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5. 19:00ㆍJapan 2017
눈을 감으면
젊은 내가 있어라
봄날 저녁 -다카하마 교시-
오키나와에서 갑자기 홀가분하게 되었다. 잠깐이지만 자유를 즐기기 위해 쯔보야 도자기거리를 다시 찾아왔다.
은재가 내리지 말랬으니까 길가에 차를 세우고 거리를 감상한다. 차들이 느리게 빠져도 전혀 조급하지 않다.
석양이 진해질수록 백열등 불빛 가게들은 따뜻하게만 느껴지고...
시계방의 시계
봄밤 어느 것이
정말일까 -구보타 민타로-
대로에서는 차들이 한쪽 방향으로만 밀렸다.
변두리로, 차 없는 거리로, 외진 곳으로 자꾸 방향을 틀다보니... 나중엔 점점 어디론가 올라가고 길은 좁아지고 주변은 어두워졌다.
급기야 길이 좁아 내려오는 차와 아슬아슬하게 스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달팽이
천천히 올라라
후지산 -고바야시 잇사-
더 이상 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아 골목, 어느 집 앞마당을 빌려 차를 돌렸다. 거기가 정상이었나보다.
다른 차가 없을때 골목을 언능 빠져나와 조금 넓어진 길로 접어들자 갑자기 주변이 탁 트이며 눈앞엔 나하의 달동네 야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급경사 길을 천천히 내려오다 중턱쯤 등산로 입구에 차를 박아 놓고 내렸다 (은재야 미안)
차에 기대 빙 돌아 축대를 등지고 서서 주변을 살펴 보있다.
손으로 라이터를 감싸 담배 불을 붙여 한모금 쭈욱 빨아본다. 힘겹게 걸어 오르던 동네 아저씨가 눈치를 보며 지나간다.
바람이 언덕위로 불어 빗방울이 카메라렌즈에 맺혔다
저녁 소나기
개구리 얼굴에
물 세 방울쯤 -마사오카 시키-
어딘지 모르는 곳, 어두운 곳. 나 혼자... 약간의 불안감과 흥분으로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이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해방감과 약간의 쾌감이 밀려왔다,
이런 느낌에 중독되어 자꾸 여행을 떠나는데 가족들과 다니는 편안한 여행에선 접할 겨를이 거의 없었다.
빗방울이 굵어지지 않았음 더 있고 싶은데 약간 추워진다.
차에 들어와 네비를 켜본다.
호텔과 현재 위치를 찍은 선. 녹색선 끝 붉은선은 네비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길이란 뜻
현재 위치를 확대해 보았다. 역시 산꼭데기 바로 밑 동네.
지도에 표시된 중학교는 바로 옆 낭떠러지 아래에 있다
꽃의 색 허무하게 바래 버렸네
나의 몸도
장맛비 내리는 사이에 -오노노 고마치-
이젠 숙소와의 거리를 좁혀야 할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는 올라오는 차에게 헤드라이트를 끄고 조용히 길을 비켜 주었다, 일단 안전이 급선무.
달동네 계곡아래 큰길까지 내려오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내가 방금 내려왔던 언덕마을을 올려다보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자벌레까지
자로 재고 있다
내 단칸방 기둥을 -고바야시 잇사-
길가 1층 가게, 책걸상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어린애들 몇이 앞줄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
다른 가게들은 문 닫았는데 늦은 시간까지 불 켜 놓고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개인의원들
짧은 머리에 츄리닝을 입은 남학생 몇이 웃으며 나오는, 용도를 알수 없는 가게 등.... 변두리 동네의 풍경
숙소가 가까워올수록 길은 넓어지고 차들은 더 많아지고 속도가 붙었다
겨울비 내리네
옛사람의 밤도
나와 같았으려니 -요사 부손-
7시. 무사히 호텔 도착. 기름 게이지는 변동없음
호텔 앞에서 기념으로 담배 두개피를 연속으로 피웠다. 남은 갯수를 세어보니 이번 여행동안 17개피의 담배를 피웠다
단체여행객들이 줄지어 호텔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호텔이 패키지 관광객용인듯
506호는 우리방, 507호는 애들방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그간의 여독을 녹여냈다
그대를 보내고
생각나는 일 있어
모기장 안에서 운다 -마사오카 시키-
그래도 식구들이 안 온다.
일본 TV 를 재밌게 보고 있으려니 여자들이 우르르 돌아왔다
세 그릇되는
떡국이 돌아오네
가장의 모습 -요사 부손-
짱이는 엄마, 언니 따라다니느라 지쳐서 오자마자 쓰러졌다
이번 여행에서 갑자기 많이 걸어서 아킬레스건이 늘어났다고 징징댄다
턱 힘이 약한 현대인은 사과가 먹고 싶어서 조금 더 원시인인 아빠에게 한입 베어 물고 달라고 했다.
짱이는 이번에 학원 알바해서 난생 처음 돈을 벌었다고 신기해 했다. 세전 49,000
은재가 밤에 다 같이 먹자고 사온 치즈케익
은재는 아까 돈키호테에서 엄마에게 혼나고도 금방 기분이 풀어져 짱이랑 맥주를 사러 호텔 앞 편의점에 갔다 왔다.
그런데 사실은 동네 남자 동창이 여행선물로 야한 잡지나 사오라고 해서 동생 데리고 간거 였음, 떨려서 편의점을 세번이나 들락거렸고 점원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잔돈을 손위에 떨궈 줬다는 이야기를 해서 온 가족이 한참 웃었다
' 이 소리도 아닙니다, 저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
그 기억을 떠올리며 반갑게 먹어본 용각산 캔디. 그런데 어렸을때 기억속의 용각산 맛이 아니라 딱 한국의 목캔디더라능.
봄의 우수여
차가워진 두 발을
포개어 놓고 -다카하마 교시-
마지막 날이라 짐을 싸는데 가방들이 다 홀쭉하다. 네식구가 나눠 넣은 것도 있지만 의외로 별로 산게 없었다,
짱이는 가방 다 쌌는데 땅콩 들어갈 데가 없더고 가져오고
현주는 가쯔오부시 빵빵한 봉투를 내 가방에 넣어 터질까 걱정되구
난 갑자기 잉크가 걱정돼 부랴부랴 현주 트렁크로 옮기고 ...
그렇게 마지막날 밤이 흘러간다,
오늘 밤
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단지 이것이 전부 -앨런 피자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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