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鳥玉 VS 大戶屋

2018. 1. 4. 20:00Japan 2017

 




오키나와에서의 3번째이자, 마지막 숙소를 찾아 가는 길. 

번화가인 국제거리, 류보백화점 근처로 잡아 놓았다. 1km 남짓이라 엎어져도 코 닿을 거리인데 소학교옆 골목길에서 이유없이 차가 막혔다.


이러다 저녁때나 도착할 거 같아 불쑥 옆골목으로 빠져 감으로 우회해 갔다. 벌써 운전이 익숙하다고 내 나와바리처럼 활개치고 다닌다. 

힐끗 보니 작은 공사중이었다. 


남자인 우리

복어에 내걸 만한

목숨이련가                         -히노 소조-


이 나라도 간판천국





금방 Mercure hotel 도착


호텔타워 주차장은 유료이고 노상 장애인 구역은 안 보였다.

유니폼 입고 모여 있는 렌터카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그냥 길 옆에 대라고 알려 주었다, 젋은애들이 나름 친절했다


내 차를 댄 곳은 렌터카 체크하고 빌려가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여행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좋은 숙소에 묵으려고 한다.

우리 수준엔 고급인 이 호텔은 예약 당시 가격이 저렴하게 나왔다, 이전 두 호텔은 방 하나 1박에 16만원 정도였고 이 곳은 그 절반인 9만원이었다, 대신 조식은 불포함. 일본 숙박비가 하도 비싸서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일 뿐이지 이것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비싸다



체크인을 하며 조식을 물어보니 인당 1,700 엔인데 내일 아침에 사려면 2,000 엔이라는 것이다. 참 대단한 Economic animal 이다





애들 먼저 올려 보내고 호텔 정문 옆 흡연구역에 나와서 줄담배를 피운다

앞 건물에서 나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양복입은 남자 두명이 건너 오더니 나처럼 두개피의 담배를 연거푸 피우고 간다. 그들이나 나나 이젠 한개피로는 성이 안차는 니코틴 중독자들. 씁쓸.


방에 와 보니 깔끔하긴 한데 좀 좁다 



Wi-Fi가 잘 안잡힌다.


드디어 경건하게 앉아 만년필과 잉크를 영접할 시간

세후 1,155엔이니 Tax refund 받으면 만원이하의 가격이다.


책상 위 꽃 한 송이 서서히 벌어진다                          -다네다 산토카-



닙부분에 IRIDIUM POINT 라는 글자와 문양이 음각되어 있어 고급스러웠다




한국와서 만년필을 사용해 보았다.

손잡이 부분에 엠보싱을 해 놓았지만 둥글고 가늘어서 그립감이 별로다. 또 엄지와 검지가 만나 힘이 집중되는 위치가 뚜껑때문에 3 mm 정도 높아지다보니 연필을 길게 잡고 쓰는 것처럼 안정감이 없다. 결론적으로 모양은 수려하나 장기간 필기용으로는 적절치 않았다.


버리가 아까운 상자에서 잉크병을 꺼내보니 어른 주먹만하게 크고 묵직한게 상당히 고급스럽다. 

iroshizuku 시리즈는 일본색을 표방하는데 그 중 ina-ho 는 가을색이라 하여 옅은 갈색 낙엽을 떠올리게 한다


은실의 목도리.

병밑바닥에 좁은 홈이 있어서 남은 잉크를 뽑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 사소한 부분이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지름길.


잉크도 사용후기를 적어 본다.

병에 띠가 많이 형성되는걸 보면 원재료에 유지성분이 조금 들어 있는 것 같다.

일단 묽다. 묽으니 잉크 배출은 잘 되는 편인데 마르면 잉크가 많은 부분 적은 부분의 농담이 달라서 눈 온후 골목길처럼 글씨가 지저분하다. 그저 난 치고 한시 흘겨 쓰는 동양화에 적합한 용도인듯.


푹신한 침대에 누워 뒹굴고 있는데 은재,짱이가 국제거리 돈키호테를 간다고 하고 현주도 저녁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고 해서 부리나케 샤워하고 나왔다 

가뜩이나 퇴근시간이라 차가 막히기 시작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 빙돌아 간다. 



나하시청


류보백화점


사거리에서 바로 보이는 저 길이 국제거리 초입. 애들에게 돈과 호텔 명함을 나눠 주고 내려 주었다


국제거리 풍경


국제거리는 음식점마다 삐끼들이 나와 호객행위가 심하다. 또 Table charge (인당 약 300엔 = 3,000원)가 있어서 나중에 계산할 때 시비가 붙곤 한다. 일반적인 물건값들이 비싸다, 돈키호테만 싸다.   ※ 돈키호테 : 국제거리 중간에 만물백화점


가을의 모기

죽을 각오를 하고

나를 찌르네 -마사오카 시키-



거리에서 은재가 짱이에게 " 무슨 냄새 나지 않아 ? " 물으니 옆에 모르는 사람이 " 응 냄새나 " 하더라능. 그만큼 한국인이 엄청 많다


수제 롤케익을 만드는 후쿠기야







눈 녹아

온 마을에 가득한

아이들                                    -고바야시 잇사-


애들을 내려주고 끈 떨어진 갓이 된 우리는 신호등 들어오는대로 정처없이 차를 몰았다. 


