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4. 10:00ㆍJapan 2017
애들방 창밖풍경
나는 새벽에서야 깊은 잠에 들었다가 일어나 비몽사몽 부시시하게 앉아 있는데... 은재는 어느새 준비 다하고 8시 20분에 놀러왔다
모가 그리 신나는지 폴라로이드를 가져와 사진찍기.
나도 대충 고양이 세수만 하고 은재랑 차에 큰 짐을 내려 실었다.
짱이를 오늘도 역시 복도에서 만난다
이 팬션은 객실 안내서에 아예 ' 자연속에 친환경으로 지어져 벌레들이 많다' 고 적혀 있다
그래서 마당에 벌레들이 기어다녀도 별로 놀랍지 않다
의지할 곳은
언제나 잎사귀 하나
벌레의 노숙 -마쓰오 바쇼-
오늘도 웃는 낯으로 실내화를 챙겨주는 아저씨에게 어젯밤 옆방 투숙객인 '사샤는 아침 먹었냐' 고 물어보니 전혀 못 알아듣고 부인에게 가서 물어봤나보다. Mikiko가 대신 대답해준다 " 일찍 먹고 올라갔어요 "
어제 현주가 문제를 제기한 凉風 읽는 방향을 Mikiko에게 물어보았다
읽는 방향은 량풍이 맞았다, 오키나와식 발음으로는 '시다-카지' 이고 본토발음으로는 '수즈-카제' 라 알려주었다,
가미카제 (神風) 특공대가 생각났다.
오늘 아침상을 받아보니 어젯밤 만찬생각이 다시금 속을 쓰리게 한다.
첫째날 아침도, 새해특별 가정식이란 저녁도, 오늘 아침도 다 비슷하다. 그럼 특별식이란 말이나 하지 말든지... 음식 하나하나 예쁜 그릇에 담아 한상 가득 꽃밭을 만드는 일본 고유의 밥상을 오키나와에선 기대하면 안되나보다.
' 맛있다 ' 예의상 딱 한마디 해줬다
짱이가 밥먹다 말고 담임 전화를 나가서 받고 오더니
" 아빠 외대 환불 받으면 아주대 오늘 등록할 수 있어 ? 못하면 큰일나 " 하는 말에 식구 모두 또 속이 뒤집어져 버렸다.
어젯밤에 다 끝난줄 알았는데 오늘 아침까지도 그러는게 맘에 안 들어 큰 소리를 냈더니 다시 외대로 정했다,
아침부터 화를 냈더니 혐심증에 니크로 글리세린처럼, 저혈당에 사탕 한알처럼 나에겐 지금 한모금이 절실하다.
밥먹고 바로 나와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뒤져 담배부터 꺼냈다.
담배연기로 뇌를 한바퀴 훈증해주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2층 방에 가서 손 다시 씻고 내려와 주인내외랑 기념사진을 찍었다,
은재가 폴라로이드로도 한장을 뽑아 기념으로 Mikiko에게 건네주었다
아무 말 없이
손님과 집주인과
하얀 국화와 -오시마 료타-
도토리 한 알
자신의 낙엽에
파묻혀 있네 -와타나베 스이하-
Mikiko는 집앞까지, 아저씨는 골목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룸미러로 보니 우리차가 안 보일때까지 아저씨가 그 자리에 서 있길래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고 헤어졌다, 첨 받아본 호의면 속아 넘어갔겠지만 10 여년전 홋가이도 여행할때 많이 본 모습이라 별로 감동적이지 않고 그저 일본인의 습관 같은 거란 생각만 들었다.
- 이상 '아사히노야도 시다카지 팬션' 의 이야기였습니다
동구밖 갈림길에서 일단 차를 멈췄다.
<정면>
<오른편>
찐한 커피향과 유기농 빵이 그리워 목적지를 검색하는데 준비해 간 한 곳은 검색불가, 두번째 빵집은 다행히 전화번호가 입력되어 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아침은 <왼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무엇을 찾아 바람 속을 가는가 -다네다 산토카-
" 중고차 매장은 왜 자꾸 찍는대 ? 하나 사줄려고 ? " 현주가 내 오타쿠 감성을 힐난했다. 그러게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중고매장에 나온 거의 모든 차가 경차다. 세단, SUV등은 전혀 볼 수가 없는데 한국의 아반테, 스포티지인들 팔리겠나 싶다.
제3국이 볼때는 일본,한국,중국 구분이 어려운데 언어,글자 다 다르고 옆 나라 차는 지독히 안 사주면서 먼 나라 차는 다 좋아 한다는게 아이러니다.
