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3. 19:00ㆍJapan 2017
약속한 4시를 5분 남겨두고 현주랑 짱이가 주차장쪽으로 오고 있다.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지 둘이 웃으며 우리 렌터카 옆차의 문을 천연덕스럽게 열려고 하길래 화단에 앉아 있다 언능 불렀다
숙소로 바로 갈까 하다가 갈증이 나 콜라나 한병 마시려고 : 편의점 들르자고 했다 → 그럼 마트가 싸다 → 아는데가 없다 → 네비에 검색해봐라 → 업종검색하니 주변 대형마트들이 쭈루루 떴다. 그중에 AEON mall 을 클릭했다,
엄청 편하다. 이걸 왜 진작 못 써먹었을까 ? 역시 한살이라도 젊은애(은재)들 머리가 팍팍 잘 돈다. 나이가 들수록 우물을 벗어나기 싫은 개구리가 되어 가는데 시넵스마저 녹이 슬고 있다
가는 길에 오늘따라 욕심나는 마트들이 많이 보였다,
드디어 AEON 도착. 레스토랑, 마트, 아울렛등이 한데 모여 있었다, 난 차안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여자들만 구경갔다
차안에서 시트를 젖히고 벌러덩 누워 주변 사람들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명품이나 비싼 옷을 걸친 사람도 없고 찐하게 화장하고 머리를 꾸민 사람도 없고 얼굴에 나잘난이라 쓰고 다니는 사람도 없다.
아이나 젊은이나 노인들 모두 수수하게 걸치고 작은 차에 앉아 무표정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키나와가 일본 자치구중에 빈곤율이 전국 최고인 점도 있겠지만 신분상승 욕심도, 일확천금 기대도 안하고 변화없고 재미없는 사회로 보였다. 그에 비해 한국은 얼마나 Dynamic 하고 Fighting 이 넘치는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려고 하고 나보다 못난 것들은 철저히 개무시하고 서민들의 반골기질도 남아있는 곳. 아직은 기회의 땅이다.
죽고 싶지도 않고 살고 싶지도 않다 바람이 건드리고 간다 -다네다 산토카-
1시간쯤후에 식구들이 돌아왔다
오늘 저녁식사는 고민 할 필요가 없다. MIkiko네에서 신년특별식으로 예약을 해놓은 상태라 맘이 편하다
최근에 아내 죽어 채소를 쌓고 파를 쌓는 채소가게 주인과 딸 -가와히가시 해키고토-
해가 늬엇늬엇 지는 평온한 酉時 (PM 5~7)
낮게 걸린 해
그림자가 거인이다
곧 모두 그림자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무슨 맛있는 것이 나올까 ? 기대감에 운전도 즐겁다
어제 밤에 들어온 길과 다른 길인가보다, 훨씬 운치 있고 한적했다,
숙소가 있는 마을로 들어왔다
길모퉁이 전봇대에 팬션간판이 작게 붙어 있다.
현주가 혹시 저걸 '풍량' 으로 읽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물었다. 갑자기 나도 헷깔리기 시작했다, 량풍 ? 풍량 ?
한자좀 안다는 한의사로서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6시에 숙소도착
흰 숯이여
타지 않은 옛날에는
눈 얹힌 가지 -간노 다다토모-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 턱을 불린후 면도하고 빨래 좀 주물러 널고 7시 식사시간 맞춰 6시 48분에 내려갔는데...
분위기가 쏴~하다
짱이 대입 등록문제로 국제전화 로밍이 안되어 이리저리 시도해 보는 가족들
무거운 분위기가 식탁에까지 올라오자 내가 Mikiko 에게 " 막내딸 대학입학 때문에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러니 이해해 달라 " 고 일부러 양해를 구했다
외대에 등록금까지 다 납부해 놔서 끝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환불받고 아주대에 등록을 한다느니, 왜 중요한 시기에 외국에 나와 연락도 제대로 못 받게 했냐느니 원망이 쏟아졌다.
