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라면에 콩나물 팍팍 넣고

2018. 1. 6. 15:00Japan 2017





승합차 문 옆에 착석했는데 기사아저씨가 차에 올라와 사람들에게 ' 안쪽부터 앉으라' 고 했다.

일본말이라 모른척 그냥 앉아 있었다. 나중엔 기사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인지조차 의심스러워졌다






배낭을 끌어안고 창밖을 처다보며 ... (오키나와는 관광이나 휴양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여행지로는 별로다. 이국적인 느낌도 없고, 인프라등이 잘되어 있어 탐험심이나 성취감도 느끼기 어렵다, 젤 큰 요인은 사람들인거 같다. 고우리 아이스크림 팔던 사람부터 Mikiko, 백화점 직원, 주유소 청년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겉으론 친절하지만 일정한 거리감이 느껴지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필리핀, 태국같이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이 더 잘 웃고 밝고 행복해 보인다. 영국, 네덜란드 사람들도 타인에게 진솔하게 대하고 마음을 여는 대화를 나누는데 일본인들은 정서적으로 폐쇄성이나 개인주의가 심한 민족이다 란) ... 생각을 해본다.



수건을 동여맨 일본사내가 운전하는 트럭과 함께 달리다 시원하게 트인 바다로 나왔다.

지금도 영업하는지 궁금한 낡은 골프연습장을 지나 야트막한 둔덕위에 막사들이 띄엄띄엄 지어진 공군기지를 끼고 돌자 바로 공항,





뒤돌아보면

길에서 만난 사람

짙은 봄 안개                          -마사오카 시키-


공항내 큰 청사 앞에 차가 멈췄다. 기사가 일어나 일본어로 뭐라고 말한다.

이 공항에 국내선, 국제선이 같이 있다는 걸 들은 터라 기사에게 " Domestic ? " 이라고 물으니 그제서야 domestic international 을 구분해서 말했다. 국내선에서 한명도 안 내리자 이내 출발, 조금 더 가니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극제선청사가 나왔다.


2층 아시아나가서 짐 부치고 아침을 먹기 위해 3층 식당으로 올라갔다



식당앞에서 왠지 현주가 별로라고 하더니


혼자 화장실로 가버렸다,


뭥미 ?


개 눈치 !


다시 보딩패스 받던 2층으로 내려와 약간 저렴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국제선 청사내에 식당이랄게 별로 없다.




카페테리아처럼 생겨 싼 줄 알았는데 3층 식당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은 음식값





현찰 다 긁어보니 1,153 엔이 나왔다, 나머지는 카드로 결재






좌석표를 유심히 본다.



4명 붙어 있는 자리를 달라고 했는데 14A 부터 14E까지에서 B와 D가 없다,

아는 체를 하고 싶어 " 왜 14B 와 14D가 없는 줄 알아 ? " 물으나 모두 의아해 했다.


" B는 8과, D는 0과 비슷하게 생겨 혼동 될까봐 그런거야 " 했더니 은재가 ' 또 뻥 친다 ' 는 표정으로 말했다

" 14D 여기 있는데 !? "






주문한 음식 3개 나옴





푸짐한데 치킨이 좀 짜다.


 




위가 묵직해지자 자동적으로 하관이 아래로 빠진 식구들

현주가 자발적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달라는 건 그만큼 들떴다는 거


국화 키우는

그대는 국화의

노예여라                    -요사 부손-




이 공항은 작은데도 직관적으로 출국창구마저 찾기가 힘들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때였다.

직원이 내 스틱 지팡이를 뺏어 가더니 손잡이가 둥글게 말린 나무 지팡이를 대신 가져왔다, 금속탐지기에 안 걸리게 하려는 배려인건 알겠는데 장애인들에게 익숙한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르는 것 같다. 


