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츄라우미에선 돌고래가

2018. 1. 2. 10:00Japan 2017



 

오늘은 애들이 먼저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은재가 짐을 차에 미리 실어 놓겠다고 해서 나도 대충 챙겨 내려왔다,

아침 하늘에 구름이 많이 깔렸지만 그 뒤로 파란 하늘이 딱 버티고 있어서 날씨 걱정은 안된다, 



오늘은 좌식테이블에서 식사


은재가 늦게나마 키가 크고 있다는 데에 가족 모두 동의했다. 어렸을때 안 먹고 이제 와 잘 먹으니 그런가보다.


그 사이 기온이 올라가자 구름이 얇아지고 이내 화창한 오전이 되었다



어제 늦어서 오늘 츄라우미 수족관을 그냥 패스하려고 했었다.

평소 수족관을 싫어하는 현주가 왠일인지 이번엔 츄라우미 수족관을 꼭 봐야 겠다고 한다. 그래서 북부를 떠나기 전 오전시간을 다 할애했다


상쾌한 아침바람을 맞으며 시골길을 달리자 이내 츄라우미 수족관에 도착했다. 10시.

수족관이 있는 공원이 하도 넓어서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7번 주차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자리가 있는지 바로 진입했고 장애인 구역을 따로 배정 받아 기우로 끝나버렸다








여행 내내 방방 뛰고 항상 웃는 은재.

어른이 됐어도 아이처럼 천진난만. Here and now 를 즐기니까 저리 행복한가보다



왜 저런 포즈를 취하나 ?

했더니 뒤에 고래상어 흉내낸 것이었음






니모 (아네모네 피쉬) 앞에서 은재가 짱이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멀리서 보던 현주가 갑자기 자기도 찍고 싶다고 달려갔다


현주가 엄마로서의 역활을 다 마치고 다시 소녀로 돌아가고 있다. 못 다 이룬 꿈을 욕심내 실현하고 있다






평일 오전인데도 중국단체 관광객을 포함 수많은 사람들이 수족관 건물로 밀려 들었다


두견새

사라져 간 쪽에

섬 하나                             -마쓰오 바쇼-








인파를 헤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장애인은 동반 1인 포함해 무료라서 성인 둘만 입장표를 끊었다. 인당 1850 엔. 대박 비쌈


첫번째 코너는 해파리, 해삼등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곳이다



아이처럼 신난 현주

원래 이건 건 내가 좋아하는 거구 현주는 징그럽다고 피해 다녔는데 이제는 반대가 되었다. 하도 재밌어 해 난 만저 볼 엄두도 못 내고 사진만 찍었다


괴로운 일을

해파리에게 이야기하는

해삼                                        -구로야나기 쇼하-





추억도 금붕어의 물도 푸른색을 띠고                        -나카무라 구사타오-


물고기들이 이렇게 예쁘고 재밌게 생겼는지 이제서야 눈에 들어 온다는 현주.

' 지랄 총량의 법칙 ' 이라며 본인도 그 변화를 실감했다.






파란 나비 너무 파래서 내 심장을 뚫고 들어왔네                     -마티스-





















관람객들이 워낙 많아 천천히 밀려 이동








 









나비 날아가네

마치 이 세상에

바랄 것 없다는 듯                         -고바야시 잇사-








드디어 오키나와의 보물, 츄라우미의 마스코트인 고래상어를 알현했다.

확실히 크긴 했지만 막상 보니 상상했던 것보단 감동이 덜했다.

고래가 아니라 상어라서 그런가 ?   상어지만 고래처럼 온순해서 그런가 ?   더 신기하고 예쁜 물고기들을 먼저 봐서 그런가 ? 쟤는 물속 나는 공기속이라 그런가 ?



통로 위쪽은 오래 감상하라고 의자가 무대처럼 배치되어 있어서 쉬어갈겸 올라갔다. 왠 백인놈이 와서 앉지도 않고 내 앞에 서서 시야를 가렸다.

앉으라고 소리치려다가 참았더니 잠시후 사라졌다,


서 있는 허수아비

나이는

일흔두셋                               -사쿠라이 쇼우-







살이 말라 가고 굵은 뼈가 남는다                    -오자키 호사아-













흐르는 물에

자기 그림자 좇는

고추잠자리                           -가가노 지요니-












고래상어를 보고 났더니 급피곤해져 나머지는 대충대충 주마간산으로 보고 나왔다


출구옆 기념품점. 짱이 눈을 다시 초롱초롱하게 만드는 곳


짱이와 고래상어를 번갈아 보며 놀라는 현주


실내 구경을 다 마치고 바닷가로 나오자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 꽂혔다


해양박 공원을 유람하는 관광 카트를 탈까말까 고민하다 돌고래쑈 시간이 다가와 그냥 걷기로 했다




외투로 얼굴을 가리고 가는 자매




드디어 돌고래쑈장 도착, 애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놔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바다 너머 섬은 이에섬.



일본인인거 같은데 한국말, 중국인인거 같은데 한국말. 사방팔방 한국어만 들린다

두 한국여자가 어린 애들을 데리고와 주변 자리를 가방으로 싹 아도를 치는 바람에 다른 한국남자와 여자아이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이산가족이 됐다. 낯선 사람 사이에 앉아 있는 애가 찡얼대자 두 여자가 마지못해 자리를 양보했다


자동 뽀샵이 되는 스맛폰 셀카. 낯설다.



한겨울인데도 여기선 新春이라 써 놓고 돌고래쑈를 할 수 있는 날씨였다


봄이 왔다고 크게 광고하는 신문                    -오자키 호사아-






오랜 연못에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텀벙’              -마쓰오 바쇼-
















물고기 몇개 얻어 먹으려고 게으름도 안 피우고 온갖 묘기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저 돌고래들을 보고 스스로 반성 많이 했다.

나는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살아오고 있는가





실상은 알 수 없지만 난, 돌고래들이 갇히고 굶으며 매맞고 훈련 받느라 불쌍한게 아니라 오히려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돌고래들도 익살과 유머가 있다는 걸 처음 봤다


라이잔은 다만 태어난 죄로

죽는 것일뿐

원통할 게 아무것도 없다         -고니시 라이잔-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가장 인상 깊고 재밌고 실컷 웃었던 돌고래쑈.  


쇼가 끝나고 인파를 따라 나오는데 유치원생 정도 되는 일본 꼬마애가 뛰어오다 엎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팜플렛들이 바닥으로 쫘악 깔렸다, 짜증난 애가 울면서 그걸 손으로 다 헤젓자 아빠가 달려와 " 다이조부, 다이조부 ! " 라며 팜플렛을 주워주며 애를 달랬다,

괜찮아, 넌 大丈夫(다이조부) 니까 !


넘어져도

미소 지을 뿐인

인형이어라                           -가가노 지요니-





여자들은 공원을 조금 더 돌아보기로 하고 난 지름길로 먼저 올라왔다.

이제 오후 1시 정도밖에 안됐는데 이번엔 사람들이 다 주차장 출구쪽으로 몰려가고 있다. 대부분 오전 일찍 와서 2,3시간 정도면 다 둘러 보고 점심을 먹으러 떠나는 것 같다



현주를 만나 자판기에서 음료수 빼먹는데 애들이 오길래

" 음료수 공짜니까 하나씩 빼 먹어 ! " 순진하게 그걸 믿고 자판기로 달려갔다


니 어이완니~ ? 돈 좀 인니 ?


차를 빼 해양박 공원을 나오며 사과와 군것질로 점심을 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