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5. 15:00ㆍRussia 2018
뜨레찌아꼬프 미술관 구관을 권하시는 분들에게 댓글로 살짝 말씀 드렸는데, 내가 굳이 신관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옆에 고리끼공원(Gorky park)이 있기 때문이다.
공원이 많은 모스크바에서도 고리끼공원은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이다. (55.733079 37.602892)
시내중심지에 위치해 있으며 여름엔 푸른 숲과 강가 백사장, 분수를 제공하고 가을엔 아름다운 단풍과 낙엽 그리고 한겨울엔 유럽 최대의 야외 스케이트장으로 연신하는 곳이다. 이름마저 내가 좋아하는 작가 고리끼라니...
4인승 카트를 빌려 공원을 돌아다닐 생각에 들떠서 대여소 주변을 살짝 답사 하고
다시 미술관으로 들어 오는데 일행도 마침 관람을 다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참이었다.
다 태우고 와서 카트 대여소 근처에 주차. 이제 공원을 즐길 채비를 하고 나왔다,
공터엔 4인용 말고도 2인용카트, 자전거등 다양한 탈거리가 줄맞춰 세워져 있었다. 인적이 없어 보이는 부스로 가 보니 석굴암에 부처처럼 한 청년이 앉아 있는데 의사소통이 거의 안 돼 돌하고 이야기 하는 줄 알았다, 간신히 알아들은 게 ' 4인용 카트는 deposit 2,000 에 1시간 대여료 1,000 루블' 그래서 3,000루블 지폐를 세어 주니까 안 받고 또 모라고 한다.
" 그 새끼 되게 인상쓰네 " 표정과 제스처에서 느껴지는 불쾌함에 한국말로 면상에 대고 욕을 해줬다
손짓하는 곳으로 가보니 이번엔 더 불량감자가, 컴퓨터에 뭘 등록해야 된다며 여권을 달래서 줬다.
그런데 컴 작동안됨. 다른 박스로 가서 마우스를 빼와
연결해도 안됨.
돈 줄테니 그냥 빌려달래도 안됨. 자본주의란 단어가 두놈에겐 아직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임에 틀림없다.
눈앞에 카트를 두고 그냥 돌아오는 발걸음에 짜증이 담겨 터벅거렸다.
차에서 지팡이를 꺼내며 ' 난 혼자 다닐테니 세분은 고리끼 공원 둘러보고, 지금 1시니 2시~2시반쯤 여기서 만나자' 고 했다
그렇게 고대하던 고리끼공원을 못 보게 되다니...
세명은 다리아래를 지나 고리끼공원으로 가고
나도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강한 햇볕에 정수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철문을 통과해 공원안으로 들어가자
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월드컵 기념 코카콜라 홍보관이었다
강가 벤치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도 보고,
다리위 사람들도 보고,
강을 떠가는 유람선도 보고...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다시 미술관쪽으로 향했다.
준비된 음식, 준비 안된 손님
반짝 든 여름볕을 즐기다 졸고 있는 모스크비치.
어젯밤에 유람선에서 본 표트르 1세 동상
낮에 보니 우습기까지 하다.
그림판매 부스가 강변을 따라 끝없이 세워져 있다,
그림감상을 하며 산책 하는데 뜸금없이 용철씨가 자전거를 타고 불쑥 나타났다.
바로 지팡이랑 자전거를 등가교환하고 난 타고 용철씨는 달려 ... 공원으로 향했다.
야호, 나도 고리끼공원 볼 수 있다고 !
여자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보니 달래씨는 그늘에 앉아 있고 자전거 한대가 삐져서 등 돌리고 서 있었다. 공원 안에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3대 빌렸는데 달래씨가 못 타겠다 해서 부랴부랴 나를 찾아 온 것이다. 시계를 보니 30분 정도 여유시간이 남아 있었다.
달래씨는 차로 돌아가고 우리 셋은 바로 공원의 넓은 품속으로 안겼다.
용철씨를 따라 공원안 넓은 길을 신나게 달린다.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이 상쾌한 느낌 !
나만 신난게 아니였다. 가운데 달리던 현주가 서서히 앞장 서더니 이곳 저곳 맘대로 누비는 것이 아닌가. 평소 현주에게서 볼 수 없었던 행동이었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패달에서 발을 떼어 땅바닥을 박차며 가랭이가 찢어지게 따라갔다.
공원은 엄청 넓지만 그늘속에 숨어 있는 카페와 멋진 정자와 쉼터, 예쁜 호수, 그리고 오리와 백조들, 나무 썬베드등이 갖춰져 있어 전혀 단조롭지 않고 오히려 아기자기했다. 걸어 다녔음 이런 좋은 곳을 다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구글 인용사진>
호숫가에서 잠시 쉬는데 두 손이 절로 번쩍 올라갔다, 대한독립 만세 ! 고리끼 만세 !!
자전거를 하나 더 빌려 달래씨를 여기로 데려 와야 하는거 아니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두 즐거워했다.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현주도 이때가 너무 즐거웠다고, 또 가서 더 느긋하게 공원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반납시간이 다 되어 돌아가는게 아쉬웠다.
<클릭하면 확대됨>
두사람은 먼저 반납하고 난 주차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달래씨에게 반납해달라고 바통터치 했다.
여수팀 덕분에 고리끼공원을 편하게 다 둘러 볼 수 있었다.
차안에서 기다리는데 서쪽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닭똥같은 빗방울이 뚝 떨어졌다,
걱정하고 있으니 달래씨 돌아오고 바로 용철씨랑 현주가 군옥수수를 사들고 돌아왔다
' 점심은 미술관 카페테리아에서 먹자 ' 에 모두 동의. 다시 바로 옆 미술관으로 돌아왔다. 오늘만 세번째다.
주차를 하자마자 빗물 보자기가 터진듯 쏟아져 차안에 갇힌채 옥수수를 먹으며 그치길 기다렸다.
비를 맞으며 성큼성큼 걷는 러시아 처자들
비를 맞으며 막 뛰는 러시아 처자들,
심지어 우박도 떨어짐.
잠시 소강된 틈에 건물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카페테리아에서 현주는 배 고파 이것저것 주워 담고 난 스프 하나에, 간쓰메 맛 쥬스, 뜨거운 물 빼오고...
음식은 그런대로 먹을 만 했는데 4명분 총 5만원돈.
음식 씹으랴, 말하랴 입들이 바빴다.
식사 다 끝내고 주변을 보니 식판을 그대로 놓고 일어나길래 우리도 부담없이 나왔다.
밥 먹는 사이 하늘이 또 뒤집어져 눈부시게 밝아졌다.
쌀쌀했다가 등작이 뜨거워졌다기 폭우가 쏟아지고 우박이 떨어지고... 그 짓을 무한반복하고 있다.
여수팀은 정원 산책하다 말 없이 사라져 버리고 우린 공원 내 조각작품 구경
니~ 누꼬 ?
또 비올까 겁나 차에 타고 있으니 여수팀도 돌아왔다. 이젠 진짜로 미술관을 떠난다.
주차비를 정산하고 온 용철씨가 차에 타자마자 투덜댔다.
" 뭐시 이리 비싸당가, 5시간에 2만원, 허벌나게 나와 부렸네 "
고리끼, 막심 고리끼. 본명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쉬코프 (Aleksei Maksimovich Peshkov)
그의 작품 <어머니>의 독후감이 궁금하신분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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