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Gasthof de Beiaard

2016. 7. 22. 15:00Belgium 2016





길을 다시 돌아 나와, 넓은 숲을 통과하고, 밀이 익어가는 들판을 달려, 더 울창한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 그늘이 터널을 이룬 길이 제법 길었다.

숲속에서 갈림길을 만났다. 삼거리에는 동네라 할 순 없지만 식당이 몇 개 있고 쉬어가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그중 손님이 적어 보이는 곳을 골라 들어간다.






식당 입구 현수막에 얼큰해 보이는 홍합탕 사진이 있었는데 현주가 그걸 보고 먹고 싶어 했다.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음식이름을 물어보니 모슬린, m.o.s.s.l.a.n " 철자를 읖조리며 밖에 메뉴판에서 찾아 주려 하였다. .


먼저 들어가던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안 보이자 다시 나왔다.

펼쳐 진 페이지에선 모슬린이 없었다. 후에 검색해보니 이 요리는 벨기에에서 유래된 물(Moules)이라는 메뉴로 네덜란드에서는 모슬렌(mosselen)이라 불린다


레스토랑 앞마당에 수십개의 식탁이 거의 꽉 차서 안쪽에 하나 남은 빈자리를 찾아 깊이 들어갔다.



친구, 부부, 가족등 주로 나이든 사람들이 여유롭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릴 적 우리동네 철길 옆 도랑가에 밤마다 포장마차가 와서 장사를 했다. 환한 카바이트 불길 아래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합을 한바가지 놓고 앉아 검은 털을 떼어내고 빨간 초고추장을 찍어 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서민음식을 여기서 오만원씩이나 줘가며 먹기는 아까워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테이블에 놓인 포크 봉투를 유심히 보니 벨기에 주소가 찍혀 있었다. 우리도 모르게 국경을 넘어온 것이다. 현주도 이 식당이 맘에 들었는지, 벨기에의 첫 인상이 좋다고 즐거워했다.


위치확인을 해보니 벨기에 국경을 살짝 넘었다




마실 것을 다 비우고도 한참 기다린 후에 웨이터 아줌마가 드디어 메인 요리를 가져왔다. 엄청 맛있어서 급격히 말수가 적어졌다. 그런데 현주가 선택한 후추소스에 아무래도 알콜이 들어있는 거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술 취한 것처럼 현주가 up이 되어 갔다.




원래 기념사진 안 좋아하지만 워낙 둘다 Up되어 웨이터 아줌마에게 우리 사진을 부탁했다. 다른 일 처리하고 온다더니 함흥차사.

한참만에 와서 후다닥 찍어 주고 갔다




OECD국가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48.1%)이고 젤 낮은 나라가 네덜란드 (2.1%)라는 자료도 있던데 여기 와 보니 실감났다.






젊고 예쁜 직원들이 중장년 손님들 사이를 누비며 활기차고 친절하게 서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웨이터들이 모든 테이블을 담당하는게 아니라 각자 정해진 구역이 따로 있었다.








3시까지 느긋하게 점심을 즐기고 음식값 40.05를 동전 한닢까지 다 계산해 주고 식당을 나왔다.



손을 닦으러 들어 간 실내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남녀화장실 이름위에 그림이 그려 있으니 다행









식당앞에는 POSTEL 이라고 써 있는 붉은 벽돌집이 있었다, 우체국인줄 알았는데 가보니... 빵집




현주를 무서워하던 개와 수줍은 주인




차를 끌고 나오는데 빵집앞에 계속 서 있는 개와 주인



다시 숲으로 사라진다.



우리는 지금 벨기에의 북동부지방을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네덜란드와 확연히 다르다. 도로변에 문닫은 상가들, 빈 공터, 방치된 앞마당 등... 약간 무서운 기분마저 들었다. 옛 영화도 살짝살짝 엿보이지만 마을들이 오랜 경기침체에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컨테이너앞에 붙은 현대 상호






다리 아래로 꽉 막힌 고속도로가 보였다. 그런데 네비가 그리로 합류하라고 지시했다.

' 미쳤어, 미쳤어 ! ' 투덜대며 정체되어 있는 차들 사이에 끼어드는데 경찰차와 구급차가 빠른 속도로 스쳐갔다.








엉금엉금 기어 가다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 앞이 많이 부서진 차 두 대가 아무렇게나 팽겨처져 있었다.



이후로는 차가 시원하게 뚫렸다.






개나리색 번호판이 많이 보이면 네덜란드땅, 흰색 번호판이 많이 보이면 다시 벨기에땅... 시큰둥할 만큼 무시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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