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지무트 호텔의 인도인

2018. 6. 5. 21:00Russia 2018





러시아의 두번째 숙소를 찾아간다.


차가 또 막힌다. 이 도시는 밤 빼곤 항상 막히는 거 같다.

러시아의 교통상황이 무법천지라고 전세계인들이 비웃지만 와 보니 이해와 용서가 되었다. 버스전용차선제나 라운드어바웃 규칙등도 교통량이 적당해야 효과가 있는거지 한국이나 러시아처럼 차량숫자가 한계를 넘는 나라들은 다른 방식을 적용해야 할 것 같다.


AZIMUT hotel (55.785074   37.623966) 에 도착했다.

정문앞에 관광버스가 서 있고 극동아시아인들이 단체로 내리는 걸 보자 호텔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야외 주차장이 좁다. 건물 뒤 빈자리에 대고 짐들을 다 갖고 나왔다

체크인하며 내일 조식 가격을 물어보니 인당 1,100 루블 (19,800원) 이라 한다. 부킹닷컴에서 예약할때는 1,400 루블로 적혀 있었다. 주차비도 별도로 하루 500루블이라 무료로 해달라고 하니 별말없이 그렇게 해 주었다.

조식 하루치포함, 방 두개, 2박하여 총 24,800루블 (446,400원) 이 나오자 옆에 서 있던 용철씨가 놀란 표정이다-이번 여행 숙박비등은 우리가 다 내려고 미리 알아보고 예약해 놓았다.


처음엔 용철씨가 763호실을 골라 우리는 769가 되었는데 내가 엘리베이터랑 가까운 방을 쓴다고 키를 바꿨다, 막상 7층에 올라와 보니 769가 더 가까워 방을 다시 바꿨다, 우라 모두 " 와 봤네, 와 봤어 !" 하며 모두 용철씨를 놀려댔다

방에 들어와 보니 구닥다리 인테리어에 끕끕한 냄새까지 났다,


그나마 침대가 크고 창밖 풍경이 좋은 걸로 위안을 삼았다.


빨래하고 샤워한 후에 객실에 비치된 디카페인 커피를 두 잔 준비한다.

커피 봉지를 뜯자 안에 긴 막대모양 봉지가 또 나왔다. 그걸 손으로 찢으려해도 질겨서 도저히 뜯어지지 않는데 숭숭 뚫린 구멍으로 커피가 손에 묻어났다. 


그제서야 겉봉지 뒷면에 작은 글씨의 설명서를 보니 뜨거운 물에 스틱채 담그라고 되어 있었다. 

러시아에 이런 고급스런 커피가 있나 신기해서 더 읽어보니 역시 원산지는 유럽이었다 


차 한잔을 들고 창문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혼잡한 도심속에 호텔, 그러나 뒷편 창밖은 차분한 공원 같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여름이 두달밖에 안된다는데 나무들은 어찌 저렇게 건강하게 잘 자랄까 ?  공기가 맑아 창문틀에 먼지하나 없다. 국민들을 평생 먹일 지하자원과 산림자원을 갖고 있는 이 나라가 갑자기 부러워졌다





6시 10분쯤 둘다 잠이 들었는데... 복도에서 애들이 떠드는 소리에 짜증이 나 일어났다. 6시 40분

현주는 그 소리에도 안 깨고 계속 잔다. 많이 피곤했나보다. 독한 양약에 취해 쓰러져 있다. 


창문에 빗방울이 맺힌걸 보니 그 사이 비가 왔었나보다, 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여수팀과 7시쯤에 연락하자 해놓고 서로 조용하다. 혹시 또 나갔나 ? ... 7시 반에 연락해보니 그쪽도 둘다 비몽사몽이라고 한다.


하도 복도가 시끄러워 방문을 열고 머리를 빠꼼히 내밀었다, 인도 애새끼 둘이 소리를 지르며 아직도 복도를 뛰고 있길래 " 얌마 ? 얌마 !  조용히 해 " 라고 한국말로 꾸짓었다. 날 보고 지들 방으로 도망가는데 활짝 열린 방문으로 어른들 떠드는 목소리가 복도까지 넘처났다,


창밖을 구경하며 현주가 깨길 기다린다.

