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6. 21:00ㆍRussia 2018
겨울이 긴 러시아의 특성상 실내 문화공연들이 발전한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볼쇼이를 위시한 발레와 음악회의 수준은 모스크바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러시아에 왔으니 발레를 좀 봐야 하지 않을까 ? 그런데 왠만한 좌석의 티켓값이 최소 15만원이다. 기억을 쥐어짜자 옛날 목통에서 본 러시아 아이스쇼가 간신히 떠올랐다. 그갓도 볼쇼이라서 이미 본 걸로 치고 다음으로 서커스를 뒤적거려 본다.
볼쇼이 모스크바 서커스.
너무 무시했나 ? 로얄석은 언감생심. 한발 물러나 무대에 최대한 바짝 붙여 인당 4만원으로 끊었다, 그래도 4명 16만원.
러시아의 소득수준을 생각하면 공연비가 상당히 비싼 편인데 CIS 라 불리는 구소련독립국가들의 문화 경제 집합소가 아직도 모스크바이다 보니 이런 접대성 공연들의 수요가 여전한가보다.
www.greatcircus.ru 사이트에서 예매가능
한가운데 무대를 중심으로 객석이 360도라 어느 방향이라도 다 좋을거 같지만 6시 방향에 색깔이 밝은 비싼 좌석들이 배치되어 있으므로 그쪽이 정면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A-E 구역에서 좌석을 찾아 보았다. 아직은 몇달 여유가 있어 좌석을 내 맘대로 고를 수 있었다. 4자리를 쭈르르 붙여 얼른 예매했다.
한달후 루블화가 폭락하는 바람에 일찍 예매한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었다.
사이트에서 카드 결재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화면이 그 상태에서 정지되어 순간 시껍해졌다. 돈 먹었나 ?
혹시 몰라 이메일로 들어가보니 티켓이 첨부화일로 들어와 있다. 한장씩 출력후 잘 보관
<클릭하면 확대됨>
수억만리 공연 입장표를 사무실 책상에 편하게 앉아 예매할 수 있는 세상.
난 좋긴 한데 동춘서커스같이 조그만 공연하나도 이젠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생태계의 약육강식, 자연도태가 여기서도 벌어 지는 거 같아 한편으론 씁쓸해졌다.
며칠후에 달래씨네가 여행일정을 조정했다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6월 6일 공연날짜엔 모스크바에 있을 것 같다 <2108,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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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원기를 회복한 여수팀을 태우고 볼쇼이 모스크바 서커스 전용극장 도착한 시간은 6시 (55.694610 37.540253)
주차장이 꽉 차 용철씨에게 주차를 맡기고 우리 먼저 내렸다.
모스크바에서는 1880년부터 서커스전용극장이 있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고 한다. 지난 겨울 오키나와 갔을때도 사람들이 서커스 텐트앞에 긴 줄을 서 있던데 지금 한국에서 서커스문화가 거의 사라진 게 좀 의아하다. 인터넷 보급율과 관계있나 ? Video killed radio star ~
용철씨가 공연장 뒷편 공터에 스마트하게 주차한 모습이 내려다 보였다. 조금 더 늦었음 고생할 뻔.
실내에선 로비부터 촬영금지
러시아의 청년들이 공연 브로셔를, 아가씨들이 간식거리를 팔고 있는게 이색적이다.
화장실 들렸다 A 석 출입구를 찾아 갔다. 닫힌 문앞에 아가씨 두명이 서 있더니 내 표를 보고 뭐라고 한다. ' 6시 30분에 문을 연다' 고
그래서 구석에 비켜서서 아이들 페이스페인팅 구경
잠시후 중국인 단체가 몰려와 출입구앞이 인산인해가 돼버렸다.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늦게 들어갔다
현주가 나 먹으라고 사온 팝콘.
여기 팝콘은 강냉이 같은거에 설탕 코팅해서 약간 단단하고 달콤함
비주얼이 좀 거시기한 핫도그.
7시 정각이 되자 바람잡이들이 여기저기 휘저으며 슬슬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구글 인용>
딴 생각이 안날 정도로 재밌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공연 끝, 8시 반
나가는 사람과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반반인걸 보니 1부가 끝난 거구 중간 휴식시간이었다. 1부에도 재밌었는데 2부가 또 있다니 신난 용철씨.
내 덕분에 좋은 공연 봤다며 고맙다고 한다.
근처 러시아 아줌마에게 단체 사진도 부탁
처음엔 빈자리들이 많다 했는데 공연 시작전에 다 찼다. 이 많은 자리를 다 채우는 러시아의 문화적 저력이 대단하다
맨 꼭데기 싼 자리들은 페키지 단체관람객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었다. 무대랑 거리가 멀어 얼굴도 안 보일 정도였다
한참 쉬었다가 사람들이 자리를 다 채우자마자 2부 시작.
내 자리는 통로쪽이었는데 출연진과 축구공도 주고 받고 하이파이브도 하고 ... 공연에 함께 한 기분이 들어 더 흥분됐다.
사자, 호랑이로 끝인 줄 알았는데 2부도 다양한 공연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이어졌다,
공연 중간 뻘쭘한 시간을 오히려 즐겁게 만들어 주는 해학적인 코메디언들, 남미의 화려한 삼바춤, 락밴드의 공연과 여자 싱어의 노래, 말, 원숭이등 다양한 동물들의 묘기, 공중곡예 줄타기등의 기예 등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그야말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 즐길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 받은 건 곰이었다,
잠깐 묘기 부리고 들어갈때마다 조련사가 곰귀를 잡고 뛰는데 뒤뚱거리며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현주랑 배꼽을 잡았다. 불곰국 러시아의 곰은 이렇게 귀염받고 있었다.
<인용사진>
귀국후 며칠이 지난 7월 3일, 현주가 놀라서 기사 하나를 보여 주었다.
모스크바 남쪽에 불고그라드란 도시 서커스장에서 벌어진 일인데 곰이 조련사를 위해하는 영상이었다. 사람들이 동물의 공연을 반대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듯 사육되거나 훈련을 받는다고 동물들이 다 불행한 건 아닐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 빨리 오기를.
드디어 2부까지 끝나고 출연진들이 다 나와 인사를 하는데 각 공연별로 출연진들이 따로따로 였다는걸 그제야 알았다. 난 몇몇이 겹치기 출연하는 줄 알았다. 무대를 준비하는 스탭들의 일사분란함과 상황에 맞춰 준비한 무대장치등도 볼거리였다
10시쯤 끝나고 사람들 다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다 나왔다, 한국인 가족들도 보였다
숙소로 돌아오는데 네비가 또 말썽이다. 어제도 똑같은 상황을 겪어서 덜 당황했다. 몇번 해보다 포기하고 GPS 현재 위치와 호텔의 대략적인 위치를 맞춰가며 나침판 보듯 찾아간다.
또 익숙한 도로로 들어왔다.
어제 장본 마트 앞에 차를 대고 일행들은 저녁거리를 사러 들어가고
난 넓은 인도에 주차하고 눈요기만 실컷 했다
무사히 호텔 도착,. 여수팀 방에서 장보따리를 풀른다.
이게 5만원 어치라니 ! 물가가 한국 편의점 수준이다.
저녁겸 야식을 먹으며 12시까지 수다떨다 급 피곤. 방에 와서 바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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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 보드킨 - 붉은 말의 목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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