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닥터 지바고의 고향 뻬레젤끼노

2018. 6. 7. 11:07Russia 2018




강한 햇살이 눈꺼풀을 비집고 쏘아대는 통에 잠이 깨버렸다


늦잠 잔 줄 알고 머리맡 시계를 보니 4시에 멈춰 있다. 근데 시계가 고장 난게 아니라 진짜 새벽 4시의 햇살이었다.

투덜대며 커튼을 치고 다시 잠을 청했다


느긋하게 일어나 침대에 누워 ' 이번 여행으로 달래씨네랑 사이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는 둥 아침내내 현주랑 수다를 떤다

은재가 해준 페디큐어


7시반쯤에 달래씨가 빵을 가져다 준다고 연락이 왔다. 여러모로 챙겨줌에 감사.

잠시후 노크소리에 현주가 문을 열고 나가다 화들짝 놀랐다. 달래씨인줄 알고 잠옷바람에 문을 열었는데 ...용철씨가 빵을 들고 서 있었다.


오늘 아침은 호텔조식을 신청 안했다.

어젯밤 먹고 바로 자서 배가 안 고픈데 뷔페라 또 배터지게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돈도 아깝고. 없으면 없는대로, 이 정도면 훌륭한 아침상이다.


여수팀이 8시 30분까지 로비에서 만나자 해 후다닥 샤워, 면도

로비 내려와 프런트에 섰는데 앞에 젊은 직원이 멀뚱멀뚱 서서 딴짓을 하고 있다. 딱 봐도 견습생이었다. check out ! 하며 키를 내밀자 무표정하게 받고 말없이 옆으로 가길래 " 다 된거냐 ? " 고 묻자 'YES'  딱 한마디했다. 여인숙 주인 아저씨도 인사는 한다 이놈아 !


용철씨가 어제 차 안에 티켓을 놓고 왔대서 가져오시라 하고 로비에서 기다렸다,

한참 걸리길래 나가있다가 용철씨를 만나 ' 티켓 무료로 해오세요 ' 하고 밖에서 기다렸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달래씨랑 계속 프런트 앞에 서 있어서 우린 짐도 실을 겸 주차장으로 갔다. 현주가 차 짐칸에 트렁크를 올리려고 하자 지나가던 한 남자가 다시 돌아와 현주 짐을 올려 주었다.

차에 앉아 네비를 세팅하는데 현주에게 전화가 왔다. 용철씨였다 " 주차비 1,000루블 (18,000원) 내라는대요 ? "

씩씩대며 건물을 빙 돌아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용철씨에게

"  어떤 새끼가 그래요 ? "

"  어떤 년~이네요 "

하며 프런트에 쭈욱 서 있는 직원 네댓명중에 오른편끝에 여자를 손짓했다. 항의하려고 딱 보니 씨알도 안 맥히게 생겼다. 인정이라곤 털끝만큼도 안 보이는 약간 나이든 고참이었다, 다행히 통화중이라서 순간적으로 상황파악후 바로 앞 남자 직원에게 달려가 주차증을 내밀고 ' make it free ' 한마디 하자 hi ! 하며 스캐너로 처리해줬다. '어떤 년' 이 눈치 챌까봐 언능 티켓을 입에 문채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용철씨가 인간차별에 열받아 한참 서서 남자 직원을 째려보자 어쩔줄 모르고 있다가 " I'm sorry " 하더란다. 그 말을 듣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화가 덜 풀린채 돌아온 용철씨에게 ' 용철씨가 똥개 훈련시킨다 ' 고 농을 던지자 ' 저도 오늘 엿먹은 날이네요 ' 받아 치며 모두 웃었다.

일단 호텔 밖으로 나오는게 급선무여서 가타부타 따질 겨를도 없이 바로 시동걸고 출밯. 바리케이트가 열리고 무사히 도로로 나오자 그제야 탈출한 것처럼 마음이 놓였다. 시내를 통과하며 차안에서 아침 상황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용철씨 : 어제 완호씨가 주차정산은 다 됐다고 하지 않았냐 ?  호텔 직원이 왜 나는 안해주고 완호씨는 군말없이 해주냐 ?

   어떤년 : 예약시 주차비 하루 500 이라고 고지했고 이틀이니 1,000 루블 내야 된다.

   남직원 : 투숙객인건 확실하니 출입에 불편없이 그때그때 바로 무료정산 해줬다.

   마누라 : 형이 알아서 한대놓고 용철씨만 고생시켰으니 형이 잘못했네 !

   달래씨 : 다들 모라냐 ?

   내변명 : 가만보니 호텔 주차시스템이 수동이더라. 차량번호, 요금결재, 출입내역이 연동돠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

네명이 모두 납득할 만한 결론은 못 냈지만 별일도 아닌 주차문제 하나로도 울고 웃을 수 있는 게 자유여행만의 매력이었다. 이 일 이후로 용철씨가 ' 완호씨가 눈치가 빠르데요 ' 라고 칭찬을 가장한 흉을 봤다.


