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8. 08:00ㆍRussia 2018
참대에 누운채 빈둥대다 8시 다 되어 머리는 찌그러진채 세수만 바드시 하고 아침 먹으러 나왔다. 우리 객실 건너편에도 은둔형 엘리베이터가 있어 식당이 있는 2층을 눌렀다. 한참 내려가 2층 문이 열리자마자 놀라서 황급히 문을 닫았다.
불꺼진 복도, 널부러진 쓰레기들, 그리고 악취
바로 1층으로 내려가 ㄷ자 처럼 로비에서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식당으로 갔다.
호텔 투숙객 아침만 해주고 마는 곳이 아니라 당당하게 Viet soul 레스토랑이란 글자를 걸어 놓은 걸 보니 맛도 자신하는 것 같아 입에 침이 돌았다. 입구에 한 -베트남-남자가 서서 조식 표를 받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또 한번 당혹감을 느꼈다,
넓은 식당안에 수십개의 중국식 회전 테이블이 있었는데 먹고 난 접시들이 그대로 쌓여있고 울긋불긋 남은 음식들과 수저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중국인 몇명이 폭탄맞은 식당에 패잔병처럼 듬성듬성 앉아 특유의 성조로 떠들어 대고 있다.
일행이 사방으로 흩어져 깨끗한 빈자리를 찾아봤지만 창가고 구석이고 간에 모두 공중화장실 쓰레기통 수준이었다.
넋과 식욕은 바람나 사라져 버리고 난 허수아비처럼 서 있었다. 보다못한 현주가 입구에 있던 남자에게 가서 식탁을 하나 치워 달라고 하자 마지못한 표정으로 가까운 태이불울 정리해 주었다. 빈접시 치우고 식탁위에 떨어진 음식들은 휴지로 대충 훔치는 정도였는데 그 와중에도 중국놈 두명이 양해 한마디 없이 치우고 있는 자리에 덥썩 앉는 것이 아닌가
아래 사진에 왼편에 대머리 노인, 맞은편에 모자쓴 남자와 여자 가이드가 중국인. 입은 드시며 굳세게 떠드느라 바쁘고, 코 풀고 그 휴지로 콧구명 후비고 빵가루 떨어뜨리고 음식 묻은 젓가락을 식탁 위에 두드리고...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드러워서 없던 입덧까지 생겼다.
음식진열대엔 바닥이 드러난 쟁반도 많았고 바닥엔 음식들이 지저분하게 떨어져 있는데 달래씨가 샐러드를 밟아 찍~터지며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
그런데도 식당안엔 직원하나 안 보였다. 오죽하면 용철씨가 ' 다 파업하고 나가 버렸냐 ? ' 고 할 정도였다,
그나마 음식이 맛은 있다고 여수팀과 현주는 애써 배를 채우는데, 난 팔짱만 끼고 앉아 단식을 선언했다
달래씨가 샐러드랑 햄을 조금 담아다 주길래 성의를 봐서 조금 먹어보다 냄새나 밀쳐 놓았다.
조식식당에 디너용 드레스를 차려 입고 온 중국여자
러사아 젊은 부부가 여자애 손을 잡고 식당안으로 들어왔다.
아빠가 접시도 안 든채 빠른 걸음으로 진열대를 스캔하며 지나갔다. 현주가 애기엄마랑 눈길이 마주쳤는데 황망한 표정이었다고... 우리가 다 쪽팔렸다.
이번엔, 한눈에 봐도 한국인인 아가씨 둘이 들어왔다, 용철씨가, 한국에서 오셨어요 ? 물으니 아니라며 중국인이라고 했다 한다.
그래서 내가 농담으로, 우리나라 말로 물었더니 그 아가씨도 우리나라 말로 " 아니예요 중국사람이예요 " 하더냐고 용철씨를 놀렸다. 그러자 현주가 옆에서 들으니 진짜 그러더라는 것이다. 실상은 이랬다
용철씨 : 전라도 말로 " 한국에서 오셨어요 ? "
아가씨 : 머뭇거리다 " ... No "
용철씨 : " Chinese ? "
아가씨 : " Yes "
가장 무서운 건 우리도 이런 환경에 몇번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돼지우리 바닥을 뒹굴고 있을 거라는 것이다.
내일은 아예 식당에 내려오지 않겠다 다짐하며, 어제 여직원이 식권을 하루치만 준 속 깊은 배려에 그제서야 고개가 끄떡여졌다.
