Dubrovskiy 도착. 호텔사기 아니였음 (56.283825 38.087374)
짐을 다 내려 안으로 들어가자 잘 꾸며 놓은 가정집 같은 거실로 들어섰다,
여직원이 먼저 온 투숙객(외모로는 여자인줄 알았는데 목소리들으니 남자였음) 체크인 수속을 하는 동안 실내를 둘러보며 기다렸다,
우리까지 들이닥치자 안에서 예쁘장한 아줌마가 나와서 여직원에게 체크인을 지시했다.
여권 네개 다 달래서 복사.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자 이번엔 남자직원을 불러왔다.
대머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채 부리나케 달려온 남자가 우리에게 물어보는 건 내일 조식 메뉴였다,
남자 이름을 물어보니 알렉스라고 한다.
알렉스가 러시아어로 적힌 메뉴를 하나하나 영어로 읽어주며 고르게 했다.
종이위에 1-1 이라고 볼펜으로 적길래 내가 1-2 라고 적어주며 안사람 메뉴를 고르려고 하자 남자가 1-1은 방번호라고 해서 함께 웃었다
주문이 다 끝났는데 현주가 뒤에서 ' 빵 안 시켰냐 ? ' 고 날 책망하길래 ' 내일 돈주고 더 달라고 하면 돼 ' 라고 일단 봉합했다.
파란 화살표는 오늘 이동구간
부티끄 호텔이라더니 진짜 실내가 세련되고 깔끔했다
욕실은 샤워부스 대신에 아예 벽으로 칸막이를 만들어 놔서 들고 나기가 편했다
벽에 그림도 걸려 있고 협탁엔 두툼한 소설책도 한권 올려저 있어 주인의 취향이 느껴졌다
문 옆 커튼을 젖히자 옷장대신 뭔 매대선반같은게 있어서 젤 인상깊었다
비상식량을 다 꺼내 진열해 놓았다
5시쯤 침대에 누워 가운을 둘둘 말아 베고 살짝 잠이 들었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기차소리가 즐리고 추워져서 창문을 닫고 또 잤다.
나 자는동안 현주는 견과류 먹으며 사진을 보고 쉬었다.
용철씨가 전화해 호텔에서 '숙박비 내라' 했다고 현주가 자는 나를 깨워 알려주었다. 잠결에 ' 있다 준다고 해' 하고 다시 잤다
한 40 여분 시간을 못 버티고 현주가 날 깨웠다.
외출준비를 하고 거실로 나와 알렉스에게 방 두개, 조식포함 1박에 5,250 루블 (94,500원)을 결재했다. 저렴하다
" 알렉스, 왜 그리 바빠 ? "
" 오늘 결혼식 행사 준비 하느라 ... "
" 안사람이 감기 걸려 추워하니 히터좀 빌릴 수 있나 ? "
" 몰론이죠. 음. 에어컨을 조정해서 돌아올 때쯤 방을 따뜻하게 해 놓겠습니다 "
주차장소를 알려 주겠다고 해서 밖으로 따라 나왔다. 알렉스랑 주인여자가 말을 나누더니 가까운 곳에 편하게 주차하라고 한다.
우리차가 안 보인다. 여수팀이 산책 나갔다더니 차를 끌고 나갔다
6시가 넘었는데도 햇살이 강렬하다
머리를 예쁘게 묶은 강아지 두마리가 신나서 촐랑거리길래 부르니 나도 잘 따랐다
오늘 결혼식이 있다더니 건물뒷문에서 악단 단원들 수십명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이동하고 있었다
이 작은 건물에서 저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열리다니 !
내가 사는 백만이 넘는 수원만 해도 변변한 재즈무대 하나 없는데 여기선 악단 수십명이 한자리에 쉽게 모이는 것에 적잖게 놀랐다, 잘산다고 되는게 아니라 문화예술 인프라가 그만큼 풍성하다는 것이 부럽다. 베트남 호치민만 해도 소규모 재즈공연이나 밴드공연무대가 너무 많아 매일매일 찾아다녀도 다 못 볼 정도였다. 왠만하면 한국 흉 안 보는 편인데 이런 문화예술면에선 발전이 많이 필요하다
철문 닫히기 전에 밖으로 나와 여수팀을 기다린다.
근처에 놀이터가 있었다
주말이라 아빠나 할머니랑 같이 놀러 나온 아이들이 많았다
놀이터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여자아이. 내가 봐도 솜씨가 훌륭했다. 엄마가 자랑스러워 하는 딸을 그림옆에 세워 놓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잠시후 중년아빠가 현대 에쿠스를 타고 와서 가족들을 태우고 갔다,
40 여분 넘게 밖에서 앉아 있으려니 춥다. 현주가 나몰래 내 옷을 더 챙겨와서 감기 안 걸리고 요긴하게 입고 있다.
여수팀은 숙소를 못 찾고 헤매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GPS 좌표도 불러 주고 주소도 사진찍어 보냈는데 그 아래 주소로 착각하거나 네비길을 놓쳤다고 또 함흥차사.
뭔 사고라도 안 나야 할텐데 걱정이 슬슬 짜증으로 바뀔 즈음 눈에 익은 차가 멀리서 들어왔다
추워하는 현주를 조수석에 앉히고 열선과 히터를 틀어주었다, 저녁 먹으러 시내로 출발.
건널목 차단기가 슬슬 내려가더니
땅에서 철판이 올라와 길을 막아버렸다
기차가 지나간 후 철판이 고장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데 건널목 역장이 스위치를 누르자
길이 다시 평평해졌다
▲
<러시아 미술> Vinogradov Sergey Arsenievich - 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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