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Moses bridge

2016. 7. 27. 17:00Netherlands 2016





이 근처에 무슨 유명한 다리가 있다던데... 주변을 둘러봐도 한적한 숲.

무성하게 자란 갈대숲 뒤로 수로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일단 가로수 아래 갓길에 차를 세웠다. 뒤돌아 본 길이 너무 예뻐 셔터를 누르려는데 자전거를 타고 오는 가족의 모습이 렌즈에 비쳤다.

아저씨가 갑자기 두 손을 번쩍 들고 나에게 자랑스럽게 외쳤다

“ I win, I win ! "


타인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흥겨운 사람들이다.


흙을 밟으며 오솔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간다.












잠깐 한눈 판 사이 눈앞에서 사라진 현주가 갑자기 !


물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런대 웃는다.

물 한가운데로 뭔 콘크리트 구조물이 가로놓여 있었다.



43-Moses bridge (다리) schansbaan 8, 4661 PN Halsteren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다리는 맞는데, 특이하게도 물위에 있지 않고 물밑에 있었다.


옛날에 모세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을 지금 여기에선 누구나 할 수 있다. 누구나 모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다리 이름도 모세다.

물이 양쪽으로 갈라진 사이를 뽀송뽀송한채 지나 가려니 신기했다.

나름 유명한 곳이라 이 숲속 외진 곳까지 찾아 온 사람들이 몇 명 보였다.







계단을 내려와 다리 안에 서자 수면이 딱 내 눈높이다.

물이 맑지는 않았다,





자전거도 사람도 다 불편한 다리. 비가 오면 안으로 물이 차서 관리가 필요한 다리. 내구성이 약한 나무로 만든 다리, 건설하기도 힘든 다리...

왜 굳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

이유는 딱 하나, 인공다리가 숲과 물길과 자연의 풍경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다.



다리 내부의 옆면에 붙인 나무판데기는 네덜란드산 방수처리된 아코야 나무(accoya wood)인데 물에 젖어도 잘 불지 않고 오래 간다고 한다.


한 가족도 구경왔다, 근데 내 근처에 있던 사내녀석이 크게 트림을 하자 아빠가 혼냈다


절라 뻘쭘한 상황이라 나는 모르는 척 셀카나 찍고 있어야 했다,


현주는 다리를 건너 반대편 뚝으로 올라가 보았다.

자전거 타는 젊은이들도 보이고 벤치도 있고 대포와 카페 건물도 하나 있었다, 이 주변이 무슨 공원 같은 곳인가 보다







난 다시 올라왔다,



숲에 벤치에 앉아 휘톤치드(Pyhtoncide)를 꽁짜로 들이 마시고 있었다.

숲속에서 한 무리의 가족이 이리로 다가 온다. 아이들이 각자 뭘 타고 있는데 가까워졌을때 보니 허걱, 당나귀가 아닌가 !

벤츠를 타고 왔대도 이렇게 놀라고 부럽진 않았을 것이다.




당나귀의 따뜻한 체온이 아이의 몸으로 전해진다. 아이는 배시시 웃고 당나귀의 발걸음은 느긋하다. 이 순간만큼은 당나귀와 아이의 감정이 완전히 동화되어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저 아이들과 한국에 있는 우리 애들을 자연스럽게 비교해 본다.



스페인 당나귀는 관광객 눈길을 끌기 위해 길옆 땡볕에 매어져 있고, 터키의 당나귀들은 수레를 끌고 있거나 그 외 시간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투덜대고 있다. 여기 당나귀는 부드럽게 쓰다듬는 사람들의 손길을 받으며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커가는 당나귀와 한국에 있을지도 모르는 당나귀를 동시에 생각해 본다.







숲에서 예기치 않게 별걸 다 보고 나왔다.

개랑 산책하기 위해 차뒤에 cage를 싣고 온 사람들도 보였다


엄마와 애기가 이 한적한 길에서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앞질러 지나가며 보니 엄마가 아니라 머리를 기른 아빠였다,


들판으로 나오자마자 비를 머금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한국엔 집집마다 소들이 있다면 네덜란드는 집집마다 말들이 있다.





'Netherlands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49> Timmerhuis  (0) 2016.07.27
48> Biesbosch museum eiland  (0) 2016.07.27
46> De Jonckheer  (0) 2016.07.27
28> Lange Akker  (0) 2016.07.22
26> Kindervallei  (0) 201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