9시 조식시간이 마감되자 그제서야 직원들이 한두명씩 바퀴벌레처럼 기어 나왔다, 중국놈들이나 베트남놈들이나 도찐개찐이다 (도긴개긴)
여수팀에게 ' 이틀 숙박비 환불해 주겠다 ' 고 농담을 했다. 현주는, 내가 하루종일 짜증냈을텐데 여수팀 있어 금방 풀리니 좋다며 놀려댔다.
얼른 로비로 나왔다. 식당을 초토화 시킨 장본인들이 고스란히 로비로 이동해 진을 치고 관광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조식상황을 항의하려고 호텔 프런트로 갔는데 직원들이 다 사라져 버리고 텅 비어 있었다
로비 한쪽에 기념품점이 있길래 구경하러 들어갔다,
좁은 가게 안에 암내가 확 풍겼다. 주인인듯한 러시아남자가 입구에 서 있었는데 그에게서 나는 것 같았다.
객실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러시아 중년 남녀랑 함께 타게 됐는데 둘 다 곰인줄 알았다. 내가 무서울 정도로 덩치들이 크다.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안내판도 다 베트남 글자다. 도대체 이 하노이호텔엔 베트남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
17층 창밖을 내다본다. 서울은 산이 많아 시야가 좁고 거리감이 있는데 모스크바는 지평선끝까지 막힘없이 보였다. 가까워 보여도 10km 는 기본으로 떨어져 있어서 시내 돌아다니는 것이 수원, 인천 가는 것과 같다. 시내 주요 도로는 왕복 10차선이지만 모스크바 간선도로는 왕복 2차선이 대부분이다.
여수팀이 세탁기를 돌려 봤대서 우리도 욕실에 있는 물비누 붓고 돌려 놓고 다시 로비에 내려왔다.
출금좀 하려고 ATM에 카드를 밀어 넣었는데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 지금껏 모든 기계들의 출금 한도가 평균 7,500루블이었는데 여긴 자그만치 10만루블 (180만원)이었다.
중국놈들 돈 많이 쓰고 가라 이건가 ?
차를 가지러 간 용철씨가 너무 늦길래
밖에 나와 기다리다 연락을 취해 봤는데... 아니나다를까.
길을 잘못 들어 호텔을 등진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한다.
쉽게 못 올거 같아 로비에 들어왔다.
당황한 용철씨가 계속 SOS 전화를 하는데, 네비도 준비 안되어 있고, 물어볼 사람도 없고, 여기서도 도와줄 방법도 없고...
이 상황을 그냥 즐기자고 자포자기 했다.
자판기안에 음료수랑 과자들이 날 유혹한다.
오늘 많이 놀라네. 콜라같은 음료수가 천원도 안되고
하리보 젤리, 사탕, 과자가 다 300 원도 안된다.
거의 공짜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돈을 넣으려고 자판기 여기저기를 쓰다듬어 보는데 돈 투입구가 아예 없다. 뭐셔 이거시 !
내가 잠시 눈이 헤까닥 했네 ! 스마트 폰 앱으로만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였다능.
더 황당한 건 가격표였다.
하리보 밑에 14.60 루블 이라고 써 있는게 사실 검은 바탕에 14란 숫자는 상품번호고 뒤 하얀바탕의 60 이란 숫자가 가격이었다. 좋다 말았다
다행히 옆에 커피자판기는 동전 넣는 거라서 체면을 살렸다
젤 비싼 50루블 (900원) 짜리 카푸치노를 한잔 뽑았다
역시 싼게 비지떡. 이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900원짜리 커피는 그냥 분유맛이었다
한참 있다가 용철씨에게서 ' 무사히 오고 있다' 는 전화가 왔다. 최소한 오전안엔 못 올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밖에 나가 기다리는데
용철씨가 거센 소나기를 이끌고 도착했다,
스스로도 대견한 용철씨. 무용담이 끝없이 이어진다
비 내리는 동네 뒷길은 한적하다,
번잡한 대로 1차선에서 쓰레기봉투 삼각대를 세워놓고 두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빵구난 타이어를 교체하는 저 여유 보소
몇 층인가 세다가 목 늘어났다
한여름에도 추워 웅쿠리고 모여있는 인부들
숙소에서 시내에 베데엔하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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