오른편으로 유리마감된 고층 건물은 다 빈거 같은데 바로 앞 건물은 지상에서 많은 인부들이 달라붙어 마감공사가 한창이다. 환하지만 지금 시각이 오후 8시가 넘었다. 이 시간까지 작업을 할 수 있는 이 나라 노동환경의 유연성이 놀랍기만 하다



푹 쉬었고, 내처 아침까지 쉬긴 아까워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아가씨 둘이 한국말을 주고 받길래 우리는 못 들은 척 함구했다.

프런트에서 시내로 나가는 셔틀버스 물어보고 로비 소파에 앉아 여수팀을 기다렸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의 7할이 다 인도인이다. 어른도 아이들도 인도인이다. 서양인인데 머리에 이슬람 터번을 두른 젊은이도 지나간다. 완전 인종전시장 같다. 소파 뒤에서 인도리듬이 들리길래 돌아보니 시바神이 피리를 불고 있는 뒤로 인도식당이었다. 그제서야 현주가 얄밉게 ' 아지무트가 인도말 아니야 ? 난 첨 들었을때 알았는데 ! " 하는 거다. 그럼 이 호텔이 인도사람건가 ? 그래서 복도에서 막 뛰어 다닌건가 ? 항의했다가 오히려 우리가 쫓겨날 뻔 했네. 내일 조식식당은 중국인, 인도인들로 볼만 하겠다. 허걱, 다음 예약한 호텔 이름이 Hanoi 인데...


※ 알아보니 AZIMUT hotel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두고 2004년에 생긴 호텔 그룹이다. 주로 상뜨와 블라디등 러시아에 산재해 있었다. 부킹닷컴에 올라온 외관과 규모사진에 속았는데 전혀 고급호텔이 아니고, 단체를 취급하는 여행사들에게 입도선매로 객실을 파는 위주로 장사하고 있었다. 최근 오키나와 나하시의 mercure hotel 에서도 당했으니 다음부턴 중소규모의 쁘띠나 디자이너스 호텔을 찾아야겠다


잠시후 여수팀도 내려오고 소파에 한동안 앉아 잠을 깨려고 한참 수다를 떨다 일어났다


주차장으로 돌자마자 공터에 러시아 젊은 녀석이 우릴 보더니 ' 니하오 ! ' 하며 담배 달라함.


주차출구에서 카드를 삽입했는데 안 열린다, 뒷차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살펴봐도 다른 차들은 문제없이 통과.

용철씨가 티켓을 들고 호텔 프런트로 달려갔다.


그 사이 들고나는 택시 두대가 서로 길을 막고 신경전 벌이는 중, 이 구역은 그냥 깡패동네 같음


잠시후 용철씨가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털보직원이 들은 척도 안하고 주차비 내라고 하니까 아까 우리 무료로 해준 직원이 서로 대화후 ' 안되면 인터폰 하라 ' 고 했다고.

그래서 다시 차를 대고 카드를 넣어도 역시 안 열린다. 나도 서서히 열받기 시작. 용철씨가 내려서 티켓박스 옆 인터폰버튼을 누르자 차단막대가 비로소 올라갔다.


시내 붉은 광장을 찍고 왔는데...










밤인데도 차 댈 곳이 없다.

네비까지 말썽을 부려 육감으로만 불법유턴하며 다시 성 바실리성당으로 향했다. 역시 주차불가.



돌다돌다 막다른 공사장에 다다라 차 시동을 끄고 ' 오늘 붉은 광장은 못 간다' 고 포기하자 현주가 투덜댔다.

내가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첨 와 보는 곳이라 완벽하게 준비할 수도 없는데 그런 소리까지 들으니 짜증이 났다.


석양무렵이 아름답다는 노보데비치 수도원을 네비에 찍고 외곽으로 한참을 빠져 나왔다,

밤이라 통행하는 사람이 없기에 인도위에 차를 올려놓고 길 건너 호수로 걸어갔다







해가 지자 급격히 어두워지고 바람이 세게 불며 추워졌다.