번화가를 벗어난 동네 소박한 거리도 보고



도자기 판매장이 밀집한 쯔보야 거리에 우연히 들어갔다

그런데 주차하고 매장으로 가면 그 사이에 불을 끄고 또 다른 곳은 셔터를 내리는게 꼭 우리가 거부 당하는 느낌이다.

여주인에게 물어보니 여긴 6시면 대부분 문 닫는다 함


피는 꽃을

번거롭게 여기는

늙은 나무                              -모치즈키 모쿠세쓰 -




어둠이 급습해오자 귀가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거리는 쓸쓸해졌다


더 이상 갈 곳도, 갈 의지도 없는 우리는 말없이 숙소로 향했다,

그러다 아까 본 음식점이 생각나 저녁이나 먹자고 호텔 뒤쪽 블럭을 찾아갔다,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반쯤 차 있고 1층은 피자 뷔페, 2층은 일식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현주에게 뭐 먹을거냐고 물어 2층으로 올라왔다


밖에선 몰랐는데 넓은 실내가 꽉 차 빈자리가 거의 없다,

잠시 서 있자 서벙하던 직원이 안쪽 자리를 안내해 주었는데 우리 양옆도 두명씩 마주한 손님들이다


애들 울고 소리지르는건 여기도 마찬가지



현주 메뉴


내 초이스


상딩히 오래 걸린다. 이렇게 긴 저녁시간을 떼워주니 별 상관 없지만 ... 모가 잘못 됐나 ? 싶을때쯤 직원이 식판 두개를 내려 놓고 후다닥 돌아갔다.



맛도 만족, 가격도 저렴한 大戶屋.

이 정도 위치와 시설에서 한끼가 7~8천원이면 한국은 진짜 비싼거다


식사를 거의 다 마칠 무렵 한쪽편에서 사람들이 커피등 후식을 가져다 마시는 것을 보았다. 마침 그릇을 치우러 온 직원에게 ' 공짜냐 ? " 고 물어보았더니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잠시후 직원이 다시 와서 메뉴판을 펼처 보여주고 갔다. 모든 음료 290엔. 굳이 확인까진 필요 없는데...


같은 시간, 두 애들은 국제거리에서 저녁을 안 먹고 숙소까지 걸어오다가 맛있어 보이는 식당 발견. 鳥玉

안에는 직장인등 현지인들이 많이 있었다. (참고로 가운데 머리 긴 여자는 짱이 아님)




자판기에서 주문 성공해 뿌듯한 은재










" 일본에는 실물이 사진보다 못 하면 안된다 " 는 법이 있다고 은재가 확인불가한 말을 했다, 그 말이 신빙성이 있는게, 실제 나온 음식이 더 맛있어 보였다고 한다




엄마 아빠는 大戶屋, 애들은 鳥玉.  어느 음식이 더 맛있을까 ? 남의 떡이 커 보인다지만 오늘은 각자 음식을 강력히 밀고 싶다.

도회지로 나오니 확실히 먹는 걱정은 없다


맛있는 저녁에 한결 행복해진 우리는 7시 넘어 호텔로 돌아왔다. 

아까처럼 길가 주차. 현주 아이폰은 로비에서도 Wi-Fi 가 안 터져 방에 올라왔다. 둘이 앉아 어김없이 아직 안 돌아온 여자애들 걱정


모 심는 여자

자식 우는 쪽으로

모가 굽는다                           -고바야시 잇사-



우리 창 너머 건물은 우체국. 밤늦게까지 불 밝힌 채 일하는 모습이 환히 들여다 보인다


겨울바

휘파람 소리 내는

우체통구멍                      -매튜 루비에르-


애들은 8시반에 무사히 도착.

둘이 아주 신이 났다. 짱이가 길거리에서 트림했다고 은재가 놀리면서도 잘 먹인거 같아 스스로 대견해 했다. 우린 국제거리에서 여기까지 무사히 찾아 온 것만으로도 대견타 하고... 오랜만에 지들끼리 다니니 즐거웠나보다.


낮에 무인양품에서 산 빵을 뜯어 먹었는데 유통기한이 2월 17일까지다. 무려 한달이 넘게 보존이 되다니..

은재가 아빠 생각 나 사온 찰떡 아이스



애들방에선 인터넷이 잘 터진다고 현주가 놀러 가더니... 한참 있다 우르르 몰려와




셋중에 누가 제일 호텔 청소부 같은지 알려 달라고 쪼르르 섰다

투숙객이 누구든 Mercure hotel 가운을 입혀 놓으면 모두 메이드 (maid)가 된다


무슨 까닭에

긴 것 짧은 것 있나

고드름은                                  -우에시마 오니쓰라-



" 아빠 잘자 ~ "


두 딸들이 다 커서 인생이 더욱 즐거운 현주


부러워라

아름다워져서 지는

단풍나무 잎                        -가가미 시코-


 

발이 화끈거려 은재에게 발파스를 붙여 달랬다.

그래도 발이 저리다.


기나긴 밤

천 년 후를

생각하네                         -마사오카 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