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3. 14:00ㆍJapan 2017
내 또래가 다 그런가 ?
내 삶은 B.C A.D 처럼 중고등학교때를 기준으로 전후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 열살때까지는 아이스케끼를 핥고 덴뿌라를 먹고 유리조각을 주으려 쓰레기 산을 뒤지고 다녔다
그런데 고등학교 3년간 기숙사에서 썩고 나와보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아이스크림과 튀김으로 창씨개명되었고 딱따구리,뽀빠이는 포테토칩같은 고급과자 옷을 갈아입었고 옛만두와 빨간파란 빙수는 멸종되어 버렸다.
거의 40년동안 잊고 살았던 그 '덴뿌라' 라는 단어를 접한 순간 ...약간 어찔한 현기증이 일었다. 덴뿌라, 덴뿌라...
일곱살의 나에게 덴뿌라를 먹여 주고 싶어 오키나와에 왔고 그게 바로 오늘이다.
덴뿌라라는 단어를 첨 듣는 애들을 위해 ' 고양이섬 가서 튀김 먹는다' 고 의역해주니 다들 좋아했다,
은재,짱이에겐 고양이가, 현주에겐 먹는다가, 나에겐 덴뿌라가 주 목적어다.
드라이브겸 상쾌하게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시속 40 km 으로 기어가는 앞차에 막혀 억지로 속도를 줄이며 따라갔다,
몇 백미터 전방에서는『 40 』표지판이 완만하게 휘어진 도로를 기어오는 두 차를 째려보며 서 있었다.
<인용사진>
얼마 안있어 섬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 섬은 이름이 세개다. 한자로는 오무도, 한국에선 오우섬, 영어로는 오지마로 각각 표기되어 있다,
푸른 잉크빛 바다위에 떠 있는 오지마섬
두 손으로 뜨자
벌써 이가 시린
샘물이어라 -마쓰오 바쇼-
섬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로 좌회전하며 혼자 신나 " 오지마, 가지마 ! " 그랬더니 애들이 아재개그라고 놀렸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만나는 곳이 ' 나카모토 센교텐 ' 이라는 튀김집.
역시 오전부터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이집 말고 또 괜찮게 덴뿌라를 하는 집이 있다해서 해안선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 본다.
한무리의 젊은이들도 내 눈엔 그 튀김집으로 몰려가는 것으로만 보인다.
오시로(大城) 덴뿌라집엔 사람들이 더 많았고 주차할 자리를 찾다보니 상당히 멀어저 버렸다. 고양이를 발견한 애들이 뒷자리에서 달뜬 소리를 냈다.
일단 섬을 한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식당도 가게도 몇개 없는 작은 섬인데 이 곳에 덴뿌라가 유명해 전세계 사람들이 찾아온다는게 새삼 신기하다
길끝에 바다.
섬을 자세히 둘러보고 싶어도 다시 오시로 덴뿌라 앞일 정도로 갈 곳이 없다.
잡초가 무성한 공터에 차를 밀어 넣고 덴뿌라 집으로 식구들을 이끌고 처들어갔다.
지저분한 테이블 위에 메뉴판. 다행히 한글로도 써 있어 그걸 보며
눈치껏 주문표를 작성하면 끝.
덴뿌라 하나당 60엔이고 셀프계산해서 총 7,000 원 정도.
힘주고 또 힘주어 힘이라고 쓴다 -다네다 산토카-
은재가 주문서를 가게 안에 여직원에게 갖다주고 계산하면 번호표를 준다.
앞으로 약 30분 정도 기다리라는 푯말이 보인다
우리 번호는 39번.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여직원이 번호를 일본어로만 불러 준다는 거.
4명이 다 귀 뚤린 농아랑 다름 없어서 그나마 일본어를 공부한 짱이에게 39번의 발음을 물어보았다,
수세에 몰린 짱이가
" 산니니... ? "
그래서 우리는 그 말만 믿고 멀리서 간간히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끔 호출되어 가는 사람들은 현재 20 번대다
사람이 그리웠나
어깨에 와서 앉은
고추잠자리 -나쓰메 소세키-
파리 때려잡기 전에는 이것은 파리채가 아니였다 -가와히가시 해키고토-
돋보기 볼록렌즈로 개미를 태워 죽이고 있는 일본 사내녀석
그걸 말리기는 커녕 오히려 촛점을 맞춰주는 그의 형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나서 두리번 거려보니 뒤 테이블에서 빈촌스럽게 생긴 아저씨가 줄담배를 피워댄다. 흡연에 가장 적대적인 나라에서 온 우리들이 유럽이나 일본같은 금연후진국을 여행할 때는 이런 상황에서 참 난감하다.