숙소에서 30km 떨어진 모스크바 남서쪽에 위치한 숲속 마을 뻬레젤끼노가 오늘의 목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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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끝내준다

반대편 차선엔 시내로 들어오려는 차들로 수 km 까지 밀려있다


1812년 브로지노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연합군을 힘겹게 이긴 것을 기념해 세운 개선문

나폴레옹은 1815년에 워털루전투에서도 져서 인생 종치게 된다. 그 워털루여행기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오후에 들릴 예정인 승리공원을 힐끗거리며 시내를 벗어난다. 

교외로 나오자 대형마트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넓은 간선도로에서 좌회전해 왕복 2차선 샛길로 들어서자마자 숲이 울창하다,

별장인 다차(Dacha)와 소박한 가정집들이 숲속에 띄엄띄엄 둥지를 틀고 있었다. 이곳이 <닥터 지바고>를 쓰고 노벨상을 받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등 러사아의 문인들이 많이 모여 살아 문인촌, 작가촌이라 불리우는 뻬레젤끼노(Peredelkino)다. 숲길을 따라 3km 쯤 가자 내가 이 동네에서 진짜 보고 싶었던 성당이 반갑게 얼굴을 내비췄다

우리편엔 텅빈 유료주차장이고 건너편 성당입구에 귀여운 무료 주차장 발견.


예상치 못한 날씨에 복장의 혼란을 겪고 있는 여자들


건너편 성당 공동묘지 관리인인 듯한 남자가 무장한채 어슬렁거려 조신하게 성당으로 향했다


뻬레젤끼노 성당  (55.656648   37.349373) 

붉은광장의 성 비실리성당하고 느낌이 비슷하다. 규모는 더 작지만 눈부신 하늘아래 더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성당을 등지고 본 정문쪽


성당 남쪽의 아파트촌. 흡사 한국인줄.

이 마을과 성당 분위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었다.


화단 턱에 앉아 성당을 감상하다 지나가는 경비원과 눈이 마주쳤다

' 성당 안에 들어 갈 수 있냐 ? ' 고 물어봤는데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고 서로의 호의만 획인한 채 헤어졌다.









똑똑 ! 





성당을 한 프레임에 담으려는 욕심에 잔디밭을 건너 담벼락까지 갔다












사람들이 간간히 들어가길래 우리도 망설임 없이 성당의 육중한 문을 밀고... 


단상 뒤쪽엔 작은 크기의 금박초상화(이콘)가 수십장 붙어 있고 세로 창문과 세련된 문양의 장식, 순백의 벽,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 러샤인들의 미적 감각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무릎 끓고 일하던 여자가 말없이 팔로 X자 표시를 해서 얼른 내려놓았다. 8명쯤 되는 여자들이 두건을 쓴채 예배당 여기저기 흩어져 열심히 때빼고 광내고 청소하는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들은 전혀 안 보이고, 기차역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주민들만 잠깐 들려 기도를 드렸다.


이 마을에 문인들을 불러 모으고 후원해준 귀족의 저택이 성당 뒤쪽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다










아까부터 놓처버린 일행을 찾아 저택 담을 따라 들어가니 여수팀이 매점 앞 의자에 앉아 맛있는 걸 먹고 있었다,















손잡이가 달린 1회용 커피컵






이웃인 현주랑 달래씨가 다정하게 집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덩실덩실 춤을 추며 나오는 두 사람

가정집보다 더 가정적인 또일렛 !


' 여기가 천국이네요 ! ' 평화로운 분위기에 반한 용철씨



블린이 맛있어 몇 개 더 사려고 매점안에 들어갔다.

계산대엔 선하게 생긴 할머니 혼자 서서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이 성당에서 만든 초콜릿,



현주는 동네 할머니에게 붙잡혀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다를 한참 들어야 했다. 

간신히 중간에 뿌리치고 나왔지만 어디나 할머니들은 오지랖이 많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길래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정원 곳곳에 토피어리(Topiary)들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저런 귀여운 애들을 어디서 구해 왔을까 ?





성당앞 차도. 왼쪽에서 작업차 한대가 갓길을 갈구리 같은 걸로 긁어 뽀안 면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바로 뒤이어 살수차가 물을 뿌리며 쫓아갔다. 아직까지도 왜 저러는지 이유를 모른다.

이쁘장하게 생긴 애엄마가 초보딱지를 붙인채 좁은 주차장에서 후진하는데 우리 차 뒤로 너무 가까이 다가와 시껍했다, 

용철씨에게 " 미망인 같은데 가서 차좀 빼주며 데쉬해 보세요 " 하며 농담을 건냈다,


차로 성당 뒤쪽을 돌아보니 부지가 상당히 넓고 부속건물과 관리인들이 많이 보였다.


동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집들을 구경하며 큰 길로 나왔다


항공사진으로 보면 마을 주변으로 뻬레젤끼노 기념비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생가겸 박물관, 묘지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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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  viktor vasnetsov - 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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