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Arnhem Centraal

2016. 7. 19. 09:00Netherlands 2016





알람이 필요 없었다. 포크레인이 앞 도로를 뒤집어 놓는 소리에 일찍 잠이 깨 버렸다.


이 집 욕실은 흉을 안 볼 수가 없다. 가뜩이나 빛이 안 들어와 어두운 1층에서도 한가운데, 계단 밑에 욕실이 있다. 옛날 집이 아닌데도 설계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쪽창도 없고, 샤워부스와 좌변기 바닥의 구분이 없어 물이 온통 다 튀었다. 홍어 삭는 냄새가 코점막과 눈결막을 마구 찔러대는 통에 문을 살짝 열어 놓아야 했다. 올가(Olga-안주인 이름. 방에 있는 안내문에서 컨닝했다)가 아침 준비를 위해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에 문을 조용히 닫았다.

반대로 영국의 화장실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남향이라 눈이 부실 정도로 환했던 곳, 큰 창문이 달려 있어 환기가 잘 되는 곳, 형광등 갓 위를 일부러 만져봤을 정도로 너무 깨끗했던 곳, 빨래를 널어 놓으면 하루만에 마르던 곳등... 호텔부터 산장, 작은 B&B까지 모든 화장실이 감동이었다.


 

현주랑 거실로 나오니 벌써 올가가 키위를 예쁘게 썰어 아침상을 차려 놓았다.




옆 식탁에도 잠시 후에 투숙객이 나와 앉았다. 노부부였다. 눈인사를 하고 식사를 하는데 그들의 대화소리가 뇌에 쏙쏙 박혔다. 여기와서 영어를 들으니 더 반갑게 느껴졌다.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고 지금 자전거로 독일과 벨기에를 여행중이라고 한다. 서로 신나서 호주의 진다바인(jindabyne), Black spur drive와 뉴질랜드의 코로만델(Coromandel)반도, Tairua 이야기를 나눴다.


숙박비가 80.25였는데 에누리도 안 깎아주는 올가에게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벌써 길을 많이도 까놨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다 넘어질 뻔 했다




내가 가까이 가도 멈추지 않던 포크레인.







아른햄은 시내 한복판 공원에 소들이 누워 있는 그런 곳이다.



터미널 건물이 워낙 특이해 금방 눈에 띄였다. 철길 반대편으로 넘어 가는 것도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로 낮은 시가지에 독보적인 존재였다.





18-Arnhem Centraal (터미널) 6814 Arnhem


명색이 터미널인테 그 앞길은 좁으면서도 주차 할 여유공간이 있었다. 현주는 차에 있겠다고 해서 나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

더 이상 무슨 감탄사가 나올 수 있을까 ?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로의 접근성이 좋은 요지에 위치한 아른햄은 철도역과 버스터미널을 합한 새로운 형태의 터미널을 만들기로 한다. 선박 건조기술을 응용해 기존의 무거운 콘크리트 대신 가볍고 튼튼한 철로 시공한 덕분에 기둥이 필요없는 환상적인 공간이 가능했다.

설계자가 골뱅이 좀 먹어본 듯. 거대한 소라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이런 건물일수록 사용자의 편의성보다는 오히려 멋을 위한 건축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가만히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들고 나는 사람들의 동선이 전혀 충돌 없이 분리되어 있었고 멈춤이나 혼동 없이 직관적으로 목표물을 찾아 가고 있었다. 이 건물에서 멈춰 있는 사람은 나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또 다른 두 남자뿐이었다. 우리 세 사람의 최종 목적지는 여기였다





외지인이 이 도시에 도착해 기차 플랫폼에서 나오면 1층 로비에 서게 된다. 왼편으론 광장에서 환한 빛이 들어오고 머리위 나선계단을 오르면 버스 터미널이고 시선 아래엔 휴게소 테이블이 얼핏 보여 차를 마시며 연인을 기다릴 수 있고 등 뒤로는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그 모든 상황이 한눈에 다 들어오게 잘 만들어져 있다. 도로에서 접근해 들어온 나도 자연스럽게 입구와 출구를 찾을 정도로 형태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최고였다.









차로 돌아와 현주에게 강추한다고 보냈더니, 한참만에 돌아와 겉은 별로인데 안에 가 너무 멋있다 고 감탄했다.









실제로 건물외부는 별 특징이 없고 심지어 판넬 한 장이 떨어진 채 방치되어 있어 보기 흉했다.




주차도 수월하고 터미널도 멋있고 사진도 실컷 찍어 한껏 행복한 맘으로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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