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8. 16:27ㆍNetherlands 2016
' 히트호른' 을 네비에 입력하며 옵션으로 Fast way 대신 Short way을 선택해 봤을 뿐인데 그 차이가 경부고속도로와 에버랜드 사파리 정도로 엄청났다.
눈 앞엔 왕복 4차선 대로가 뻥 뚫려 있는데 네비의 지시에 따라 편도 1차선 마을길로 우회전 할때는 살짝 후회했다,
사파리의 첫번째 동물은 순한 양떼들이다. 시골길 큰나무그늘 아래에서 널부러져 껌을 씹고 있는 양들에게 “ 음메~” 소리를 냈더니
한두놈씩 다 일어나 우리를 보며 여기저기서 “음메~ 음메 ~친구왔는가 ” 화답을 했다. 내가 양띠다.
우리차보다 몇배는 큰 트랙터에 얌전히 길을 비켜주고...
조금 더 가자 여자애들이 말을 쓰다듬고 있다가 우리가 카메라를 들자 사진 찍으라고 비켜주었다. 자기네들 찍을려고 한 줄도 모르고...
어떤 말은 풀밭에 벌러덩 누워 있기도 하고
이번엔 두 여인이 정식으로 승마복장을 갖춰 입고 우아한 말을 타고 나타났다.
잠시 차를 세우고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자 말이 그 소리에 놀라 움찍했다, .
운하를 따라 지어진 집들은 하나하나 개성적으로 지어졌지만 전체적으론 통일감이 있어서 전혀 거슬리는 부분이 없이 눈이 순하다.
네덜란드의 진면목은 국도보다 시골길이다
▲
가이드북은 히트호른(Giethoorn)을 ‘ 해외여행자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북쪽의 베네치아 ’ 라고 하던데 와 보니 그 이유를 알거 같다.
암스테르담 같은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고 동네가 작아 단체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우리도 네비 없었음 그냥 지나쳤을 그저 그런 도로변 마을로 보였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길이 더 좁아지더니 이내 마을 뒤 들판으로 나와 버렸다. 일단 동네 어귀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 다녀볼 요량으로 채비를 했다
모퉁이에 예사롭지 않은 집 한 채가 있다. 초가지붕엔 누런 풀이 두툼하게 덮혀 있고 마당둘레로 해자처럼 수로를 파 놓고 엉성해 보이는 나무다리를 얹혀 놓았다.
도랑같이 앙증맞은 수로에 자가용처럼 배 몇척이 매어져 있었다.
지나가다 마당에 있는 청년에게 ‘ 배를 어떻게 탈 수 있냐 ?’ 고 던지듯 물어봤는데 얼떨결에 1시간 20€에 빌리는 걸로 이야기가 진척되어 버렸다. 대충 그려진 주변 수로지도와 영어로 된 설명서를 챙겨 주는걸 봐선 일반 가정집이 아니라 우리같은 개별 관광객들을 상대로 보트대여도 하는 집이었나 보다.
마음의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배 운전법까지 듣고 있자니 깝깝했다.
“ 저 청년한테 운전해 달라면 안돼 ? ”
내가 못 미더운지 현주가 불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수로인지 도로인지 감이 없는 지도 한장
뭔지 모를 독해 문제지 한장
여튼 대여시간은 이제 시작됐고 전, 후진하는 방법만 배운채 보트면허도 없이 먼 항해를 떠났다.
좁은 수로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빠져 나온다. 마을을 빠져 나오자 주변으로 여러 갈래의 물길이 나타났다. 대충 들은 설명을 기억하며 방향을 찾아 간다.
해석을 다하고 출발했다간 대여시간을 넘겨 버리니 운전하랴 영어공부하랴 고생한다.
오리떼들이 놀고 있다가 내 운전실력을 눈치채고 옆으로 비켜 주었다.
조금 전까지 불안해하던 현주는 물가와 주변경치에 완전히 반해 두 팔을 날개처럼 펼치고 뱃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배는 이내 옆동네를 지나간다. 작은 다리위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세워놓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집집마다 조그만 배가 마당앞 수로에 매어 있다.
이젠 운전도 약간 익숙해져서 마주 오는 배도 잘 피할 수 있었다. 근데 맞게 가고 있는겨 ?
아기자기한 수로 마을들을 벗어나자 이내 지평선 끝까지 탁 트인 벌판으로 나왔다.
양들이 유유히 지나가는 우리를 힐끗 보더니 다시 머리를 박고 풀 뜯는 소리가 옹골차게 들렸다.
이제 조용한 자연속에 우리만 남았다.
어느새 나는 이 뱃놀이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다. 수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이 여름이 다 지나 버렸으면 좋겠다.
반납시간을 넘겨 패널티 물까봐 2 단으로 속도를 올리고
폭이 넓은 수로에서 360도 회전하는 묘기도 부려보고
햇볕을 피해 수로 옆 나무 밑으로만 다녀보고...
갑자기 넓은 호수로 들어왔다.
저 멀리에선 배를 띄워 놓고 젊은이들이 맥주를 마시며 수영을 즐기고 있다. .
수영하는 사람들
호수 한가운데 섬을 지나 약도를 보며 좁은 수로를 찾았다.
마침내 초가집 옆 수로로 무사히 돌아왔다. 스스로가 대견하다.
대여시간을 20분이나 넘겼지만 청년이 그냥 넘어갔다. 초보가 이 정도 랩타임에 들어 온 건 기록아녀 ?
숲 너머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 지 찻길에서 달리면서는 전혀 상상을 못했다.
네덜란드에는 우리가 사진에서 흔히 보는 암스테르담이나 델프트 같은 대도시 수로만 있는게 아니라 작은 마을과 자연 속에 또 다른 느낌의 낭만수로와 호수가 있다
며칠전 아른햄 민박집에서 이메일로 “ 몇시에 도착하실거냐 ? ” 묻기에 ‘오후 3-6시 사이’라고 답장을 보냈는데 ... 시계를 보니 6시가 거의 다 됐다.
부리나케 히트호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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