막판까지 결정을 못하고 아빠가 원치 않는 곳으로 가려는 짱이에게 실망해 나도 불쾌해졌다,
아버지 닮은 목소리가 나오는 여행은 슬프다 -다네다 산토카-
로밍이 되고, 현주에게도 전화가 오고, 짱이가 나가서 여기저기 연락하더니 심적으로 조금 정리가 되나보다
저녁의 벚꽃
오늘도 또 옛날이
되어 버렸네 -고바야시 잇사-
드디어 오키나와식 신년 특선메뉴로 차려지는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모찌리도후라는 음식이 먹고 싶어 한국에서 미리 부탁하며 음식 사진을 보냈더니 Mikiko가 그건 '모찌리도후'가 아니라 '지마미토푸' 라고 한다.
땅콩으로 직접 만들었다며 첫 음식으로 내 놓았다. 한 숟갈 먹어보니 달콤한 연두부 같은 느낌
우리가 Mikiko네에서 저녁을 먹게 된 과정과 모찌리도후가 지마미토푸(두부)로 바뀌게 된 연유가 알고 싶은 분은 여기를 클릭
해초로 정성껏 매듭을 묶어 내온 전채요리
샐러드 같은 거랑
쌀이 맛있는 국과 밥이 나왔다
그리고 갑자기 Star fruit.
과일이 디저트로 나왔다
이후, 음식서빙이 딱 끊겼다,
천둥에도
떨어뜨리지 않던 젓가락을
소쩍새 울자 -우에다 아키나리-
짱이가 올라가자고 투덜댔다, 다 먹고 가자고 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차 한잔 안 나왔다,
주방을 힐끗거리며 마지못해 일어나는데도 Mikiko가 별 말이 없는 걸 보니 다 나왔나보다. 메일로는 돼지고기 요리를 한다고 해서 푸짐한 메인요리를 기대했는데 개인 접시 하나 받고 끝,
이게 인당 2만원 총 8만원짜리 밥상인가 ? 낚시바늘에 볼따구를 제대로 뚫린 기분이다. 아까 마트는 Maxvalu, 여긴 Minvalu 구만
나의 집에서
대접할 만한 것은
모기가 작다는 것 -마쓰오 바쇼-
새로운 투숙객 한명이 들어와 우리 옆 식탁에서 맥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있다
오키나와 수호신인 '사샤' 와 이름이 같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잘 생긴 도쿄 남자는 부모가 오키나와 출신이라서 가끔 여기에 투숙한다고 했다, 우리 사는 수원, 삼성 이야기도 간단히 나눴다
우리 식사가 끝나고 일어나서 악수를 하려는데 내가 김치국부터 마시느라 풀어놓은 바지벨트가 내려가 얼른 앉아서 고쳐 맸다.
오키나와 전통음식을 많이 드셨냐고 묻길래 음식점들이 문닫아 편의점만 다녔다고 했더니 나하시내에 정통 류큐음식점이라며 주소를 적어 주었다, 류큐음식이 별로라 받아와 어디다 치워버렸다
안마당으로 나와 짱이에게, Mikiko에게 맏은 충격을 달래느라 담배를 필터까지 빡빡 피워댔다.
불평을 말할
상대는 벽뿐
저무는 가을 -고바야시 잇사-
계단을 오르는데 주인남자가 식당 문열고 일본어로 밤인사를 했다. 나도 사샤에게 영어로 인사를 하고 올라왔다.
방에 왔더니 은재랑 현주가 아까 산 맛살을 안주로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다. 짱이는 씻고 먼저 잠자리 들었다고 한다
난 부실한 저녁으로 빈 공간이 많이 남은 위장을 사과등으로 채웠다. 은재가 ' 아빠는 숙소 보는 눈이 없다 " 고 하는데 아니라고 반박할 말이 없다,
현주는 9시 넘어 얼굴 팩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는 이 팬션이 완전한 휴식, 웰빙으로만 보이더니 오늘은 컵도 플라스틱이고, 방에 티백하나 없는 것이 그렇게 무성의하고 부실하게 느껴졌질 수가 없었다.
거미로 태어나
거미줄 치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 -다카하마 교시-
TV 도 없고 밤되니 할게 없어 나도 억지로 잠을 청한다
'Japan 20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 만년필은 無印良品, 잉크는 iroshizuku (0) | 2018.01.04 |
---|---|
13> 宗像堂은 우리를 발효시키고 (0) | 2018.01.04 |
11> 동양의 하와이란 속뜻은 (0) | 2018.01.03 |
10> 덴뿌라 먹으러 OJIMA (0) | 2018.01.03 |
9> 치넨미사끼에서 굴려버렸 ! (0) | 2018.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