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TU Delft library

2016. 7. 29. 09:00Netherlands 2016





여행 마지막 날에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짐 버리기 !

풀어진 칫솔, 1회용 면도기, 구멍 난 양말, 인쇄물 ... 쓰레기통에 과감히 쑤셔 넣고 나면 맘이 개운해진다.

그게 뭐라고, 첫날보다 배낭이 좀 홀쭉해졌다.

희열도 순간, 현주의 늘어난 짐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파티는 끝난다.


오늘 아침식단은 어제랑 같은 메뉴인데도 약간 맛이 있게 느껴졌. 미각도 기분에 좌우되나보다.  

계주선수 배턴(Baton) 넘기듯 프런트에 후다닥 열쇠를 던져놓고 나와, 차에 모든 짐을 차곡차곡 싣는다.


숙소 앞에 창고처럼 생긴 저 건물이 영화관이다. 재밌는 영화를 하는지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로테르담을 안 거치고 바로 북쪽으로 올라간다



델프트(Delft)에 도착한 건 1050. 20 분 걸렸다. 일단 델프트공대부터 알현하기로 했다.


한적한 주택가였는대 교문도 없이 우리는 어느새 캠퍼스 한복판에 와 있었다.


유럽의 5대 공대라는 게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그리고 네덜란드 소위 방귀깨나 뀐다는 나라들이 사이좋게 나눠 갖는 뭐 빤한 거지만 여기 델프트공대가 그 중 하나다. 노벨상 수상자까지 배출한 이 전통의 국립공대에서 2008년 조그만 커피머신이 누전돼 큰 화재가 발생했다. 연구과제와 귀중한 수집품이 잿더미로 변했고 유학을 준비하던 많은 외국학생들의 눈물까지 짜아냈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델프트공대의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


51-Tu Delft library (도서관) prometheusplein 1. 2628 ZC Delft

TU(Technische Universiteit)의 많은 건물 중 가장 압권은 도서관이다. 엎드려 있던 지하도시가 불쑥 들고 일어난 것처럼 건물 한쪽은 잔디밭이 완만하게 올라가 경사진 지붕이 되었고 그끝이 5층 높이의 모던한 통유리 건물이다. 학생들이 잔디지붕 끝까지 올라가 책도 보고 쉬는 낭만적인 모습을 상상하고 왔는데 방학이고 공사중이라 그런 건 볼 수 없었다.

<인용사진>






원래 기대를 많이 한 건축물이었는데 여행 초반 암스테르담의 뮈제엄광장(Museumplein)에서 이와 비슷한 스타일을 먼저 접한 터라 신기함은 덜했다. 뭐 완전 無인 상태에서 완전체가 탄생할 수는 없는 거니까, 창의적인 것이 난무하는 네덜란드 건축계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건물들을 분류할 수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고 있으면 몇분만에 건물이 스르르 땅속으로 사라지고 평평하고 넓은 잔디구장으로 변신 할 것만 같다. 무거운 도개교를 들었다 놨다 하는 나라니까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인용사진>


역시 주차장엔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가 나올 때 차를 끌고 교정으로 들어가던 젊은 남자는 한국사람 같았고, 시내에서 신호등 걸렸을 때 본 아저씨는 메콩델타 껀터(Cantho)거리의 베트남사람 같았고 씩씩하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가씨는 대만사람 같았다. 델프트하면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네덜란드적인 곳인데 의외로 동양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길가 벽에 그려진 <우유 따르는 하녀>라도 없었으면 <진주 귀고리 소녀> <델프트 풍경>등을 그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의 고향이 여기라는 것도 모를 뻔 했다. 페르메이르보다 후대사람인 김홍도, 신윤복의 출생지는 지금까지 아무도 모른다.


<클릭하면 확대됨>


<클릭하면 확대됨>


그 그림을 마주하고 오른쪽으로 서서히 고개를 돌려보자.

페르메이르의 유화를 보는 듯한 델프트의 아름다운 풍경이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감흥에 빠져 천변 가로수 사이에 조심조심 차를 끼워 넣는다. 이 나라는 운하와 도로 사이에 벽돌만한 방지턱조차 없다. 개인 안전은 각자 알아서 챙기라는 Cool한 행정 보소 !

동네주민 같아 보이는 두 남자가 지나가다 뜬금없이 말을 걸었다 

주차티켓 있어요 ? ”

없는데요

그리 대답해 놓고, 혹시나 저 사람들이 나한테 남은 주차티켓이라도 주려는 건가 ? 하는 생각이 불연듯 들었다. 그래서 등에 대고 얼른 불렀다

왜요 ? ”

사야 되나 해서요





녹색 연잎과 개구리밥이 떠 있는 수로

앙증맞은 무지개 돌다리, 잔잔한 물길을 가르며 다가오는 오리...

네덜란드 수로의 낭만을 정작 암스테르담에서는 즐기지 못했는데 여기서 실컷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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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시여 이거시~






























마침 수로 옆에 아뻘플라픈 (Appelflappen :페스츄리속에 사과와 계피를 넣고 튀긴 네덜란드 전통 빵)파는 가게가 있어 한 봉지 사들고 델프트를 떠난다.




구시가지를 빠져 나왔는데 찻길 하나 두고 건너편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간이정류장에 서있던 사내가 놀라서 의자 위로 껑쭝 올라갔다.



빗물이 흘러내리는 창밖의 델프트는 그저 하염없이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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