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和風亭에서 장어덥밥을

2018. 1. 1. 14:00Japan 2017



 

고우리 섬에서 본토를 바라보면 모토부반도 중앙에 우뚝 솟은 산이 눈에 들어온다. 야에다케(다케-산) 다

해발 450 m 라고 얕볼 수 없는 것이,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산을 한눈에 보면 실제 위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삶은 먹고 쓰고 싸는 3단계의 순환이다. 그마저도 원시인들은 먹고 싸는 2단계로 줄였고, 중학교때 도덕선생님 말마따나 인간의 유일한 취미는 '덩 만들기' 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 단순한 명제에 시사, 경제, 유행등이 끼어들면 '삶은 계란'이 되어 버리고 만다. 여행을 떠나면 자연적으로 행복해지는 이유가, 삶이 다시 단순화되기 때문인 것 같다.

3시간전 조식을 마구마구 집어 먹고 고우리섬에서 그걸 다 소화시켰으니 이제 또 먹을 수 있다. 이번 보물찾기는 야에다께 정상에 있다


늙은 매화나무

추할 정도로 많은

꽃을 피웠네                           -다카하마 교시-


일본도 거리와 간판 풍경이 중구난방 덕지덕지 지저분하다. 한국과 똑같다.


그런 길을 달리다 좌회전해 한적한 도로로 들어서자 풍경이 확인히 달라졌다, 녹색자연속에 가끔 민가가 보이고 점점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자 은재와 현주가 저절로 행복해졌다.

이런 길의 드라이브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지, 내가 ' 지금 가는 곳도 문 닫았을 수 있어 ' 라고 하자

"  문 닫았어도 좋으니 화만 내지 마 " 라며 둘이 나를 갈군다.

짱이는 잠 들었다. 


산 씻는 내

그러나 색깔 없는

가을의 물                                   -우에다 아키나리-



점점 고도를 높여가자 인가들이 자취를 감추고 숲은 짙어지고 길은 구불구불해졌다,

불안해지고 '포기할까 ? ' 고민할 즈음에 왠 화투장 같은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문자해독은 불가. 태양과 야에산과 그 사이에 보리가 그려진 걸 보니 내가 찾는 빵집이란 확신이 생겼다


겨울 산

어디까지 오르나

우편배달부                                   -와타나베 스이하-


도로는 이제 좁은 산길이 되었고 차 돌릴 여유조차 없이 가팔라졌다

시야가 좁아진 만큼 정신력도 ' 문 닫았을 불안감' 에만 집중되었다.


" 이 깊은 산속에 빵집이 있다는 것도 미친거구 형이 그 곳을 찾아가는 것도 미친거야 " 라고 현주가 일갈하는 순간  한 차가 산에서 내려왔다.

우리 오는 줄 알고 도망치는 빵집 주인이든지, 우리 같이 바람 맞은 미친 손님일거란 의견통일을 보고 모두 깔깔댔다


개미야, 장미 꼭데기까지 올라가도 별이 멀다 -시노하라 호사쿠-



드디어 산등성이에 다 올라왔나보다.

차 엔진이 조용해지고 길이 평평해지더니 왼편에 왠 막사 같은 건물이 하나 나타났다


앞마당으로 깊숙히 들어가 차를 댔다.

고요한 정적속에 내가 감히 나올 엄두를 못내고 차 안에서 불안한 눈망울을 굴리자 현주랑 은재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겁없이 내려서 다가갔다.

일단 간판은 우리가 찾는 빵집이 맞았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다. 역시나


어제 오늘 계속 황당하고, 이 산꼭데기까지 기어 올라온 것도 억울한데 화가 안난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만 피씩 나왔다


여자들은 혹시나 기대감으로 안을 들여다 보고 문도 노크해 봤지만 텅빈 쟁반밖에 안 보였다


가루약

위로 향한 입에

가을바람                       -나가이 가후-


또 헛된 기대를 품고 다른 식당을 목적지로 찍자, 잠시 고민하던 네비가 방금 올라왔던 길 고대로 내려가라고 놀려댔다.