여수팀은 호수룰 한바퀴 돌고 온다고 갔는데, 현주가 또 투덜댔다. 내가 못 참고 욱해 화를 내자 분위기가 급 랭냉해졌다



잠시후 여수팀 오길래 말없이 차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마땅한 곳도 없고 ... 편의점 같은 곳에서 가볍게 저녁 거리를 사먹으려도 이 나라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었다. 설상가상, 폰 베터리가 다 떨어지고 네비까지 먹통이 되어 버렸다. 용철씨는 여분 충전기를 꺼내 내 폰을 충전하고 뒷자리에 달래씨는 구글 네비를 간신히 작동시켰는데 백약이 무효. 달래씨 네비도 정신만 사납게 하지 길을 잘못 알려주고 있다.

그냥 모든 상황들이 다 짜증나 될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앞만 보며 달렸다. 강변도로를 한참 따라가자 건너편에 눈에 익은 래디슨로얄 호텔이 보였다, 어제 그 건너편 대로를 직선으로 달린 기억이 났다. 물론 첫번째 숙소 가는 길이지만 그래도 눈에 익다고 그 길로 접어 들었다






시내 중심지로 들어가다 오른편에 슈퍼 같이 환히 붉 밝힌 곳을 발견했다. 용철씨가 내려가보더니 식료품점이 아니다.

근처에 슈퍼가 있다고 했다해서 이면도로로 들어가 인도위에 차 세우고 나랑 현주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여수팀이 먹거리를 사러 나갔다




러시아 젊은 커플이 밤중에 인도로 나와 서성이고 있다. 잠시후 두명이 더 가세해 네명이 되자 불안한 맘에 의자깊이 몸을 숨겼다, 괜히 시비가 붙어 봉면이라도 당할 것 같았다.

길건너에 차 한대가 서더니 머리를 짧게 깎은 동양인 청년이 가방을 들고 길을 건너왔다.


가방에서 피자 4판이 나왔다. 휴~


수십분이 흘러가는데도 여수팀이 돌아오지 않았다. 달래씨는 전화해서 용철씨 안 왔냐고 되래 우리에게 묻고 있다. 어디 으슥한 곳에 끌려가 봉변을 당하고 있는거 아닌가 점점 걱정스러워졌다.  


거의 1시간이 지난 후 여수팀이 먹거리를 한 보따리 사 들고 금의환향했다.

뒷자리 달래씨 폰 네비는 반대로 가라고 빽빽거리는데 다 무시하고 내 감으로 아지무트 호텔을 무시하 찾아왔다.


여수팀 방에서 맛살, 과일 등으로 석식 +야식 =폭식했다


마트에서 컵라면을 사려고 다 뒤졌지만 최소한 모스크비치들에게 라면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 언론은 팔도 도시락, 초코파이등의 한국음식이 식문화가 미개한 러시아인들을 개화시킨 것처럼 보도하지만 전형적인 국뽕이다, 나중에 보면 동양인들이 주 고객인 마트나 변두리엔 라면이 있긴했다. 한류보다는 중국파워가 훨씬 월등해 객실마다 중국어로 된 관광책자가 있을 정도다.

용철씨가 마트 직원에게 구글 번역기로 라면을 물어보자 어떤 남자가 파는 곳을 안다고 해서 따라갔다고 했다. 전승기념일등에 스킨해드족들이 더 설치니 함부로 러시아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배를 채우고 급피곤해져 각자 방으로 돌아왔다.

우리방 천정 환풍구에서 남자 세명이 떠드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한국말이라면 금방 알아들을 정도로 또렷하게 들렸다. 12시반이 지나고 있는데도 굳세게 떠들어 댔다. 뭔 호텔이 방음도 안되고 방에 티슈 한각 없고... 시내에서 가져온 짜증이 잠들때까지 머리속애 가득찼다. 


현주가 팩을 붙인채 잠이 들었다, 아침에 얼굴이 퉁퉁 불어터질까봐 미워도 팩을 떼주었다, 그래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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