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9. 12:00ㆍNetherlands 2016
델프트를 나와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달린다.
여행 종반에 비를 자주 만난다,
신호등 빨간불에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뭔가 뒤에서 쿵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 하필 마지막 날 접촉사고가 나냐~ '
걱정하며 뒤를 돌아보니 트렁크에서 현주짐에 몰린 내 배낭이 뒷좌석으로 튕겨져 나온 소리였다
차 기름이 예상보다 아니 바램보다 일찍 떨어졌다. 다음 목적지를 백여미터 남겨놓고 주유소에 들어갔는데 하필 무인주유소다. 유럽에선 셀프로 주유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가 주유기 번호를 대고 가격을 치루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여긴 넓은 주유소 마당에 주유기만 있고 사무실도 직원도 없었다. 일부러 기름을 넣고 있는 아줌마 옆에 차를 세우고 어떻게 하는 건지 물어 보았다. 마침 가려던 아줌마가 친절하게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 주었다. 주유건을 차구멍에 꽂은 후 쏘았지만 기름 한 방울 안 떨어졌다. 아줌마를 급하게 다시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선택한 유종과 다른 Gun을 뽑아든 게 원인이었다. 두 번째 시도에는 다행히 기름이 꽐꽐 쏟아져 들어갔다.
아줌마 차의 조수석에 타고 있던 할머니가 “ 카드 챙기라고 해라 ! ” 며 내가 주유기 위에 올려놓은 신용카드를 걱정해 주었다.
기름을 가득 넣었고 l당 1,459 €, 총 67.33 €가 찍힌 영수증을 확인했다.
귀국 후 휴대폰에 찍힌 카드사용기록을 살펴보다 125 €씩 두 번이나 긁은 걸 발견했다. 이 큰 돈을 1분 사이에 두 번이나 쓸 일이 있었나 ? 날짜와 현지시간과 맞춰보니 바로 여기 주유소였다. 내가 처음엔 실수로, 두 번째는 67.33 €만 카드를 긁은 건 맞지만 ‘ 이건 잘못돼도 크게 잘못 됐구나 ’ 걱정이 됐다. 카드회사에 전화하니 승인만 됐고 아직 청구가 안됐으니 조금 기다려 보라고 한다.
몇 주후 최종 결재내역을 확인하니 두건 다 취소되고 정상금액만 청구되어 한시름 놓았다. 네덜란드의 무인주유소 카드결재시스템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도개교를 들던 버릇을 못 고쳤네.
네덜란드 무인주유소에서 카드로 기름을 넣으면 일단 Max 금액으로 승인을 받아가지만 청구는 실 주유금액만큼만 된다는 거 !
▲
며칠 후 카드 결재건으로 속 썩을 일이 생길 거라는 것도 모른 채, 히히덕거리며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52-Decos (회사) huygensstraat 30, 2201 DK Noordwijk
은빛의 우주선이 지구, 이 시골 한구석에 착륙해 있었다.
주변은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벌판에 거친 돌덩어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달 표면 같았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키가 175쯤 되어 보이는 금발의 늘씬한 아가씨가 앵글속으로 들어왔다.
“ 건물이 상당히 멋진데 뭐하는 곳입니까 ? ”
“ Computer software 만드는 회사인데 제가 여기 근무해요 ”
생글생글 웃으며 친절하게 답변해 주는 아가씨를 보며 ‘ 네덜란드에서는 미인도 이런 전문 직업을 가져야 먹고 살 수 있구나 ’ 란 생각만 순간적으로 스쳐갔다.
안에서 남자직원이 나오다가 내가 건물 사진 찍는 걸 보고 놀라 움직임을 멈췄다,
민간사무실이라 내부를 들여다 볼 수는 없었지만 창문이 다양한 방향으로 나 있어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시간을 알려주는 해시계 기능도 있다고 한다는데 농담인지 진지한지는 확인 못했다. 이런 괴팍한 실험정신이 받아들여지고 실현될 수 있는 사회가 네덜란드다.
주차장 전기충전기에는 우주선 충전하라고 에어리언 껍데기가 씌워져 있다.
수도인 암스테르담도 아니고 델프트 시내도 아닌 지방 변두리에 이런 모던한 건물의 회사가 위치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꽃이 핀 들판
' 어디 점심 먹을 곳 없나 ? '
차 세워 놓고 남은 우유와 빵을 해치우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계속 달렸다,
이번에 가는 곳은 병원이지만 정작 보고 싶은 건 그 앞에 버스정류장이다.
53-Spaarne Gasthuis Hoofddorp (교통시설) spaarnepoort 1, 2134 TM Hoofddorp
과연 명불허전이구나. 향유고래를 갖다 놓은 줄 알았다. 크기도 모양도 딱 그랬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고래뱃속에 피노키오 같았다.
한바퀴 빙 돌아보았다. 오래되어 때꼬장물이 흘러 내린 자국하며 좀 어딘가 혐오스럽게도 보였다. 정류장이 비바람만 막고 버스만 잘 들어오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다수의 사람들이 봤을 때 아름다움을 줘야 하는데, 이건 뭐 꼭 이렇게 만들어 놨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조형물이다. 만약 이곳이 헐린다면 다음엔 어떤 형태의 정류장이 세워질 수 있을까 급 궁금해졌다.
우리가 차에 탄 채 빙빙 돌며 사진을 찍어대자 한 아줌마가, 자기 찍는줄 알고 계속 째려보기에 얼른 나왔다.
정류장옆에 주차타워
지난주 암스테르담을 떠난 후 북서유럽을 빙돌아 마침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거대한 여객기가 차 지붕위를 그을 듯 스쳐갔다. 잠시 후엔 또 다른 비행기가 전조등을 밝게 비추며 창공에서 내려 꽂혔다. 현주가 허공에 대고 누른 카메라에 비행기가 찍히자 그 재미에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그려 메모리 남았응께 마이 찍어라
저 비행기를 타고 우리도 오늘 저녁 여기를 떠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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