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6. 13:00ㆍRussia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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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장 서편엔 크렘린이 있고 동편에 굼백화점이 있다. (55.752540 37.623377)
외관만 보면 거대하고 근엄한 석조건물이라 왕궁이나 법원쯤으로 생각되는데 처음부터 백화점 용도로 지어졌다
광활한 광장을 쓸고 다니는 찬바람을 피해 백화점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 정문은 5성급 호텔같이 화려하지만 여지없이 경비들과 직사각형 금속탐지기 문이 버티고 있어서 주눅이 들었다. 금속을 탐지한대놓고 그지를 탐지하고 있다는 걸 나같은 그지는 다 알고 있다.
안내직원에게 내부 지도있냐고 물으니
그런걸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지 몸을 굽혀 안쪽에서 지도를 하나 꺼내주는데... 중국어
이 백화점에서 가장 유명한-가장 싸니까- 것이 아이스크림이다. 복도 곳곳에 파는 곳이 있는데 우리는 중앙분수대에 가판점에서 샀다
키릴문자로 써 있는 가격표를 얼핏 보는 척 하고 콘에 아이스크림을 두가지 맛으로 올려 달라고 했다,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얼마냐고 묻자 청년이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 백 ! 백 ! ' 이라고 하길래 지폐 200 루블 (3,600원)을 건네줬다.
그런데 직감이라고 할까 ?
아무래도 사기당한 느낌이 들었다, 현주도 뭔 아이스크림이 그리 비싸냐고 물을 정도였다, 아무렴 순박하게 생긴 청년이 대놓고 사기칠까 ? 자위하며 별로 맛도 없는 아이스크림을 금방 먹어 치웠는데 나중에 한국와서 블로그등을 찾아보니 2018년 굼백화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사람들이 낸 돈이 대부분 50루블 이었다, 내건 더블이니 기껏해야 100 루블이 맞는 것이다.
코너마다 가격이 다르다거나, 백 ! 백!을 합산한 내가 잘못일지도 모르니 영문도 모른채 지구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원망하고 싶진 않다. 단지 다른 바보들에게도 ' 백, 백 ' 하지 않기만을 바래돈다.
은재 사 주려고 향수매장에 들어갔다. 그 안에서도 각 브랜드마다 부스가 따로따로 있었다
맘에 드는게 있어서 여직원에게 Duty free 되냐고 물어봤는데 그 쉬운 단어를 이해 못해 버벅대기에 그냥 나왔다.
복도 현수막에 TAX FREE 라는 글자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바보는 나였네 !
굼이란 이름은 예전엔 ' 국영백화점' 지금은 ' 종합백화점' 이란 러시아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이름처럼 우여곡절을 많이 겪게 되는데 간략히 정리하면
제정 러시아시대인 1893년에 완공
러시아 혁명인 1917년 이후 건물은 국유화, 개인상점은 그대로 영업
스탈린 시대인 1928년 이후 모든 점포도 국영화
고르바초프 정권인 1985년에 개인 상점 부활
보리스 옐친때인 1993년에 민영화. 이때 국영백화점에서 종합백화점으로 이름이 바뀐다
푸틴정권인 2005년에 러시아의 명품그룹이 대주주로 취득하여 현재까지 명품백화점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백화점의 역사만 봐도 그 시대 진정한 권력자가 누군지 알 수 있다.
통로 한가운데 아주 높은 자리. 백화점 회장 전용의자 같이 생긴게 ...
구두닦이 부스였다
더러운 구두 신고 온 손님을 극상으로 모시는 상술, 업종이 구두세탁업이가 아니라 의자대여업이다.
러샤 애들 상술도 왠만한 자본주의 뺨칠듯.
러시아의 최대 최고 백화점답게, 빈부격차가 심한 러시아의 상류층이 주고객답게 다 명품이다. 태반이 난 듣도보도 못한 브랜드.
현주가 여기는 비싸고 살게 없다고, 좀 저렴하다는 춤 (TSUM) 백화점을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난 둘러 댈 궁리만 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쌀쌀한 날씨에 갑옷으로 몸을 두른 닭장속에서 백학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의 알몸에 얇은 천 하나 걸친 듯한 섹시한 자태가 단번에 이목을 끌었다
통로에 잠시 서 있더니, 복도 한가운데를 당당히 걸어가다, 다시 돌아오며 제자리에서 360 도 회전을 했다, 하늘거리는 치마를 살짝 날리며...
그 모습을 같이 온 남자가 큰 카메라로 계속 촬영했다, 그리고 큰 옷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금방 사라졌다, 대다수의 방문객들에게 이 백화점은 훌륭한 포토존이었다.
현주는 잠시 나가서 붉은 광장 북쪽을 둘러보고 왔다.
들어오는 길에 화장실을 찾아 갔더니 입구에 사무용 책상을 놓고 앉은 아줌마가 30루블 (540원)을 내라고 하더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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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을 돌다보니 아까 다른 부스에 있던 아가씨가 이번엔 음료코너에 서 있다.
긴 꼬깔모양의 유리안에 알록달록 예쁜 음료수가 담겨 있길래 뭐냐고 물으니 레모네이드라고 한다,
녹색으로 한잔 달라고 했는데 얼음도 없어 미적지근하고 색소맛이 강해 실망스러웠다.
용돈벌이나 하려고 컵을 앞에 놓고 계단에 쭈그려 앉았다
부티나게 생긴 사람들이 달라는 동전은 안 던지고 동정어린 시선만 던지길래
무안해서 그지 아닌척을 했다. 그러나 행색은 여전히 그지.
할일도 없이 점심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여수팀에 연락해보니
크레믈 입장줄이 길어 못 들어가고 근처 박물관 갔다가 힘들어 백화점 3층 식당에서 일찍 점심을 먹고 있다고 답장이 왔다.
우리만 기다리다 황~망
우리는 호텔로 들어가 쉬고,
여수팀은 붉은 광장 마저 더 구경하고 6시에 서커스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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