한국에서 몇시간만에 캄보디아 프놈펜 어느 식당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담배를 맛있개 피웠던 그 때를 회상하며 미소짓고 있는데... 현주가 옆에서 기침을 해댔다.
수선화 피었네
코감기 걸린 사람
머리맡에서 -나쓰메 소세키-
번호를 기다리다 은재 짱이는 골목 구경을 갔다
번개 치는
들판에서 돌아온
고양이를 껴안다 -하시모토 다카코-
개가 안 보인다.
콜라를 하나 뽑아 놓으라고 했더니
가장 작은 걸 뽑았다
" 가격도 비슷할텐데 큰 걸 뽑지 그랬냐 " 고 은재에게 핀잔을 했더니
' 가격이 더 비싸다, 아빠 건강에 안 좋다 ' 는 둥 변명을 했다.
한 노인이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걸 고양이에게 꺼내 주었다
점점 우리번호가 다가오고...
급기야 '산니니 ' 라고 하는거 같아 애들이 가봐도 아직 아니고...
조금 기다리니 우리 것이 나왔다
39번의 정확한 발음은 산니, 쌌니, 산니니, 싼니니, 산나나 도 아닌 " 산쥬-큐 "
짱이 하나만 믿고 일본 홨는데 이건 뭐... 나도 예과때 교양과목으로 일본어를 한 학기 배웠다는 건 비밀.
남들은 덴뿌라를 비닐봉투에서 손으로 집어 먹고 있는데 우리 애들은 가게 안에까지 들어가 접시랑 젓가락, 간장까지 챙겨왔다.
아빠가 하도 진상이라 애들이 미리 미리 준비하는 거 같아 쪼금 미안했다
오징어, 생선, 오뎅, 소시지, 야채등을 두개씩 샀으니까 반반으로 나눠 조금씩 맛을 봤다,
맛있었다. 양이 꽤 되는거 같은데도 남김없이 금방 접시를 비웠다.
입가심으로 밀크빙수를 사달라고 은재에게 부탁했더니 Sold out 이라고 했다 해서 자리 털고 일어났다.
덴뿌라집에서 멀찌기 떨어진 곳을 배회하던 고양이. 털이 부시시하고 앙상하게 마른게 어딘가 좀 아파 보였다
여기도 약육강식. 서열에 의해 힘이 약한 것들은 제대로 섭생이 안되고 있었다.
소리 나지 않으면
그것으로 작별인가
고양이 사랑 -가가노 지요니-
차로 돌아오다가 현주가 " 야채랑 오징어튀김을 더 먹고 싶은데... 다른 곳을 가보자 " 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돌발행동이 여행자의 아내로서 숭고한 탐험심의 발로인지, 똑같이 나눠 먹고도 단지 포만감을 못 느끼는 데서 오는 형이하학적 반사작용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그때는 모두 놀라면서도 반대를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원님덕에 나팔 불듯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모두 차에 올라타 나카모토로 향했다.
다리건너 바로 보이는 덴뿌라집
현주랑 나는 좌석을 확보하고
은재랑 짱이가 주문을 맡기로 했다
툇마루 끝에
다만 앉아 있는
아버지의 두려움 -다카노 스주-
짱이가 다급하게 날 찾아 오더니 한글메뉴판이 없다고 했다,
혹시 몰라 이 덴뿌라집 주문서를 한글로 번역해 놓은 화면을 미리 복사해 놓았었다.
얼른 내 폰을 짱이에게 들려 보냈다
두번째 덴뿌라 바로 공수.
마지막 하나는 남기는 예의같은 것 없이 이번에도 순식간에 텐뿌라가 동이 났다
나카모토는 오시로보다 5엔씩이 비쌌지만
메추리알 튀김등 종류가 좀 더 다양하고 오징어는 더 부드러웠고 야채튀김은 크고 두툼했다. 우리 입맛엔 나카모토가 더 맞았다.
한국은 바삭한 튀김을 좋은 걸로 친다면 여긴 바삭하진 않다. 튀김우동에 넣어 먹듯 바삭할 필요가 없고 대신 튀김옷이 두껍다.
그리고「 이것 먹으러 비행기 타고 오키나와까지 올 정도는 아니다」는게 최종 결론.
이 세상은
풀벌레까지도
잘 우는 놈 못 우는 놈 -고바야시 잇사-
짱이에게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더 빼달라고 했다가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다양한 후식을 먹는게 나을거 같아 그냥 오라고 했다.
애들이 엄마 흉을 보며 오지마섬을 떠난다,
여긴 天高女肥 의 계절, 가을이다.
아름다워라
눈 내려 쌓인후
맑게 개인 날 -단 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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