하~ C8


산에 오르면 외로운 마을이 전부 보인다                     -오자키 호사아-





나비를 좇아

봄날의 깊은 산을

헤매였어라                           -스기타 히사조-




산중턱쯤 내려오자 귤 과수원도 보이고


흰꽃이 밥풀처럼 붙어 있는 키 큰 벚꽃나무도 보였다

이 산이 본토에서도 나름 유명한 곳인데, 일본에서 제일 먼저 피는 벚꽃이라해서 1월하순~2월초순에 벚꽃축제가 열린다. 야에다케 정상까지 7천그루의 볒꽃나무에서 희고 분홍색 꽃이 만개하면 장관이라고 한다


젊었을 때는

소문날 정도로 사랑받았지

늙은 벚나무                                   -고바야시 잇사-


<인용사진>


나고시내에 들어왔다

산을 꽤 많이 내려왔는데도 이곳 시북부는 고생대층의 산기슭이고 저 아래 내리막길 끝이 어제 들른 블루씰이 있는 시 남쪽 나고만이다


" 이런 데에 사람들이 왜 오는지 몰라 "

시건방도 떨어보며 파인애플 파크를 지나친다 




지금 찾아가는 식당은 프랜차이즈라 오늘같은 날에도 열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네비에는 다 왔다는데 길가에서 간판이 안 보인다. 블럭을 한바퀴 돌아 


마트 안마당 주차장으로 들어가자 그 옆에


화풍정 (와후테이) 식당이 비로소 보였다


다른 곳은 문 닫아서 문제고 여긴 손님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영업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대기가 길어도 감사할 따름이다


음식견본들을 보며 뭘 먹을까 결정,




줄은 점점 줄어드는데 점원이 외치는 번호를 알아 들을 수 없으니 점원눈치와 전광판을 번갈아 처다봐야 했다

신발벗고 앉는 테이블과 의자에 앉는 테이블에 대기를 구분해 놓아서 좀 더 복잡하다





드디어 고진감래



난 미리 봐둔 스시를 주문했더니


여직원이 친절히

" 그건 도시락이고 ... " 메뉴판을 뒤적거려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스시메뉴를 알려 주었다.


찬물과 따뜻한 녹차를 각자에게 서빙해주는 센스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손님은 일본인이고 한두팀 한국, 중국인들이 보였다


내 스시


높은 산에서

내려와서 낮에는

초밥을 먹고                   -가와히가시 헤키고토-


현주는 장어덮밥

하나씩 먹어보라고 나눠주는데 잔 가시가 약간 있지만 입안에서 녹을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단 이것도 간장양념이라 좀 짬






애들도 오키나와와서 처음 받는 음식다운 음식에 자동으로 두 손이 합장되었다



가격이 안 보일 정도로 만족스럽게 먹은 점심


우리가 먹고 나온 늦은 오후에도 손님들이 간간이 이어졌다.


또 졸린 짱이




"  여기랑 길건너에 돈키호테가 있는데 엄마한테 어딜 갈거냐고 물었더니 뭐랬는 줄 알아 ? "

은재가 엄마 없는 사이에 흉을 봤다

"  '두 군데 다 가면 되지' 그랬다 "


먹은거 또 소화시키기 위해 바로 옆 마트에 들어갔다


조선시대때 일본은 오키나와를 점령한 후 강제로 사탕수수를 재배하게 했다. 거기서 만들어진 설탕을 헐값에 사들이고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오키나와에 쌀을 비싸게 팔았다. 오키나와인에게 사탕수수는 애증의 관계였는데 지금은 지역특산품으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어렸을때 먹었던 흑설탕 맛을 못 잊어 나도 몇 봉지를 카트에 담았다




















허걱 ! 어제 벽화로 본 노브라 젖소가 유제품 마스코트였다니







떠나는 가을

손을 벌렸구나

밤송이                             -마쓰오 바쇼-





이색적인 제품이 많아 다 사고 싶은데 여행초반이라 조금만 산게 4,782 엔


다음으로 길 건너 돈키호테로 넘어왔다.

난 피곤해 차에 있겠다고 하고 여자들만 들어갔는데 쇼핑하는데는 전혀 지치지 않나보다


한국에선 벌써 철수한 COCO'S 를 여기서 보니 20년전 추억들이 떠올랐다.

미군 4명이 택시를 타고 와 코코스 안으로 들어간다.


밖으로 나와 담배 두개피를 맛있게 피우고

아까 산 음료수를 원샷하고

의자 젖히고 다리 올리고 단잠에 빠져 들었다



생선 먹고

입에 비린내 나는

눈 내린 낮 -나쓰메 세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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