위태로운 길

하지만 올해는 아버지의

지팡이를 짚고 걷네                     -세이머스 히니-


졸지에 산신령이 되자 헛웃음만 나와 그냥 들고 통과했다. 평소엔 스틱을 쓰지 않고 걸어다니니 그나마 다행




책상의 한쪽 다리가 짧다                    -오자키 호사아-



은재가 '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어도 되냐 ' 고 카드를 달라했다


잠시후 빈손으로 돌아왔다. 현찰만 받는다고 투덜대며...



현주는 ' 어제 백화점에서 산 SKⅡ 화장품이 여기보다 3만원이 더 비싸 피눈물이 난다' 고 엄살을 피웠다,


짱이는 아킬레스건 아프다고 안 돌아다님.




잠들어서도

여행길에 본 불꽃

가슴에 피어                          -오노 린카-





비행기가 늦게 들어온다 싶더니만 내부청소한다고 탑승시간이 딜레이 됐다.

저것도 렌터카처럼 뽕 뽑으려고 빡시게 돌리는 중


어제 떠나고

오늘 떠나 기러기

없는 밤이여                           -요사 부손-


잠시후 탑승 체크가 시작되었다.

난 Fast track 에 서서 들어가는데 현주가 " 가족도 되나 ? " 자문하듯 중얼거린걸 표 검사하는 청년이 듣고

" 가족도 되무니다 " 일본인 특유의 한국말 발음으로 말했다. 그래서 내가

" 가족이 많은데 ..." 하자

" 많아도 괜찮스무니다 " 해서 모두 웃었다.

비로소 그의 가슴에 단 명찰에 눈길이 갔다. TRAINER 란 글자만 한줄 선명하게 찍혀 있


일생을 여행으로 쟁기질하며

작은 논을

가고 오는 중                               -마쓰오 바쇼-


비행기가 작아 탑승도 빨리 끝났는데 설상가상 승객마저 다 못 채워 빈자리가 아주 많았다





그래서 찍어놨다가 -이륙하자마자 -네칸이 통째로 빈 자리로 넘어가 -벌러덩 누워 -누가 뭐랄까봐 잠든 척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오줌이 붉다 여행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다네다 산토카-


밥 먹으라고 깨우면 먹고 또 자고...










한반도에 진입하고서야 세관신고서를 쓰라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무사히 도착.

애들 먼저 짐 찾는다고 달려갔지만 짐 나오는 순서는 운.


입국수속 다 끝나고 나와 가족이 바로 달려간 곳은... 켜피숍이다

홋가이도 갔다와서는 속이 니글거려 바로 조마루감자탕집으로 go.



여행을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공항에서 커피 한잔 즐기는 것이 이젠 우리만의 전통문화가 되어 버렸다


짱이와 경재는 성인이 됐는데도 아직까진 커피를 별로 안 즐긴다




오늘부터는

우리나라 기러기다

편히 자거라                             -고바야시 잇사-


마지막 관문. 미로같은 주차장 찾아가기.

밖은 추운데 옷은 얇아 이번엔 내부로 통하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



폴라로이드 때문에 여행내내 웃긴 포즈를 선사하고 있는 은재




한국의 겨울 오후 햇살



느린 날들이

모여서 멀어져 간

옛날이어라                             -요사 부손-


집에 도착해 짐정리후 기대하며 먹어본 흑사탕은 ...쓰다.

이상해서 자세히 읽어보니 사탕이 아니라 음식재료로 쓰는 진짜 설탕덩어리였다.


은재 짱이는 데이트다 뭐다 해서 나가고 ... 라면에 콩나물 팍팍 넣고 끓여 현주랑 둘이 앉아 저녁을 떼웠다 




머리속에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본 것과의 간극이 오키나와만큼 큰 곳도 없었다, 

저 제주도 아래 먼 바다 한가운데에 우리랑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우주에서 지구와 똑같은 행성을 발견한 기분... 쩝 !


죽음, 그렇지 않으면 여행 ···    -다네다 산토카-




※  62번 비행기를 갈아 타고 23개국을 292일동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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