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여긴 스팸이 전통음식

2018. 1. 5. 18:00Japan 2017



  

백화점을 나오는데 짱이가 출출했는지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한다

국제거리 초입에서 본 AW 버거집이 생각나서 바로 차를 돌렸다





나하시청앞에 차를 세우고 애들에게 얼른 사오라고 시켰다.


주변에 주차단속 카메라 없나 두리번 거리는데 갑자기 대형관광버스들이 앞뒤로 포위를 했다



애들은 초스피드로 햄버거 받아 부리나케 차로 돌아왔다



오키나와는 장수인구가 많은 지자체로 유명했는데 최근 급격한 순위 하락을 겪고 있다. 

' 참프루' 라는 요리는 오키나와의 대표, 전통요리다. 그 주재료가 미국과 덴마크산 스팸이라는 걸 알고 피식 웃음이 났다.

몇년사이 외국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한집 건너 스테이크집, 햄버거집들로 거리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렇게 미국식 식문화가 계속 유입되는 한 평균수명은 점점 젊어질(?) 것이다.  


비가 내리면

사람을 곧잘 닮은

허수아비여                                -나쓰메 세이비-



바로 호텔로 돌아와 먹을 거리를 챙겨 애들 방으로 모였다








맥도널드나 버거킹에 길들여진 입맛이면 좀 싱거울 수 있는데 비주얼과 내용물은 훌륭하다






어제 무인양픔에서 산 빵중 하나. 이건 유통기간이 2월 12일까지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보면 순간 딱 깨닫는 것이 있다. 사진속에 숨어 있는 대화를 듣게 된다.

내 눈으론 결코 볼 수 없었던 나와 너의 모습, 은재가 붙여준 파스, 시시때때로 눈을 감고 있는 짱이...

날 바라보는 현주의 시선에서 사랑을 느끼고, 은재가 아빠를 참 많이 챙겨주고 있었구나, 짱이가 대입시험 끝나고 긴 피로가 아직도 덜 풀렸고 눈을 감고 있는 건 자는게 아니라 어느 대학을 갈까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


몸무게를 달아보니

65킬로그램,

먼지의 무게가 이만큼                        -오자키 호사이-





점심을 햄버거로 간단히 떼우고 각자 방으로 돌아왔다

현주가 TV에서 한국드라마를 보길래 ' 일본 와서 일본 느낌 나는 걸 봐야지 ' 했더니

" 그나마 알아 들을 수 있는게 이거야 " 라고 해서 말문이 막혔다

내 잔소리 안 들으려고 현주가 애들 방에 놀러갔다 돌아와 애들이 20분후에 나간다고 준비 하란다.

지치지 않는 여자들.


소쩍새가 부르지만

똥 누느라

나갈 수 없네                          -나쓰메 소세키-


쇠똥구리로 태어나

뚱 굴리는 것

말고는 없지                          -가토 슈손-  (소세키 시의 답시)


난 콜띠기 기사. 오후 5시 30분 머큐어 호텔 앞에서 대기중. 한국 VIP 3분. 국제거리 돈키호테




6일간 400 여 km 를 달렸고 탱크는 30~40 % 차 있다. 내일 차를 만납해야 해서 기름을 넣으러 호텔뒤 주유소로 향했다

빈 주유기가 없어 입구에 잠시 서 있자 직원들이 구석에 낡은 계량기쪽으로 차를 안내했다. 고삐리정도밖에 안돼 보이는 건들건들한 사내녀석 두명이 서서 무표정하게 물어본다

" Gasoline regular full...Fill it up ! " 애들이 약간 당황하길래 혼유사고 날까봐 다시 강조했다 " 가소리노, 레규러, 레규러 ! "

알아들었는지 주유건을 차 깊숙히 꽂고 서 있는데도 불안해 나가 보았다.

짝은 차에 기름이 한참 들어간다. 

청구서에는 27.3 리터, 리터당 139.8 엔, 총 4122 엔이 찍혀 있다. 기름값마저 우리나라보다 싸다.


주유소 남자가

길을 가르쳐 보인다

기름 호스로                          -앨런 피자렐리-


애들만 내려주려다 엄마가 애들하고 같이 다니는 걸로 결론이 났다.

현주는 나 혼자 돌아 다니는게 내심 불안한 표정이고 애들도 " 아빠 차에서 내리지 말고 바로 호텔로 돌아가 " 라며 걱장했다

" 기름 다 채워 눈금 줄면 안되니 많이도 못 돌아다녀. 걱정마 " 라고 해줬다.

야무진 짱이는 호텔 명함을 신발속에 넣고 다닌다.




국제거리 안으로 쑤욱 들어가 한국여자 셋을 돈키호테 맞은편에 내려주었다.

콜비를 받기는커녕 동전까지 다 긁어 챙겨 주었다,




돈키호테에서 Tax refund 받을때 보니 ' 은재가 물건 가격을 생각 안하고 마구 사더라' 고 현주가 나무랬다.

동그라미가 하나 없으니 현실감도 떨어지고, 자기가 힘들게 번 돈도 아니니까 그런가보다 했다.




은재가 짱이를 예뻐해 잘 챙기고 잘 교육시키고 잘 데리고 다닌다.

홋카이도에서 은재,경재가 짱이 어리다고 둘만 놀아 엄마에게 혼나던 때가 벌써 14년전인데...



약장 안에

겨울 파리 한 마리

늙어서 죽은                             -잭 케루악-







은재는 마트 계산대에서 한 한국가족을 보게 되었는데 ...

노부부가 작은 물건값 하나 갖고도 사위를 어려워 하는 모습이 꽤 충격이었는지자긴 결혼 안 하겠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기로 스스로 결정한 가을 저물녘                        -마쓰데 도요조-




무엇을 입어도

아름다워지는

달구경                                 -가가노 지요니-






저녁 후지산에

엉덩이 나란히 하고

우는 개구리                                 -고바야시 잇사-

















금풍뎅이

내던지는 어둠의

깊이                                  -다카하마 교시-





한두시간만에 국제거리를 다보고 호텔로 돌아오며

어제 자기들끼리 우연히 간 식당이 맘에 들어 엄마를 모시고 또 간 은재. (그런건 아빠를 꼭 닮았다)


시들시들한 딸과 아직 초롱초롱한 엄마





은재가 " 아빠랑 여기서 만났음 좋겠다 " 라고 한 그 시각 7시쯤에 나도 그 식당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근처에 차를 세우고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음 진짜 대박이었을텐데...





여행 후반에 음식 잘 먹고 숙소 좋아 다행이다.

만약 반대로 일정을 짰음 더 비싸고 후진 숙소에, 배고파 시골 편의점을 전전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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