여긴 ' 오자나 '
시 외곽의 오전 풍경.
뒤에 애들은 어느새 조용하다
' 일본사람들은 못 생겼으면서 만화엔 자기들을 참 이쁘게 그려놓는단 말이야 ' 했더니 옆에서 현주가 ' 못 생겼다고 못 생기게 그리냐 ? '고 지청구를 한다.
노란색 호로를 씌운 똑같은 트럭들이 한개 차로를 점령하고 있길래 무슨 시위라도 하는줄 알았다, 오키나와에서 극우단체들이 트럭에 스피커를 싣고 다니며 선동구호를 외치는 걸 몇번 봤다,
가까이 가보니 농원에서 뭘 출하했다는 선전광고차.
베란다에 빨래들
내가 죽으면
술통밑에 묻어줘
운이 좋으면 밑동이 샐지도 몰라 -모리야 센안-
거리에 의외로 많이 보이는게 치과 같은 개인의원들다.
조금 더 번화한 곳으로 들어섰다.
이렇게 번듯한 건물은 거의 다 빠찡고. 밤엔 더 화려하다.
일본인들만큼 사행산업이 동네까지 점령해 버린 나라도 참 드물거 같다.
대로에서 인적드문 뒷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고급 주택가도 아니고 공장지대도 아니고 공터등이 있는 외진 곳이라 현주가
" 이 동네 구석까지 와서 빵은 기대가 안된다 " 고 단언해 버렸다,
네비가 가르치는 곳 앞에 멈췄는데 바로 이 곳이다. 어느모로 보나 빵집은 아니였다.
작은 포스터 하나가 이곳이 미용실임을 힘들게 어필하고 있었다
은재랑 현주가 " 머리나 하고 가라고 ? " 나를 놀려댔다
앞으로 더 가 유턴하여 돌아 나오다 보니 전봇대에 붙은 허연 쟁반에 귀찮다는듯 매직으로 ' 종상당 효모 어쩌구 ...' 대충 휘갈겨 놓았다,
에햄, 거봐~ 있잖아 !
골목에서 더 골목으로 꺾어 내려가자 막다른 길이고 오른편에 60년대 낡은 집 한채가 보였다,
꼬라질 보니 굳이 효모라고 안써도 곰팡이는 충분하겠다 싶다.
차로 가까이 가보니 담벼락에 빵집 이름은 써 있는데 기둥에 「Closed 수요일 정기휴무」글자판이 덜렁거리고 있다
주인 없는 집
매화조차 남의 집
담장 너머에 -마쓰오 바쇼-
" 오늘은 목요일이고 신정연휴도 일찌감치 끝났으니까 문 열었을 수도 있어. 은재야 가봐 "
나비의 날개
몇 번이나 넘는가
담장의 지붕 -마쓰오 바쇼-
자기잘못도 아닌데 은재가 이마를 긁어대며 계면쩍어했다.
" 우릴 지대로 발효시키는구만, 빵을 구우랬더니 우릴 굽나 ? " 욕이 기관총처럼 발사됐다.
오키나와의 개인식당과 빵집들은 지들 내키는 대로 문 닫고 열고 있다. 하긴 어느 집은 한달에 이틀 여는 곳도 있다고 책에서 본적이 있다
돈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란 건 알겠는데 고객을 위한 서비스 마인드에도 얽히기 싫은게 분명해 보였다
은재가 '프랑프랑' 노래를 부르는 나하 국제거리 류보백화점을 찍고 출발했다
짱이는 언제 일어났는지 앞머리에 구루뿌(헤어롤)가 말려 있다
대학 선택 고민이 끝나자 깊은 피로감에 빠져 든 짱이
모든 사람이
낮잠을 자는 것은
가을 달 때문 -마쓰나가 데이토쿠-
나하 시내에 들어서자 또 자는 짱이
오키나와섬 제일의 도시 나하에 들어오니 나름 멋 부린 아가씨들도 보인다
헤어지기 아쉬워 한참을 이야기하다 손을 흔들며 제 갈길을 간다
아내로 삼고 싶은
사람 많아라
꽃구경할 때 -오가와 하리쓰-
포르쉐가 전시된 유리창에 '가' 한자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무성의한 걸까 ? 고도의 관심끌기 전략일까 ?
꽃잎이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아라카다 모리타케-
머리위로는 오키나와의 유일한 철도인 모노레일이 지나가고 거리에 벤츠도 보인다
나하시 중심지인데도 상가들은 옜 모습 그대로다. 별로 투자를 안 하는 것 같다.
앞에 고장난 차라도 있나 싶게 갑자기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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