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승리공원의 호모커플

2018. 6. 7. 15:00Russia 2018





시 외곽 풍경들




이 건물에선 무슨 졸업식이나 수여식, 발표회가 있는지 제복을 입은 청년들과 하객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인도에도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서 안내를 하고 있었다. 

내 관심을 끈 건 하객들 복장이었다. 남녀 모두 한결같이 정장을 입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은 발레나 음악회등 공연을 보러 갈때 어른은 정장, 아이들에게까지 말끔한 옷을 입힌다 한다. 그것이 출연자에게 보내는 예의고 공연자는 수준 높은 청중들을 위해 열정을 쏟는 공연을 하게 된다. 제대로 된 양복한벌 없어 예식장도 안 가는 내 자신을 반성했다


후방추돌당해 부서진 차




모스크바의 관광지중 하나인 참새언덕에 도착했다  (55.704101   37.528766)

먹구름 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누런 건물이 엠게우라고 불리는 모스크바 국립대학교다. 스탈린 세븐시스터스 중 가장 크다

다음주로 다가온 월드컵 개막일에 맞추느라 시설공사가 한창이다.



평지인 모스크바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 전망이 좋다길래 와 봤는데 우리 성에는 안차 코웃음만 나왔다. 한국에서 이정도는 뒷집 옥상만 올라가도 보이는데...


바로 앞 원형건물은 월드컵이 열릴 루쥐니끼 스타디움



사진만 몇장 찍고 바로 차 돌려 나왔다.

엠게우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데 공사한다고 입구를 막아 놔 다음 장소로 이동


길이 막히는가 싶더니 삼거리에 차 두대가 머리를 맞대고 서 있고 여자 네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차밖에 나와 있다. 여기저기 사고가 참 많이 난다. 하루에 최소 2개 이상의 사고현장을 보게 된다. 그 곳을 벗어났는데 흰색 벤츠 C-클이 내 차 옆을 스치듯 난폭운전을 하며 지나갔다. 여성운전수다.

여기는 나같은 베테랑 운전수나 살아남는 서바이벌 경연장이고 범퍼카 서킷이다.




참새언덕에서 6 km 떨어진 승리공원 도착.   (55.731964   37.509011)

공원둘레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가 보았다. 탱크, 박격포, 비행기들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곳을 지나 더 안으로 들어가자 바리케이트가 처져 있는 막다른 길이다. 해석은 안 되지만 척 봐도 '관계자외 출입금지' 인 판대기 앞에서 차 돌려 반대방향으로 가본다. 그 끝에 주차장이 있는 관광객용 출입구를 만났다.

주변이 한적하다. 철문을 지나 공원안으로 들어가자-무료입장-마자 오른편에 카트 대여소가 있어서 엄청 반가웠다




4인용 카트는 고장났다해서 2인용 두개.





운전연습중인 아줌마들





둬바퀴 몰아보더니 바로 자신만만 (기고만장)


그래서 젤 웃긴 조합이지만 (용철+나), (달래+현주) 끼리 타는 걸로 결정


꽤 긴 언덕길을 용철씨 혼자 나를 태운채 힘겹게 올라간다

여자들은 잘 따라오나 자꾸 뒤를 돌아보는데, 조금 오다가 한 사람이 내리고 다시 대여소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 여자들을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 " 내가 걱정스레 말하자 앞만 바라보며 페달을 밟던 용철씨가 한마디 했다

" 괜찮아요.  헉헉. 알아서.. 올... 겁니다 "




동네 개 한마리 안 보이는 넓은 공원 곳곳에 간이매점이 있고 여직원이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전승기념관 앞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끝을 처다보기도 어지러운 141.8 m 의 오벨리스크. 모스크바 기념비중 가장 높다.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기간인 1,418일과 맞추느라 저리 높아졌다능.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 기념관을 보고 돌아가는 저 아이들 머리속에는 무엇이 각인됐을까... 위대한 나의 조국 러시아 ?  순국선열에 대한 존경심 ? 전쟁의 비극 ? 적대국에 대한 증오 ?  이분법적 이데올로기 ?



기념관 앞마당에서 오른편엔 자그만 성당이 있고


정면으론 곧게 뻗은 대로와 그끝에 개선문이 보인다,






오벨리스크앞 동상과 기념관 옥상에 동상 자세가 비슷하다 



의외로 관람객들이 많은 것에 저으기 놀랬다.

개별적으로 참배하러 오는 러시아인들도 있고 학생들 견학도 있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이해가 좀... 여튼 끊임없이 들어간다.


용철씨는 기념관 내부 구경가고, 난 계단에 앉아 있으려니 슬슬 추워진다,





그 사이, 여자들은 2인용 카트가 불편해 다시 대여소로 돌아가 어린이용 자전거를 각자 빌려 타고 ...


몸에도 안 맞는 자전거를 타고 오느라 더 힘이 든 현주가



덥다고 코트를 맡기고 갔다







찬바람 속에 빗방울까지 섞여 내려 현주 작은 코트를 몸에 끼우고 기념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참있다 현주가 돌아왔길래 코트를 벗어주는데 내복만 입은 것처럼 어찌나 썰렁한지...









잠시후 기념관 내부를 주마간산으로 둘러보고 용철씨가 돌아왔다


카트 타고 다시 기념관 뒤 공원으로. 이쪽은 사람들이 전혀 안 보인다

도로와 인도에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








공원 곳곳에 2인1조 경비들이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노닥거리고 있다가 남자 둘만 탄 카트가 나타나자 시선을 못 떼고 있다. 호모 커플 보듯 놀란 눈으로


고상한 짜리찌노, 아기자기한 고리끼, 백조의 호수가 만들어진 노보데비치, 소박하고 경건한 뻬레젤끼노 그리고 웅장한 승리공원까지...

며칠간 다녀본 러시아의 공원들은 다 각각의 매력이 있었다. 카트나 매점등 관광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고 모두 다 입장료가 없다. 이러니 러사아가 점점 좋아질 수 밖에 !




숲속으로 사라지는 여자들 발견.  뒤쫓아갔다






서커스 곰 본후 귀 잡는거에 맞들린 현주


반납시간이 다 되어 일행 모두 출발.

난 현주 어린이자전거를 타고 뒤따라 가려는데 안장도 낮고 브레이크도 없어 바로 벌러덩 넘어져 버렸다. 숲속에 아무도 없어 계면쩍게 일어나 흙 털고, 안장 올리고 발로 땅을 박차며 열심히 숲을 빠져 나왔다



말은 안통해도 대여소 아저씨가 맘이 좋아 추가요금을 안 받았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일행들의 얼굴에 웃음과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Russia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HARIBO젤리 한봉지 260원  (0) 2018.06.08
17> 소련과 똘마니들  (0) 2018.06.07
15> 오쌍 ! Auchan.   (0) 2018.06.07
14> 닥터 지바고의 고향 뻬레젤끼노  (0) 2018.06.07
13> 불곰국에 사는 곰  (0) 2018.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