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1. 21:00ㆍNetherlands 2016
가깝다고 기껏 얻은 숙소가 네비를 찍어보니 여기서 40 여km, 1시간 거리에 있었다.
차선이 하나밖에 없는 좁은 시골길, 길 양편으로 자전거 전용길은 아스팔트를 반반하게 깔아 놓고 차 다니는 부분은 우툴두툴하게 돌을 깔아 놓았다. 차는 이빨이 부딪칠 정도로 덜덜대고, 신호등에, 자전거 타는 사람에, 마주 오는 차에... 급격히 지쳐갔다
Lage Mierde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을 지나간다.
적벽돌로 단정히 쌓아 올린 성당이 있었고 동네의 유일한 빵집이 보였다.
쉬어갈 겸 길가에 차를 세우고 빵집으로 걸어간다.
아빠 무등을 탄 아이가 우릴보고 맑은 미소를 지었다. 21세기가 이 동네는 아직 안 온 듯 했다. 대도시의 삭막함이 여기까지 전염되진 않은 듯 했다.
조그만 가게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빵뿐만 아니라 수제 초콜릿, 정육과 반찬, 조리된 간단한 음식까지 다 팔고 있었다.
내가 계산하면 현주가 하나 또 사고, 계산하면 추가하고... 그렇게 실컷 욕심을 부려도 10€ 한 장으로 충분했다.
마음이 휴식을 취하고 간다.
남은 20분의 여정은 힘든 운전이 아니라 즐거운 드라이브가 되었다.
시골 농가 B&B에 도착했다.
앞마당에 차가 불쑥 들어오자 잠시 후 할아버지가 놀란 눈으로 집안에서 뛰쳐나왔다. 반가운 얼굴이 아니다. 우리가 예약한 민박집이 아니었다. 여긴 reth 1번지. 내가 내민 주소를 보더니 할아버지가 밀밭너머 두어채 농가쪽을 손짓하셨다.
B&B Kelpiebrink (민박) reth 18 5111 HC Baarle-Nassau
집 앞에 와서야 예약할 때 본 사진이 기억난다. 차 소리를 듣고 tomboy같은 여주인이 마중 나왔다. 궁금하지도 않은데 녹음된 멘트처럼, 숙소이름 Kelpie는 호주산 개품종이고 Brink는 자기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똥개완호’ 같은 거네. 민박집 이름 참 상스럽네.
거실 한켠엔 개랑 관련된 트로피와 메달이 가득했다. 우리 방을 안내받고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옆방엔 독일 사람들이 묵고 있다고 하는데, 아까 우리 들어올 때 칸막이 뒤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고 환영인사를 해 주던 사람들인가 보다. 나 씻는 사이 현주가 와인을 가지려 나갔는데, 옆방여자가 이름을 물어봐서 놀라 뛰쳐 들어왔다.
저녁 산책을 나갔다.
현주는 숲으로 좀 더 걷겠다고 하고 나는 민박집으로 돌아 왔는데 두 여자가 야외테이블에서 저녁을 먹다가 날 보고 같이 앉으라고 권했다. “ 와이프 오면 같이 오겠다” 고 둘러대고 농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옆마당에선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양치기 개를 훈련중이었는데, 큰 양이 개를 뿔로 받으려고 달려들었다. 하룻강아지는 양도 무시한다.
Brink랑 다른 여자가 개 한 마리를 훈련시키고 있는데 개가 힘든지 찬물에 연신 머리를 박으면서도 열심히 외나무다리를 타고 있다.
마침 현주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독일 여자들의 초대를 받아 들였다. 그녀들은 저녁을 다 먹은 후라 맥주를 한병씩 들고 마시고 우리는 아까 산 저녁거리를 차에서 가져와 우유와 빵, 와인을 탁자위에 펼쳤다.
인연이 되려는지, 두 독일여자는 우리가 오늘 아침 떠나온 뒤셀도르프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었다. 휴가를 보내려고 네덜란드 여기 민박집에 왔다 한다.
현주 옆에 앉아 있는 마리타(Marita)는 병색이 완연했다, 62세인데 벌써 심장질환으로 수술도 몇 번 했는데 예후가 안 좋아 초등학교 교사일을 일찍 은퇴하고 쉬고 있었다.
67년생 나와 동갑인 안느(Anne)는 눈이 꽹할 정도로 말랐다. 테이블보 등을 만드는 textile회사 관리직 일을 하고 있는데 예전엔 40명이던 직원들이 4명으로 줄었다고... 싼 제품을 만드는 중국, 스페인 때문이라고 걱정을 했다.
두 여자가 개방적이라, 우리는 주말에 주로 뭐 하는지, 기후변화, 심지어 ‘다른 나라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냐’ 고 묻기도 했다. 그 질문의 의도가 궁금해 내가 안느에게 “ 그러는 넌 어떤데 ? ” 했더니 자긴 독일이 좋단다.
독일인들도 실업과 난민문제 등의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둘 다 이혼해서 돌씽이라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베스트프랜이라 한다. 그래서 이번 휴가도 둘만 여행을 왔다 한다. 어디건 누구건 사는 건 다 똑같다.
시골모기만 아니었음 수다가 11시를 넘겼을 텐데, 현주도 피곤해 해서 마음은 거기 둔채 몸만 얼른 각자 방으로 피신했다.
참 어제 듣고도 잊어 먹었던 Hombroich 발음은 홈브로이히가 아니라 ‘홈보이시’ 였다.
현주가 누워있는 옆 침대에선 벌써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고, 나도 자려고 누웠다가 불안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켜 어제 Mercure 호텔에서 보낸 메일을 다시 열어 보았다. 꼼꼼히 읽어보니 ‘빠른 퇴실수속을 할 수 있는 회원가입 안내문’이었다. 괜히 걱정했다는 안도감이 단잠을 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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