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Kroller-Muller

2016. 7. 19. 15:00Netherlands 2016





두 번째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올가 아줌마를 다시 불러 와야겠다.

아침 식탁에서 올가가 오늘 우리 일정을 물어보길래 네이메헌을 간다고 했더니 긴급정보를 알려 주었다. ‘ 네이메헌에서 걷기대회가 열리는데 수만명이 모인다. 며칠전 니스테러 때문에 시내 차량진입이 통제되고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간다 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른햄 주변 두 곳을 추천해 주었다.

그 중에 한 곳이 예정에 없던 크뤌러 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이다.



차는 아른햄 북쪽 기슭을 한동안 오르더니 이내 산속으로 들어갔다. 숲속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무사이로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 옆 낮은 건물을 보니 학교 같았다. 시내랑 떨어진 산속에 학교라...부럽다. 한국에서도 신도시 고층아파트 틈바구니말구, 조금 멀더라도 그린벨트나 숲속에 지으면 얼마나 좋을까 ?




미술관은 아직 수km나 더 가야하는데 숲 입구에 왠 매표소가 나타났다. 앞차가 줄줄히 서 있고 어느 차는 돌아가고 어느 차는 들어가고...

매표소에 가서 보니 나는 장애인 할인 받아 입장료,주차료 무료. 현주 것만 18.3 € 표 끊고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울창한 숲을 지나자 사막같은 모래언덕이 나오고 또 사바나 초원같은 곳을 지나간다.




어느 블로그에서 이 미술관 답사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멋모르고 입구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들어 갔다가 엄청 힘들었다는게 빈말이 아니였다. 지금도 역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산가족을 볼 수 있었다. 아빠는 애들 태우고 멀찍이 앞서 가고 엄마가 힘들게 그들을 쫓고 있었다.






크뤌러 뮐러 미술관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 안에 있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버스가 도착했는데 이 사람들은 덜 시끄러웠다. 여기 올 정도의 중국인들이면 수준이 좀 있나보다


드디어 울창한 숲 아래 안착해 있는 국립 미술관에 도착했다.

19-Kroller-Muller museum (미술관)









안에서 직원이 날 보더니 휠체어 안 필요하냐고 물었다. 난 거절했는데 현주가 그냥 빌리라고 해서 한번 빌려봤다


근데...절라 편해 !


















이 미술관은 반 고흐(Van Gogh 원어발음은 반 호흐)의 주요 작품들을 3백여점이나 소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내가 좋아하는 <밤의 카페 테라스> <아를의 다리와 빨래하는 여인들> <감자먹는 사람들> 원화를 가까이서 맘껏 볼 수 있었다. 사진 촬영도 문제없다. 2012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반 고흐 그림전이 열렸다. 비싼 돈 내고 들어갔는데 컴컴한 방에 사람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카메라에 손만 닿아도 직원들이 앙칼지게 경고하던... 그림전시회가 아니라 화생방 훈련소에 온 줄 알았다. 그때 본 그림보다 살벌했던 분위기가 더 또렷하게 남아 있다.

























고흐는 <아를의 다리>와 비슷한 그림을 세 점이나 그렸고, <감자먹는 사람들>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연습작이 여기에 소장되어 있다. 살아 생전엔 캔버스 살 돈도 없어, 다 그린 그림위에 덧칠해 그리고, 박스와 널빤지에다도 그렸으면서 물감 아까운지는 몰랐나보다. 그림마다 두껍게 처 바른 질감이 그대로 보였다.

죽어서 이렇게 환대받는 화가도 없을 것이다.문화로 먹고살기란 책에서 저자가 한 말이 생각난다 화가가 죽어야 가격이 올라가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분야가 미술이다


























고흐의 그림을 원없이 감상하고 나오는데 방마다 지키고 서 있는 검은 양복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와 “ Expo 5~8관은 필름상영이다, 일본인이냐 ? ” 고 물었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후쿠시마 영상이라며 야외 조각작품을 보러 정원으로 나가는 걸 추천 했다. 그러면서 안 보는 책이 있는데 주겠다고 앞장섰다. 여튼 뭘 준다니까 쭐레쭐레 따라갔다. 로비 물품보관소에서 우리에게 꺼내 준 책이 베네룩스 여행가이드북이 아닌가.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동행하는 -도서관에서 빌려 온-책과 똑같은 것이었다. 나중에 여행기 쓰려면 젤 필요한 책이었는데 우연의 일치가 대박이다아저씨의 친절에 다시금 감사드린다.


갑갑한 실내만 돌다가 녹음이 우거진 숲으로 나오니 살거 같다.


이 넓은 국립공원과 미술관을 갖게 된 것은 오로지 크뤌러 뮐러 부부가 부지와 수집작품을 기증한 덕분이다.





해설사가 로댕작품 앞에서 단체관광객들에게 설명을 한 후 해산.




얼추 비슷.


로댕 작품을 필두로 정원을 산책하며 예술작품을 감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졌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정원 한쪽 큰 천막안에서 음식을 팔고 있었다.

야외에 소풍 온 것처럼 신이 났다.


난 자리 지키고 현주가 줄 서서 음식 주문하기.



" 꼬마야, 옆에 자리 있니 ? "

물었더니, 가족들 기다린다며 부끄러운듯 대답하던 소녀.



총 22 € 어치. 입장료보다 더 비싸다.

현주가 주문해 놓고도 바가지 쓴거 아니냐며 영수증을 확인했다


맛은 좋은데 천막 안이라 조금 더웠다



배가 부르자 슬슬 졸립다.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눈이 부셔 눈을 감자 스르르 잠이 든다. 옆에 싸구려 보루꾸(Block)로 엉성하게 쌓은 벽체도 귀국해 찾아보니 Rietveld pavilion라는 작품이었다. 1955에 처음 만들어지고 1965에 여기로 옮겨 왔다가 2010년에 다시 전면 개보수를 한 것이다. 한국 조적팀이 왔으면 한나절 일감도 안되겠구만...











휠체어 반납하고 미술관을 나오는데 등신(等身)동상을 중심으로 서양인들이 가족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컨셉이 참신했다. 모든 이의 시선이 45도 우측을 올려다 보고 있다. 나도 은근히 경쟁심리가 발동했다.



 버팅기는 동상을 두 팔로 껴안고 뽀뽀하는 자세를 취했더니 모두 뒤집어졌다.




4시 넘어 행복한 기분으로 국립공원을 나온다.

출구쪽은 그나마 좀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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