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Liege Guillemins

2016. 7. 23. 09:00Belgium 2016





『 독일 뮌헨에서 테러발생, 9명 사망 20여명 부상 』

새벽 3시쯤 잠이 깨서 무심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침에 경재가 카톡으로 뮌헨에 가면 축구 유니폼을 사달라고 해서 현주랑 어떡할까 고민했었다. 전날 뒤셀도르프에 있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뮌헨에 갈 수도 있었지만 일정상 포기했는데... 맥도널드 햄버거가 제삿밥이 될 뻔했다. 이번엔 테러와 우리가 살짝 비켜 간 느낌이다.


아침을 8시에 먹겠다고 약속해 놓고 20분 늦게 갔는데 식당이 썰렁하다.



주방쪽으로 갔더니 여주인 크리스티앙이 우리를 보고 그제야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식탁에 마주앉은 현주가 옷 뒤집어 입었다고 놀렸다. 비몽사몽 나왔더니 이런 망신이 ! 다행히 뒤집혀도 티가 잘 안나는 티다.






어제, 오늘 숙소가 조용한 게, 우리가 유일한 투숙객인가 보다. 토스터기가 달궈진 채 계속 공회전하기에 스위치를 껐더니 크리스티앙이 괜찮다고 다시 켰다.


무슨 치즈전시장인줄 !

치즈만 7종류에, 햄도 5종류 이상... 완전 네덜란드 식단이다. 치즈를 깎거나 자르는 도구들도 앙증맞았다. 우리가 신기해하자 속도 모르고 치즈종류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기념사진까지 찍어 주었다.







아침 식단의 진가도 몰라주고 치즈 조금씩 떼어먹다가 일어났다.




복도에서 얼른 티를 벗어 뒤집어 입은 후 뒷마당으로 나갔다.


아침 숲은 어제 저녁보다 더 고요했다. 새소리가 유난히 맑게 들려왔다.








산책한 후에 방에 와 둘 다 늘어졌다. 꼬리꼬리한 지방덩어리에 위장이 놀란 건지, 무리한 일정으로 여독이 쌓인 건지... 이럴땐 며칠 푹 쉬어야 하는데 숙소를 다 예약해 놓은 상태라 억지로 다시 배낭을 들쳐 맨다





오래된 성당도 있고 쇼핑하기도 좋다고 크리스티앙이 마스트리트(Maastricht) 시내구경을 추천했는데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외곽에서 바로 고속도로를 탔다.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트와 벨기에의 리에주(Liege) 두 도시는 장기판의 처럼 서로 대처하고 있는 형상이다. 국토 전체가 경상도만한 벨기에의 동쪽지역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리에주는 뫼스강의 수운과 석탄산업을 기반으로 중세부터 대포와 총기제조로 유명했다. 1800년대부터는 유럽에서 제철산업의 선두를 달렸고 현재 벨기에 최대의 중공업지역이다.


그 명성답게 도시초입부터 강너머로 거대한 공장들과 산처럼 쌓아놓은 원자재들이 계속 이어졌다.


주변 풍경이 공장지대에서 시가지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지만 우리가 찾는 기차역까지는 아직도 수km를 더 들어가야 했다. 상당히 큰 도시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네덜란드 영토였는데 거리의 옛 건물들에선 프랑스 자취가 느껴진다. 다리를 건너 이번엔 강을 왼편으로 끼고 달린다.


고만고만한 무채색 건물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한 시내에 갑자기 초고층 글라스타워가 우뚝 서 있었다





바람을 가득 품은 돛 모양의 빌딩을 목이 부러질 정도로 올려다보며 우회전하는데, 파리지옥(Flytrap)이 거대한 입을 쩍 벌린 채 앞을 가로 막고 서 있는 것이 아인가. 촘촘히 박힌 가시에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잠시후 파리 두마리가 파리지옥 아가리 안으로 홀리듯 빠져 들었다.





기차역을 지나 멀리서 한번 보고 다시 돌아왔다



반대편으로 돌아가자 무료로 주차 할 수 있는 넓은 지역이 있었다,

얼른 역사를 구경하고 싶은 맘에 얼른 차대고 ...




27-Liege Guillemins (기차역)

이 초현대식 기차역은 멀리서 보면 파리지옥이고, 광장에서 올려다보면 스타디움이고, 안에서 보면 정밀한 반도체회로 같았다. 승강장은 기둥하나 없이 거대한 공간이고 바닥층은 영화관, 박물관등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기차가 도착하자 한 무리의 싸이클족이 전혀 불편 없이 지상까지 내려와 힘차게 패달을 밟고 떠났다.





주변 5개 나라와 가장 가깝게 연결되는 대도시답게 역이 활기찼다. 내가 리에주 시민이라면 여기에 오고 싶어 기꺼이 자가용을 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벨기에는 와플밖에 몰랐던 나를 이 낯선 대도시 기차역까지 끌어 들이는 힘. 유럽은 한물간 고리타분한 문화가 아니라 매혹적인 최신 문화였다. ' 이 사람들이 단순히 기차역을 만든게 아니라 수백년의 먹거리를 또 창조해냈구나 ! ' 하는 감탄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 기차에 올라타고 싶지만 이 도시에서 한곳을 더 들려야 한다.










건축이건 미술이건 현대적인 걸 안 좋아하는 현주도 넋을 놓고 올려다보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현주가 날 잘 찾을 수 있게 역앞 광장에 서 있으니 잠시 후 기차역에서 현주가 나왔다.


자칫 삭막할 수 있는 역앞 콘크리트 광장을 숲처럼 꾸며 놓았다




이번 여행에서 보기 드물던 흑인들이 이 역사 주변엔 꽤 많이 보였다.

횡단보도에 서서 딸이 역을 나오기를 기다리는 엄마와 씩씩하게 달려와 뽀뽀하는 딸, 

역 구내에 일없이 앉아 있는 흑인청년... 프랑스가 가깝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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